[AJU 초점] 극장 찾은 '오스카' 수상작 톺아보기

2021-04-30 06:00

[사진=각 영화 포스터 제공]

코로나19로 침체한 극장가에 '오스카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 26일(한국 시간) 열린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활약을 펼친 작품들이 대거 상영 중인 상황. 영화 '미나리'부터 '노매드랜드' '더 파더' 등이 흥행 수익 순위에서 역주행하는 등 좋은 반응을 끌고 있다. '오스카 효과'로 관객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작품들을 톺아보았다.

◆ 한국 배우 최초 '오스카' 여우조연상…영화 '미나리'

영화 '미나리'(감독 정이삭)는 희망을 찾아 낯선 미국으로 떠나온 한국 가족의 아주 특별한 여정을 담은 작품이다.

선댄스 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시작으로 해외 유수 영화제를 휩쓸었고 골든 글로브 최우수 외국어영화상과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뒀다. 특히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극 중 순자 역을 맡은 배우 윤여정이 여우조연상을 수상, 전 세계 영화 애호가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연출과 각본은 '문유랑가보'로 칸 영화제에서 황금 카메라상,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의 후보에 올라 영화계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정이삭 감독이 맡았다. 여기에 '문라이트', '노예 12년' 등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을 탄생시킨 브래드 피트의 제작사 플랜 B, '문라이트' '룸' '레이디 버드' '더 랍스터' '플로리다 프로젝트' 등 여러 차례 오스카 레이스를 성공적으로 이끈 북미 배급사 A24의 만남은 관객들의 기대감을 한껏 고조시킨다.

여기에 '워킹 데드' 시리즈, '옥자', '버닝'을 통해 세계적인 배우로 거듭난 스티븐 연, 영화 '해무', '코리아', '최악의 하루'와 드라마 '청춘시대', '녹두꽃',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에서 탄탄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대중에게 공감과 위로를 전해온 한예리, 영화와 드라마, 최근에는 예능 tvN '윤스테이'까지 오가며 최고의 전성기를 맞은 대한민국 대표 배우 윤여정, 그리고 치열한 경쟁을 통해 배역을 맡게 된 아역 배우 앨런 김, 노엘 케이트 조까지 최고의 배우들이 만들어낸 환상적인 연기 호흡은 관객들에게 잊지 못할 감동과 깊은 여운을 선물했다.

한국계 미국인인 정이삭 감독은 자전적 이야기를 바탕으로 담백하게 이야기를 풀어냈다. 영화를 본 봉준호 감독은 "자기 자신에 관한 이야기나 실제 가족 이야기를 찍는 건 용기가 필요한 일"이라며 "영화가 더욱더 좋았던 건 향수(노스탤지어)에 젖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호평한 바 있다.

봉 감독의 말처럼 영화는 감상에 젖지 않고 담백한 시선과 태도로 일관해 깊은 여운을 남긴다. 윤여정을 비롯해 스티븐 연, 한예리 역시 진정성을 담은 연기로 보는 이들의 감정을 끌어냈다는 반응을 얻고 있다.

지난 3월 3일 국내에서 개봉, 오랜 시간 흥행 수익 상위권을 지켜왔다. 윤여정 수상 소식과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받은 호평에 영화에 관한 관심도 높아진 상황. 다시 흥행 수익에서 역주행하는 중이다. 28일 영화진흥위원회 기준(이하 동일) 누적 관객 수는 96만5067명이다. '오스카 효과'로 100만 관객 돌파도 멀지 않아 보인다.

배우 윤여정 [사진=로이터]


◆ 아카데미 시상식 3관왕…영화 '노매드랜드'

이번 시상식에서 가장 큰 활약을 펼친 건 클로이 자오 감독의 영화 '노매드랜드'였다. 영화는 한 기업 도시가 경제적으로 붕괴한 후 그곳에 살던 여성 '펀'(프란시스 맨도먼드)이 평범한 보통의 삶을 뒤로 하고 홀로 밴을 타고 새로운 삶을 찾아 떠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중국 출신 클로이 자오 감독은 그 누구도 보지 못했던 인간의 삶의 깊은 곳을 넓은 시야와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고, 섬세한 연출로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꿈과 생존, 성장이라는 희망적인 이야기를 작품에 녹여냈다. 특히 클로이 자오 감독은 베네치아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에 이어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감독상까지 거머쥐었다. 오스카에서 아시아 여성이 작품상과 감독상을 받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영화의 주인공 펀 역을 맡은 배우 프란시스 맥도먼드는 '노매드랜드'로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파고' '쓰리 빌보드'에 이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3관왕이라는 기록을 만들었다. 故캐서린 헵번 이후 역대 2번째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3관왕에 올랐으며 현존하는 배우 중 최다 수상이란 경이로운 기록을 남겼다.

지난 15일 개봉하고 실 관람객들의 호평이 이어지는 중. 뛰어난 작품성과 탁월한 연출력, 관객을 사로잡는 연기와 광활한 자연의 아름다움을 담은 매혹적인 영상미까지 완벽한 앙상블을 이뤄냈다는 평이다. 꾸준히 관객을 늘려 누적 관객 수 3만6550명을 돌파했다. '오스카 바람'을 타고 향후에도 좋은 반응을 끌어낼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노매드랜드' 팀팀[사진=로이터 제공]

◆ 최고령 남우주연상 받은 안소니 홉킨스의 '더 파더'

영화 '더 파더'(감독 플로리안 젤러)는 완벽하다고 믿었던 일상을 보내던 노인 안소니(안소니 홉킨스)의 기억에 혼란이 찾아오고, 완전했던 그의 세상을 의심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영화는 그야말로 '안소니 홉킨스를 위한' '안소니 홉킨스에 의한' 작품이다. 동명의 원작 연극과 영화의 각본과 각색을 맡은 플로리안 젤러 감독은 안소니 홉킨스를 떠올리며 안소니 역할을 만들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기억을 잃어가는 노인 안소니를 연기한 안소니 홉킨스는 무너지는 내면을 섬세하고 사실적으로 묘사해 관객들을 충격에 빠트린다.

안소니 홉킨스는 '더 파더'로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1992년 '양들의 침묵' 이후 29년 만이다. 안소니 홉킨스는 역대 최고령(84세) 남우주연상 수상자라는 진기록을 세웠다.

안소니 홉킨스와 올리비아 콜맨의 연기 호흡은 영화의 관전 요소 중 하나. 두 배우는 눈빛만으로도 긴장감을 선사한다. 조금씩 어긋나기 시작하는 기억으로 인해 일상에 혼란과 불안을 겪는 인물 '안소니'와 가족과 자신의 삶이라는 갈림길에서 고뇌하는 '앤'의 복잡미묘한 감정선이 드러나는 장면들은 이들이 선보일 강렬하면서도 품격 있는 연기가 인상 깊다. 지난 7일 개봉 후 누적 관객 수 3만5363을 동원했다. '오스카' 이후 관객 수가 계속해서 늘고 있다.
 

[사진=영화 '더 파더' 스틸컷]

◆ 아카데미 시상식 2관왕…영화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

영화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감독 샤카 킹)는 21세의 나이에 미국 정부에 암살당한 블랙 팬서 '흑표당'의 리더 프레드 햄프턴과 FBI의 정보원 윌리엄 오닐의 운명적인 배신과 비극적인 선택을 그린 실화를 담았다.

인간적인 비극 앞에서 결코 무너뜨릴 수 없는 신념과 어떤 고난에도 멈추지 않는 혁명의 위대함, 햄프턴의 비극이 21세기에도 그치지 않음을 보여주며 깊은 여운을 준다.

특히 영화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조연상과 주제가상을 받아 관객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남우조연상에 빛나는 배우 다니엘 칼루야는 실화의 주인공 프레드 햄프턴을 연기, 실제 인물 못지않은 강렬한 매력을 선보여 관객들에게 전율을 선사한다. 영화의 OST도 인기. 가수 H.E.R이 부른 '파이트 포 유(Fight For You)'는 아카데미 시상식 주제가상을 받았다.

이 외에도 H.E.R.와 나스, 에이셉 라키, 라킴, 폴로 지, 릴 더크 등 28명의 세계적인 음악가가 참여해 인종과 계급의 경계를 허물려고 했던 햄프턴과 흑표당의 의의와 영향력을 음악에 담아냈다. 지난 22일 개봉해 누적 관객 수는 6800명이다.

다니엘 칼루야 [사진=로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