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전산장비도 구독경제로…서버시장 선두 HPE·델 주도

2021-04-27 15:45
KT 고성능 AI 개발환경에도 적용 검토

KT가 한국HPE에 인공지능(AI) 학습·개발을 위한 고성능 서버 공급을 의뢰했다.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다수 탑재한 HPE서버를 활용할 계획이다. 해당 서버를 통째로 구매하는 게 아니라 '구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구매하는 대신 구독하는 방식은 고가의 전산시스템 관련 비용을 한꺼번에 지출하고 사후 관리해야 하는 부담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HPE는 27일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고 구축형 전산시스템의 공급방식을 제품·서비스의 사용 기간과 규모에 맞춰 쓴 만큼만 청구하는 '그린레이크(GreenLake)' 사업을 본격화한다는 사업전략을 공개했다. 수년전 일부 IT솔루션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도입한 구독형 공급 모델을 모든 IT솔루션으로 확대 적용하겠다는 계획이다.

박성철 한국HPE 기업IT 총괄 상무는 "KT가 이전부터 HPE 그린레이크를 활용해 왔는데, 현재 AI 연구개발과 관련된 업무용 솔루션을 찾고 있다"면서 "AI 기술 구동을 위해 많은 GPU를 장착한 서버를 대규모로 활용하되 비용효율이 중요하다보니 클라우드처럼 구독형 모델인 그린레이크를 통해 해당 솔루션 도입이 추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HPE는 지난 2017년 그린레이크 사업을 시작했고 2019년에는 내년까지 모든 IT솔루션을 구독형으로 제공하겠다고 선언했다. 기업의 IT인프라 소비의 주안점이 대규모 차세대시스템 구축·유지보수가 아니라 적정한 자원 활용과 최신 기술 지원 등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 유연하게 즉각 대응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후 이 흐름은 더욱 빨라졌다.

서버 시장에서 HPE와 선두다툼을 하고 있는 델테크놀로지스 역시 구독형 서비스 방식으로 전면적인 IT인프라 솔루션 사업모델 전환을 예고한 상태다. 델테크놀로지스는 모든 데이터센터 구축용 하드웨어·소프트웨어·기술지원서비스를 구독형으로 제공하는 계획을 작년 '프로젝트 에이펙스(Project APEX)'라는 이름으로 발표했다.

델테크놀로지스도 올해 상반기부터 IT인프라 가운데 데이터를 저장하는 스토리지시스템을 구독형 모델로 우선 공급한다. 종전과 마찬가지로 구축형 스토리지시스템을 공급하되 판매가격이 아니라 사용량과 기간에 따라 비용을 청구하는 방식이다. 한국델테크놀로지스 측은 이미 세계 IT시장 20~30%가 이렇게 바뀌었고 한국은 이 추세를 뒤따르는 중이라고 봤다.
 

김영채 한국HPE 대표. [사진=한국HPE 제공]


김영채 한국HPE 대표도 이날 간담회에서 "코로나19 대유행 사태로 기업 IT 환경에서 재택근무 등 모빌리티워크플레이스를 지원하는 솔루션과 인프라가 잘 돌아가야 하는 변화가 가장 컸다"며 "모든 사물·사람이 실시간으로 잘 연결되고, 앞으로 더 다양한 기기와 애플리케이션이 도입되는 환경에서도 이를 잘 활용하고 수익을 창출하는 게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여전히 70%의 데이터·앱이 퍼블릭 클라우드 밖의 에지(edge)·프라이빗클라우드·기존 인프라에서 생성·운영되고 있고, 이 여러 IT인프라가 혼재된 데이터센터를 운영하고 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한 방안을 기업들이 갖춰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 에지부터 클라우드까지 모든 IT인프라를 '서비스로(as a service)' 제공하는 게 우리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에 따르면 HPE는 지난 5년간 이런 관점에서 구독형, 서비스형 IT를 제공한다는 전략을 강화해 왔다. 올해는 특히 그린레이크 사업을 중심으로 이 방향에 더 박차를 가한다. 클라우드 도입과 인공지능(AI)·빅데이터 활용을 통해 '디지털전환'에 투자하고 있는 기업들이 추구하는 하이브리드·에지 클라우드와 신기술 활용을 적극 지원하는 전략이다.

한국HPE는 KT뿐아니라 국내 종합대학인 한양대학교와 세계 5위 유전체 분석 기업 마크로젠에 구독형 IT를 공급해 국내에 40여곳의 사례를 확보했다. HPE는 그린레이크와 같은 구독형 IT 공급 모델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뉴노멀 시대에 알맞은 최적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한양대학교, KT, 마크로젠 등이 한국HPE의 구독형 IT솔루션 '그린레이크'를 활용해 데이터센터를 현대화하고 운영비용을 최적화했다. [사진=한국HPE 발표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