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 인도 코로나 지원 결정…미국, '국내 미승인' AZ백신 제공할까

2021-04-26 09:45
독일·프랑스 등 EU, 인도에 산소 지원 계획
영국도 산소 농축기 등 필수 의료장비 제공
미국, '코비실드' 원료 제공·생산 재정 지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 폭증세를 겪는 인도를 향해 유럽연합(EU)과 미국이 지원의 손길을 내밀었다.

EU는 인도에 부족한 산소와 약물 등을 공급할 방침이고, 미국은 코로나19 백신이 아닌 아스트라제네카(AZ) 코로나19 백신 생산에 필요한 원료를 제공한다고 했다.
 

인도 뉴델리의 야무나 강둑에 마련된 화장터에서 22일(현지시간) 새벽 직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망자들의 시신을 옮기고 있다. 인도에서는 최근 코로나19 사망자가 폭증하면서 화장장의 과부하 상황도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사진=AFP·연합뉴스]


25일(이하 현지시간) AP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날 트위터에 “EU는 인도의 지원 요청에 신속히 응할 수 있도록 자원을 모으고 있다”며 “우리는 인도 국민과 완전한 연대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은 우리가 함께해야 하는 싸움”이라며 인도에 대한 긴급 지원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독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독일 정부는 이동식 산소 농축기와 같은 의료 장비 제공을 검토하고 있다. 프랑스와 독일도 코로나19 치료에 필요한 산소 지원 계획을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인도의 수도 뉴델리는 폭증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에 의료용 산소가 부족한 상태에 이르렀고,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범국가적인 산소 확보 방안을 모색한 바 있다.

EU를 탈퇴한 영국도 EU의 인도 지원 움직임에 합류했다. 영국은 이날 인도에 산소 농축기와 인공호흡기 등 9가지 필수 의료 장비를 보냈다면서, 다음 주에 추가 지원 물품을 보낼 것이라고 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코로나19 팬데믹과의 전쟁에서 영국이 국제사회를 위해 모든 지원을 하겠다”고 말했다.
 

인도 뉴델리의 임시 화장장에서 24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망자들의 시신이 장작불로 소각되고 있다. 인도에서는 최근 코로나19 사망자가 폭증하면서 화장장이 부족한 상황이다.[사진=AP·연합뉴스]


미국은 코로나19 치료 관련 물품 제공 이외 재정적인 지원에도 나섰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인도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초반 미국을 도와줬듯, 이제 우리는 도움이 필요한 인도를 돕기로 했다”고 남겼다.

이와 관련 에밀리 혼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미국은 인도에서 생산하는 AZ (코로나19) 백신 ‘코비실드(Covishield)’ 생산에 긴급히 필요한 특정 원료를 확인했고, 이를 즉각 이용할 수 있게 한다는 방침”이라고 성명을 통해 전했다.

아울러 인도에서 즉시 사용 가능한 치료제, 코로나19 긴급 진단검사 도구, 인공호흡기, 개인 보호장비 등도 지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국제개발금융공사(DFC)를 통한 재정 지원도 강화한다. 미국은 DFC를 통해 인도의 백신 제조업체인 ‘바이오로지컬E’가 내년 말까지 최소 10억 회분의 코로나19 백신을 생산할 수 있도록 제조 역량 확대를 위한 재정 지원을 진행한다.

외신에 따르면 미국의 AZ 백신 재고는 이달 초 기준 2000만 회분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현재 AZ 코로나19 백신의 사용을 승인하지 않은 상태다. 이 때문에 미국이 확보한 AZ 코로나19 백신을 백신이 부족한 국가에 공급해야 한다는 지적이 커졌다.

하지만 미국은 이날 발표한 인도 지원 방침에는 코로나19 백신을 직접 제공한다는 내용은 없었다.

백악관 성명 발표 전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이 인도에 AZ 코로나19 백신 직접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했지만, 성명에는 백신 직접 제공에 대한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한편 인도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지난 며칠간 하루평균 30만명 이상을 기록하며 연일 세계 최다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이날 오전 기준 하루평균 신규(전날부터 약 24시간 동안 주별 통계 합산) 확진자와 사망자 수가 각각 34만9691명과 2767명에 달했다.

영국 BBC는 “연일 최다 기록을 세우는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에 의료시스템도 붕괴하고 있다”면서 “산소 공급에 대한 불확실성과 침대 부족 등으로 병원에서는 새로운 환자를 받지 않고 있으며, 수도 뉴델리에서는 많은 환자가 ‘산소 공급 부족’으로 사망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