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문 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임 중 북미 비핵화 회담과 주한미군 주둔비용 협상 과정에 대한 서운함을 드러낸 것에 '문 대통령은 약하다'면서 비난을 퍼부은 것이다.

23일(현지시간) AFP와 뉴스위크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1일 문재인 대통령의 뉴욕타임스(NYT) 인터뷰를 공개적으로 반박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결코 단 한 번도 문재인 대통령을 존중한 적이 없었다"면서 "문 대통령은 장기적으로, 그리고 군사적으로 계속 미국을 갈취하기에는 지도자로서도 협상가로서도 약했다"고 비난했다.

그는 이어 한국에 대한 북한의 침략 위협을 자신이 모두 막아왔음에도, 자신의 행정부와 주한미군 방위비로 수십억 달러를 지불하기로 했던 협정 내용을 조 바이든 신임 행정부와 뒤집은 것을 두고 "한국인들은 희희낙락하며 돈을 쓸어담고 있다(all the way to the bank)"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와 같은 비난은 지난 21일 문 대통령이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 실망했다는 듯한 발언을 한 것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당시 문 대통령은 NYT에서 과거 북미 회담 과정에 대해 "톱다운(하향)식 외교를 강조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스타일에 큰 기대를 걸었다"면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변죽만 울렸을 뿐 결국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He beat around the bush and failed to pull it through)"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바이든 행정부가 즉각 북한과 직접 회담을 재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NYT는 이와 관련해 "문 대통령이 지난 2018년 싱가포르 북미회담 당시 예측 불가능한 북한과 미국의 두 지도자가 직접 만나도록 이끈 자신의 외교적 수완을 자랑스러워 했다"면서 "최근 들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프로세스' 작업이 흐트러지기 시작했다고 현실적으로 인정했다"고 묘사했다.

또한 신문은 문 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조금씩 칭찬하면서도 그의 일관성 없는 행동과 트위터를 통한 외교가 불만스러웠다는 의사를 조심스럽게 내비쳤다고도 표현했다.

아울러 NYT는 2020년 주한미군 방위비 협상에 대해서는 문 대통령의 표현을 빌려 트럼프 전 행정부가 우리나라에 "과다한 금액을 요구했다"면서 "타당하거나 합리적인 산정 근거가 없는 그런 요구"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회담과 주한미군 방위비 협정에 대한 문 대통령의 평가 모두에 반박하며 비난을 쏟아낸 것이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주한미군 방위비로 우리나라가 지불하기로 협의했다고 주장한 수십억 달러는 근거가 없는 '가짜뉴스'로 풀이된다.

실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과거 주한미군 방위비로 연간 50억 달러의 증액을 요구하긴 했지만, 국방부 등 우리 정부는 이를 거부해왔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의 퇴임 직전 종전의 9억2000만 달러에서 향후 6년간 13.9% 증가로 잠정적인 합의를 도출한 상태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대선에서 재선에 실패한 후 공화당 지도부뿐 아니라 퇴임 후 의회가 추진했던 자신에 대한 탄핵에 찬성한 공화당 소속 의원과 인사들에 대해 '복수 명단'을 작성하고 낙선 운동을 벌이는 등 정치적 보복을 가하면서 2024년 대선 재출마를 위해 당권 장악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한편, 문 대통령의 NYT 인터뷰 역시 '외교적 결례'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날 뉴스위크 역시 21일 NYT 인터뷰를 두고 "전임 국가 지도자에 대한 이례적인 비판을 표명했던 장본인은 문 대통령이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