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어브릭 열풍]곰돌이 피규어 하나가 2900만원!
2021-04-23 06:00
아트토이 베어브릭 선풍적 인기
연예인·왕훙 거치며 입소문 확산
더우인 동영상 업로드 1.1억 건
중국 젊은층 새 소비 문화 등극
희소성 더해져 가격도 천정부지
연예인·왕훙 거치며 입소문 확산
더우인 동영상 업로드 1.1억 건
중국 젊은층 새 소비 문화 등극
희소성 더해져 가격도 천정부지
2019년 11월 일본의 유명 일러스트레이터 하지메 소라야마의 디자인이 그려진 곰돌이 피규어가 8800위안(약 152만원)에 출시됐다.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아티스트와의 콜라보 작품이라고는 해도 70cm 크기의 금속 소재 장난감 가격치고는 과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그로부터 1년 반이 지난 최근 가격을 보면 더욱 눈이 휘둥그레진다. 중국의 한 온라인 플랫폼에 올라온 판매가는 12만9999위안(약 2240만원). 웬만한 소형차 한 대를 사고도 남을 금액이다.
◆손바닥 위 곰돌이, 중국 젊은이 필수템으로
2001년 5월 일본 완구 기업 메디콤토이는 도쿄에서 열린 한 전시회에서 곰을 의인화한 모양의 미니 피규어를 관람객들에게 무료로 나눠줬다.
귀여운 디즈니 만화 주인공이 될 수도, 공포 영화 속 살인마나 괴물이 될 수도 있다. 아이언맨이나 헐크 등 어벤저스 캐릭터로의 변신도 가능하다.
국기를 그려 넣으면 특정 국가의 상징물이 되기도 하고, 앤디 워홀 등 유명 아티스트의 작품을 담는 작은 캔버스가 되기도 한다.
베어브릭을 아트토이 혹은 어덜트토이로 부르는 이유다. 주요 구매자 역시 성인이다.
100%로 불리는 7cm 크기를 비롯해 50%(3.5cm), 70%(5cm), 400%(28cm), 1000%(70cm) 등 크게 5종류로 제작된다.
출시가는 100%가 500위안, 400%가 700~900위안, 1000%는 3000~4000위안 안팎이다.
중국에서도 수년 전부터 입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특히 저우제룬(周杰倫)과 엑소 출신 타오(TAO·黃子韜) 등 유명 연예인이 방송에서 자신의 애장품으로 소개하면서 젊은층을 중심으로 구매 붐이 불고 있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 내 베어브릭 커뮤니티 내 게시물만 1억2000만 건에 달한다. 동영상 플랫폼 더우인(抖音)에 올라온 영상도 1억1000만 건이다.
◆개성의 표현, 랜덤이라 더 열광
웨이보에서 베어브릭 관련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한 인플루언서는 중국신문망과의 인터뷰에서 "각종 예능 프로그램과 매체에 자주 노출되다 보니 더 많은 젊은이들이 관심을 갖게 됐다"며 "물이 불어나면 배가 위로 오르듯 가격도 급등세"라고 전했다.
실제 메디컴토이 홈페이지에서 앤드 워홀 작품이 그려진 1000% 크기의 베어브릭을 검색하니 가격이 7만4800엔(약 4500위안)이다. 하지만 실제 예약 판매가 이뤄지는 공식 앱에서는 6539위안으로 표시돼 있다.
중국의 중고 거래 사이트나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는 가격이 더 뻥튀기된다.
애니메이션 캐릭터 '톰과 제리'의 고양이 톰이 그려진 1000% 제품은 정상가의 2배 이상인 9380위안에 거래된다.
일본 유명 가구 브랜드 가리모쿠와 패션 브랜드 마스터마인드가 콜라보한 호두나무 재질의 한정판 제품(400%) 출시가는 2만3800위안인데 중고 사이트에는 16만8999위안(약 2899만원)짜리 매물이 등장했다.
베어브릭 열풍이 연예인들의 입김에 따른 것만은 아니다. 또 다른 인기 비결은 희소성과 무작위성이다.
베어브릭은 블라인드 박스 혹은 랜덤 박스로 불리는 판매 방식으로 구매 뒤 상자를 열기 전까지 어떤 피규어가 들어 있는지 알 수 없다.
여기에 한 번 생산했던 시리즈는 절대 재생산하지 않는다. 인기 있는 캐릭터라도 시중에서 유통되는 물량이 전부다.
한 베어브릭 수집가는 중국청년보에 "남들보다 일찍 베어브릭의 매력에 빠지는 바람에 초기에 69위안짜리 블라인드 박스를 수십개 구매해 회귀 아이템 몇개를 손에 넣었다"며 "이 아이템들을 요즘에는 900~1500위안에 팔곤 한다"고 귀띔했다. 최소 13배 이상의 차익을 얻은 셈이다.
업계에서는 개성을 중시하는 중국 Z세대(1995년 이후 출생자)의 소비 성향이 제대로 반영된 결과라고 얘기한다.
베어브릭을 포함한 중국 아트토이 시장은 2019년 207억 위안에서 오는 2024년 763억 위안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2017년 처음으로 100개를 돌파했던 아트토이 업체도 2019년 230개가 새로 설립된 데 이어 지난해에는 260개가 추가로 늘었다.
다만 지나친 대중적 관심이 투기로 이어질 가능성을 경계한다. 신경보는 "십여 만 위안을 줘도 작은 곰 한 마리를 구하기 어렵다"며 "언제든 거품이 터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