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스와프 지상대담] 'K-반도체로 협상'...천영우 "쿼드 참여 우선" vs 양향자 "가장 유력한 카드"

2021-04-23 03:00
코로나19 백신 수급 차질 빚어지자
'한·미 백신 스와프(교환)' 재차 주목
천영우 이사장·양향자 위원장 대담
천영우 "韓반도체·美백신 등가성無"
양향자 "유일한 무기...협상해봐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수급을 둘러싸고, 문재인 정부 실책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이 가운데 지난해 야당을 주축으로 한 차례 제기된 바 있는 '한·미 백신 스와프(교환)'가 다시금 눈길을 끈다.

미국과의 백신 스와프 추진 불씨를 되살린 것은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다. 정 장관은 지난 19일 국회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돌연 "미국 측과 백신 협력을 진지하게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정 장관이 한·미 백신 스와프 실현 가능성을 쏘아 올리자, 야권에서도 백신 공급 대가로 미국에 제공할 여러 '카드'를 제시하며 가세하고 있다.

한국이 쥔 여러 카드 중에 현재 가장 주목받는 것은 바로 반도체다. 박진 국민의힘 의원은 반도체의 직접 제공 또는 한국 기업들의 반도체 대미 투자를 제안했다.

정 장관 또한 반도체의 직접 제공에는 선을 그었지만, 한국 기업들의 반도체 또는 차량용 배터리의 대미 투자가 한·미 간 백신 스와프 논의를 촉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다만 미국은 정작 "우리가 쓸 백신도 부족하다"며 선을 긋는 모양새여서 반도체 등을 고리로 한 한·미 백신 스와프가 실현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이에 본지는 이명박(MB) 정부에서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을 지낸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과 삼성전자 임원 출신이자 반도체 전문가인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반도체 기술 특별위원장과 개별 전화 인터뷰를 진행한 뒤 양자 대담 형식으로 재구성했다.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왼쪽)과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반도체 기술 특별위원장. [사진=아주경제]

◆"미국, '韓 반도체' 안 아쉬워" vs "기업 역할에 달려"

-정 장관이 반도체의 대미 투자 등을 통한 한·미 백신 협력 얘기를 꺼냈다. 어떻게 봤나.


천영우= "양국 협력이 이뤄지면 다행이지만 코로나19 백신이 그런 식으로 거래할 물건 같지 않다. 아직 전 세계적으로 물량이 풍족한 게 아니지 않으냐. 또 미국이 아쉬운 소리를 할 반도체가 우리에게는 없다. 우리도 차량용 반도체 등이 부족해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상황이지 않으냐. 우리가 미국에 가서 반도체를 사와야 할 판이다. 반도체 시장에 대해 자세히 알지는 못하지만, 한국에서 생산하는 반도체를 미국에 줄테니까 백신을 달라고 할 만큼 등가성이 있는지 모르겠다."

양향자= "백신은 우선 단기적으로 매우 급한 물건이다. 반대로 반도체는 장기 투자가 이뤄져야 하는 측면이 있다. 현실성이 높을지 낮을지는 잘 모르겠다. (기업들이) 역할을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을 것 같다. 그런데 삼성전자의 경우 이재용 부회장이 수감돼 부재한 상황이지 않으냐. 이런 와중에 대미 투자가 이뤄질지 모르겠다. 투자는 오너(소유주)가 결정하는 것 아닌가. 이 부회장에 대한 사면론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는 '누구라도 필요하면 써야 한다'는 뜻일 것이다."

-한국이 미국 주도의 반중(反中) 포위망으로 알려진 '쿼드(Quad)'에 참여함으로써 백신을 얻어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천영우= "지난달 13일 처음으로 열렸던 쿼드 정상회의에서 가장 중요하게 합의된 첫 번째 사항이 바로 백신 협력이었다. 우리는 쿼드에 들어가지도 않고 쿼드 참여 국가와 똑같은 대접을 해달라는 주장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게 미국에 얼마나 설득력이 있는 주장인지 모르겠다. 내가 미국 사람 입장이라면 한국에 '백신이 그렇게 중한 줄 알았으면 왜 진작 쿼드에 참여하지 않았느냐'고 물어볼 것 같다."

양향자= "지금은 어떤 주장도, 어떤 제의도 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중요한 것은 그런 제안과 제의 하나하나를 언론에서 확대재생산하면 결과적으로 한·미 백신 협력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본다. 쿼드 참여 여부를 떠나 미국과의 백신 협력은 굉장히 치밀한 과정을 거쳐 추진해야 하는 것이다. 여기저기서 막 떠들어대는 것은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현대차 울산 1공장 휴업에 이어 아산공장 가동이 중단됐다. 현대차는 파워트레인 컨트롤 유닛(PCU)에 들어가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으로 그랜저와 쏘나타를 생산하고 있는 아산공장 가동을 12~13일 이틀 동안 중단했다. 사진은 13일 가동이 중단된 현대차 아산공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한국, 쿼드 참여해야" vs "반도체, 최유력 협상 카드"

-미국 정부는 정작 해외에 보낼 정도로 백신이 충분하지 않다며 '비공개 외교적 대화'라는 이유로 공개를 꺼리는 모습인데.

천영우= "미국 입장에서는 한국과 백신 스와프를 얘기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 자체가 부담일 듯하다. 그런 이야기를 정 장관이 공개적으로 한 데 대해서는 '정말 한국 사람들이 외교를 모르는구나' 생각할 수 있다. 미국 정부로서는 '한·미 백신 스와프가 잘 되지 않을 경우에 한국이 미국 책임으로 돌려서 반미 감정을 일으키겠구나'하고 생각할 수 있다. 성사될지 안 될지 알 수 없는 일을 미리 밝혔기 때문에 미국 입장에서는 그렇게 의심할 소지가 있다."

양향자="그래도 한국이 미국과 네고(협상)를 해볼 만한 가장 유력한 카드가 반도체라는 점은 인정해야 한다. 우리 대한민국에 무기가 딱 하나밖에 없다. 반도체다. 제대로 된 협상 카드인지는 대봐야 아는 것이다. 지금 근원적인 문제는 백신을 확보하는 것이다. 반도체 등은 그에 따른 수단 중 하나다. 원오브뎀(one of them·여러 개 중 하나)으로 모든 카드를 다 검토해볼 수 있다는 얘기다. 수단을 메인 삼아 되니 안 되니 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

-한·미 백신 스와프를 성사시키기 위한 해법은 무엇인가.

천영우= "한국도 쿼드에 참여해야 한다. 정부가 지금 중국 견제 등 측면에서 미국 정부와 사사건건 대립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하자는 것은 전부 결사반대하고 있는데, 아무리 염치가 없어도 백신만 달라고 하는 게 말이 되느냐. 미국 정부 입장에서는 자기들이 원하는 걸 한국이 들어준 게 하나도 없는데 백신을 제공할 맘이 들지 않을 것이다."

양향자= "미국이 원하는 협상 카드가 뭔지 계속해서 파악해야 한다. 반도체의 직접 제공이든, 대미 투자든 상황을 계속해 파악하는 게 우선이다. 그래서 계속 얘기하는 게 반도체는 '외교'이고 '안보 무기'고 '국방'이고 '통일'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