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전범 합사' 야스쿠니 신사에…스가 '공물 봉납', 아베 '직접 참배'

2021-04-21 10:14
스가 총리, 지난해 10월 이후 두번째 공물 봉납
아베 전 총리, 총리 퇴임 이후 세번째 참배 나서

일본 전·현직 총리가 각각 A급 전범이 합사된 일본 야스쿠니(靖國) 신사에 참배하고 공물을 봉납해 국제사회의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21일 일본 공영방송 NHK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는 야스쿠니 신사에 총리 명의로 공물을 봉납하고,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는 참배에 나섰다.
 

21일 오전 일본 도쿄도(東京都) 지요다(千代田)구 소재 야스쿠니(靖國)신사에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가 봉납한 공물인 '마사카키'가 놓여 있다.[사진=교도·연합뉴스]


아베 전 총리의 참배와 스가 총리의 봉납은 일본의 후쿠시마 제1 원자력발전소 오염수 해양방류 결정으로 일본을 향한 국제사회의 비판이 높아진 상황에서 이뤄졌다.

야스쿠니 신사는 극동 국제군사재판(도쿄재판)에 따라 교수형 된 도조 히데키(東條英機·1884∼1948) 등 태평양 전쟁의 A급 전범 14명이 합사돼 있다. 이 때문에 야스쿠니 신사는 일제 침략으로 고통을 겪었던 주변국에는 ‘전쟁신사’로 인식된다.

일본 교도통신에 따르면 스가 총리는 야스쿠니 신사의 춘계 예대제(例大祭·제사) 첫날이 이날 오전 ‘마사카키’라고 불리는 공물을 ‘내각총리대신 스가 요시히데’라는 이름으로 봉납했다. 스가 총리는 지난해 10월 야스쿠니 신사의 추계 예대제 때도 공물을 봉납한 바 있다.

여대제는 봄과 가을에 진행되는 큰 제사로, 야스쿠니 신사의 연중행사 중 가장 중요한 의식으로 여겨진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 [사진=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 갈무리]


스가 총리는 이번 여대제에 공물만 봉납하고, 야스쿠니 신사 직접 참배는 나서지 않기로 했다. NHK는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관방장관의 지난 20일 기자회견 발언을 인용해 “(야스쿠니 신사) 참배, 마사카키 봉납 등의 취급은 (스가) 총리가 적절히 판단할 것”이라며 신사 참배, 곡물 봉납 여부를 스가 총리가 직접 결정한 것임을 시사했다.

스가 총리의 공물 봉납은 전임자인 아베 전 총리가 재임 기간 야스쿠니 신사 참배 후 주변국의 비판 목소리가 커진 것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 2013년 12월 26일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뒤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의 반발에 시달린 이후부터 지난해 9월까지의 총리 재임 기간 신사 직접 참배 대신 공물을 봉납해왔다.

그러다 총리직 퇴임 후 사흘 뒤인 지난해 9월 19일에 이어 10월에도 야스쿠니 신사를 직접 참배해 논란이 됐다.

이날 야스쿠니를 직접 참배한 아베 전 총리는 “나라를 위해 싸우고 고귀한 생명을 희생한 영령에 존숭(尊崇)의 뜻을 표하기 위해 참배했다”고 말했다고 NHK는 전했다.

한편 한국 외교부는 지난해 10월 스가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공물 봉납에 대해 “일본의 과거 침략 전쟁을 미화하고 전쟁 범죄자를 합사한 야스쿠니 신사에 일본의 정부 및 의회 지도자들이 또다시 공물을 봉납한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통해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