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얻은게 무엇인가?…미국 밀착행보에 일본 내 거세지는 비판

2021-04-22 05:30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가 야심차게 추진했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 사실 알맹이 없는 이벤트에 그쳤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정상회담 직후 일본 언론은 바이든 대통령의 첫 외교정상 회담이라는 데 방점을 찍었다. 재팬 타임스는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미국은 일본이 중국에 맞서는 인도태평양 전략의 최전방이자 중심에 있다는 증거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바이든 대통령 취임 뒤 일본은 아시아 최고의 우방 대접을 톡톡히 받는 것처럼 보였다. 미국 국무·국방장관들의 첫 해외 순방지가 됐고, 호주·인도도 참여하는 사상 첫 쿼드그룹 정상회의에 참가했으며, 스가 총리는 외국 정상으로는 처음으로 백악관을 방문했다. 

커트 캠벨 인도태평양 백악관 조정관은 최근 온라인 행사에서 "(인도-태평양에서) 이 전략의 일부는 물론 동맹국, 친구, 파트너들과 협력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이 전략의 중심에는 일본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과연 일본이 진짜로 얻은 게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이 일본 내외부에서 이어지고 있다. 일본은 이번 정상회담을 미·중 대결에서 이미 미국으로 추가 완전히 기울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외교·경제적으로 완전히 중국과 맞서는 게 과연 현명한 외교인 것인가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16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만난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왼쪽)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AFP·연합뉴스 ]

 
미국의 '방패막' 되나? ···'닉슨 쇼크' 잊지 말아라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전 일본 총리(사진)는 최근 트위터에 미·일 정상회담을 '조공외교'라면서 맹렬히 비판했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미국은 중국을 적대시하고 있으며, 미국은 중국을 겨냥하는 미사일을 배치하려 하고 있다”며 “오키나와 등에 미사일 배치를 하지 않을지 걱정”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일본이 미국의 대중 정책의 도구로 소모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을 내세워 견제를 꾀하고, 미국은 중국과의 관계에서 냉온 양면작전을 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 매체인 현대비즈니스는 "미국은 일본을 중국의 위협에 대항하는 교두보로 삼고자 한다"면서 "일본 총리들은 새로운 미국 대통령이 취임할 때마다 '첫 번째' 회담에 방점을 찍고 있지만, 사실 중요한 것은 회담의 내용이다"라고 지적했다. 매체는 "일본은 '첫 외교 정상회담'이라는 타이틀에 집중했기에 미국 측에 열매를 빼앗긴 것은 아닌가라고 생각해볼 수도 있다"라고 비판했다.

매체는 "일본에서는 마치 미국이 일본을 특별 대우하는 것처럼 보도하지만, 미국은 중국 견제를 위한 미사일 배치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을 뿐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센카쿠, 대만 문제에 있어서도 강경한 대중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 같지만, 미국은 (대중정책에 있어) 조심스럽게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경고했다. 

바이든 정권은 경쟁, 대결 등 압박을 내세우는 것 같지만, 동시에 협력도 강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1971년 닉슨 전 대통령이 중국(중화인민공화국)을 방문할 것을 예고 없이 발표했던 이른바 '닉슨 쇼크'가 다시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미국과의 긴밀한 동맹관계를 외교의 기축으로 해온 일본은 당시 큰 충격에 빠졌다. 

실제 미국이 중국과 대결만을 추구한다고 해도 일본의 입장이 곤란하기는 마찬가지다. 야나기사와 교지(柳澤協二) 전 일본 내각관방 부(副)장관보는 지난 19일 도쿄 신문에 실린 기고문에서 "(미일공동성명에서 대만을 거론한 것은) 대만 유사(有事·전쟁이나 재해 등 긴급상황이 벌어지는 것) 상황에서 일본이 미국에 협력하기로 한 것을 (미국의) 센카쿠 열도 방위와 맞바꿔 약속했다는 의미"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중국이 대만 문제에 대해서는 강경한 만큼 유사시 일본은 양국의 전쟁에 깊숙이 휘말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앞서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중국의 대만 침공 시 미국이 방어에 나서면 중국군이 일본에 있는 미군의 공군기지를 공격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번 정상회담 이후 일본은 첨단기술에서 중국의 배제, 신장 위구르 인권 문제 등에서도 미국과 같은 입장을 취하는 쪽으로 방향을 정했다. 이에 따라 일본은 향후 경제적 타격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국과의 선명한 대립을 내세우고, 의지와는 관계 없이 동맹회복을 위해 한국과의 관계 개선에도 나서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현대비즈니스는 지적했다. 
 
올림픽 지지도 미지근
이처럼 양보한 것도 많고, 위험요소를 짊어진 것도 많지만 정작 일본이 얻은 것은 별로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스가 총리는 정상회담에서 일본의 군사 역량 강화 방침을 약속했지만 재정적으로 이를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SCMP는 지난 20일 지적했다.

SCMP는 한 익명의 일본 방위성 관리의 말을 인용해 일본이 이미 올해 역대 최대 규모의 방위 예산을 승인했기 때문에 군비의 추가 지출은 힘들어 보인다고 보도했다. 일본의 2021회계연도(2021년 4월∼2022년 3월) 방위 관련 예산안(세출 기준)은 5조3422억엔(약 56조9468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SCMP는 "군사 역량 강화에 대한 일본의 약속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부상에 대항하겠다는 양국의 확고한 결의를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미·일 정상 공동성명에 들어갔지만, 코로나19로 경제가 타격을 입은 상황에서 추가 군비 지출은 쉽지 않아보인다"라고 전했다. 

마지막은 도쿄 올림픽·패럴림픽의 개최 문제이다. 두 정상의 회담 후에 나온 공동성명에는 바이든 대통령이 올여름 안전하고 안심할 수 있는 올림픽·패럴림픽 개최를 하기 위한 스가 총리의 노력을 지지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는 상당히 추상적인 표현이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바이든 대통령이 `스가 총리의 노력을 지지한다`는 말로 얼버무리고 넘어간 것이 핵심이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는 바이든 대통령이 스가 총리의 미국 선수단 파견 요청에 명확한 답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일본은 코로나19 유행이 아직 진정되지 않고 있다. 2차례나 긴급사태를 발령했으며, 긴급사태에 준하는 `만연 방지 등 중점조치`를 적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신규 확진자 급증세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도쿄, 오사카, 효고 등 3개 광역지역에 유동 인구 억제를 위한 3번째 긴급사태 선포 방안이 검토되는 상황이다. 

도쿄올림픽 개막이 3개월여 남은 상황에서 긴급사태가 다시 발령될 경우 올림픽 개최는 더욱 회의론에 힘이 실리게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