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리그 출범 발표 이틀만에 무산되나…잉글랜드 6개팀 '불참' 선언

2021-04-21 09:27
영국 정부 경고·팬 비판 이어지자 슈퍼리그 불참 결정
맨시티, 가장 먼저 '탈퇴' 발표…"팬, 정부 등 반응 수용"
슈퍼리그 측 "우리 목표는 확실…프로젝트 재검토할 것"

잉글랜드 축구 구단이 20일(이하 현지시간) 유러피안 슈퍼리그(ESL) 탈퇴를 공식 선언했다. 슈퍼리그 참여를 발표한 지 이틀만이다.

미국 경제전문매체 CNBC, AP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지난 18일 슈퍼리그 합류를 계획했던 6개의 잉글랜드 축구 구단은 이날 슈퍼리그 탈퇴 계획을 밝혔다.

앞서 슈퍼리그 참가 결정을 발표한 잉글랜드 축구구단은 맨체스터 시티(맨시티), 첼시 FC, 아스널 FC, 리버풀 FC,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 토트넘 홋스퍼 등 6개다.

 

20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스탬퍼드 브리지 경기장에서 열린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PL) 첼시 FC 대 브라이턴 앤드 호브 앨비언의 경기에 앞서 팬들이 유러피언 슈퍼리그(ESL) 창립에 반대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영국 BBC 방송은 “맨시티는 첼시가 슈퍼리그 탈퇴를 위한 서류를 준비 중이라고 밝힌 이후 (슈퍼리그) 탈퇴를 선언한 최초의 잉글랜드 축구 구단이 됐다”며 “아스널, 리버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토트넘 등도 모두 이 뒤를 이었다”고 보도했다.

BBC에 따르면 맨시티는 슈퍼리그 탈퇴 절차를 공식적으로 제정했다고 밝히며 “팬, 영국 정부 및 기타 주요 이해 관계자의 반응에 주의 깊게 귀를 기울였다”고 전했다.

아스널은 공개서한을 통해 슈퍼리그 참여 결정이 ‘실수’였다며 팬들과 더 넓은 축구 커뮤니티(공동체)의 조언을 듣고 슈퍼리그 참여 결정을 철회한다고 설명했다. 대니엘 레비 토트넘 회장도 “(슈퍼리그 가입을) 후회한다”면서 탈퇴를 결정했다고 했다.

외신은 잉글랜드 축구구단의 슈퍼리그 탈퇴 결정이 영국 정부의 경고 이후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올리버 다우든 영국 문화부 장관은 전날 의회에 보낸 성명에서 “이 일이 벌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며 슈퍼리그 참가 구단들을 대상으로 한 제재 방안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다우든 장관은 “지배구조 개혁부터 경쟁법까지 모든 선택사항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영국 축구 전반에 관해 팬 주도의 조사를 시작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ESL 참여를 발표한 구단에 대한 비판의 내용도 성명에 담았다.

그는 “축구 구단은 단순한 사업이 아니다. 구단주는 임시 관리인일 뿐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면서 “슈퍼리그 참가 구단은 정부와 납세자의 도움을 크게 받았다. 이들은 그 대가로 납세자에게 진 의무에 대해 신중하게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알렉산데르 체페린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은 잉글랜드 축구구단의 슈퍼리그 탈퇴 결정을 환영했다.

체페린 회장은 맨시티의 탈퇴 결정에 “맨시티가 유럽 축구의 일원으로 다시 돌아온 것을 환영하며, 기쁘게 생각한다”면서 “그들은 팬들의 목소리를 들어주면서 훌륭한 지성을 보여줬다”고 말했다고 BBC는 전했다.

그는 또 “실수를 인정하기 위해선 용기가 필요하다. 하지만 나는 맨시티가 그 결정을 내릴 능력과 상식이 있다는 것을 의심하지 않았다”면서 “유럽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맨시티와 다시 함께 일하게 돼 기쁘다”고 부연했다.

한편 슈퍼리그 측은 잉글랜드 축구구단의 탈퇴에 슈퍼리그 재검토에 돌입했다. 그러나 슈퍼리그를 출범하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슈퍼리그 측은 “우리는 현대 축구계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확신했다”며 “새로운 대회 구성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재정적인 문제를 극복하고 더욱 발전하는 것이 목표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잉글랜드 구단들이 ‘외부의 압박’에 의해 탈퇴를 선언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우리의 목표에 확신이 있다”며 “우선 프로젝트(계획)를 재구성하기 위해 다시 검토에 들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