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이중변이'가 뭐길래?...전 세계 코로나19 사태, 또 길어지나

2021-04-20 18:11
인도 이중변이 'B.1.617'=전파력+백신 내성...새로운 '우려 변이' 등장?
'100일 대응' 망칠라 노심초사 美 바이든...'3차 부스트샷' 여부가 관건

종식을 향해 나아가는 듯이 보이던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또다시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인도에서 새로 발견된 코로나19 바이러스 변이(Variant)의 확산세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지난 7일(현지시간) 지방선거를 진행 중인 인도 웨스트벵골주에서 한 시위대가 '코로나19 확산세를 꺾을 수 있는 정치 세력에 투표해야 한다'고 시민들에 촉구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인도 이중변이 'B.1.617' = 전파력 + 백신 내성?

'B.1.617'으로 공식 명명한 인도 변이(혹은 인도 이중변이)는 지난 3월 24일(이하 현지시간) 인도 보건부가 인도 최대 경제도시 뭄바이가 위치한 서부 마하라슈트라주의 급격한 확산세 원인으로 지목한 후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지난해 10월 인도 연구자가 처음 보고한 후, 인도 변이는 같은 해 12월부터 마하라슈트라주에 확산하기 시작해 3개월 만에 전체 감염 사례의 15~20%, 4월 현재는 최소 60%에서 최대 80%를 차지할 만큼 빠르게 퍼져나갔다.

이 결과 인도의 일일 확진자 규모는 지난 3월 10일(2만2481명) 2만명 대에 들어선 후, 4월 4일(10만3793명)과 15일(21만6850명)에는 각각 10만명과 20만명을 넘어섰고 지난 18일에는 27만5306명으로 최대치를 기록했다.
 

인도의 일일 확진자 수 추이.[자료=월드오미터스]


인도 보건부는 해당 변이의 가장 큰 특징을 '이중 변이'(Double mutant)라고 지적하며 그간 변이 코로나의 위험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에 대해 영국 가디언과 인도 더힌두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 영역에서 'E484Q'와 'L452R'의 변이가 동시에 일어났으며, 이 외에도 'P614R' 변이도 주요 특징으로 꼽힌다고 설명한다.

스파이크 단백질이란 인체 세포에 침투하기 위해 바이러스 표면에 발달한 단백질 돌기로, 외부 환경에선 오랫동안 살아남기 위한 보호막 역할을 하기도 한다.

따라서 스파이크 단백질에 변이가 일어날 경우, 해당 바이러스는 인체에 대한 침투력이 높아지거나(전파력 증가) 외부 환경에 대한 보호력을 증진해 백신이나 면역체계를 더 회피할 가능성(백신·면역 내성)이 커진다.

문제는 B.1.617이 바로 이와 같은 두 가지 변이 특성을 모두 갖췄기 때문에 코로나19 확산세에 새로운 위협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위험 변이체를 '우려 변이'(VOC·Variants of Concern)라고 부르는데, 최근 가장 중요했던 VOC는 전파력이 높은 '영국 변이'(B.1.1.7), 백신·면역체계 내성이 높아진 '남아프리카 변이'(B.1.351)와 브라질 변이(P.1) 등이다.

그러나 B.1.617에 포함한 L452R 변이는 원형 바이러스와 비교했을 때, 전파력이 20% 이상 높고 항체 효능은 50% 이상 떨어뜨리는 것으로 추정하며, 코로나19 재감염을 유발할 수 있다는 관찰도 있다.

남아공 변이와 브라질 변이에도 포함했던 'E484Q'의 경우 항체의 중화 효능을 감소시키는 요인으로 추정돼 코로나19 백신을 무력화할 수 있다는 지적까지도 나온다.

다만, 연구자들은 방역 경계를 높이되 아직까진 인도 이중변이와 관련한 추가 연구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을 취하고 있다. 앞서 상당 부분 연구를 진행한 영국과 남아공 변이와 달리 아직 연구 초기 상황이기에, 섣부르게 지나친 공포감을 조성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염색체 분석 결과, 인도 이중변이 'B.1.617'가 발견된 지역.[자료=PANGO lineages]

인도 이중변이 코로나19 바이러스 'B.1.617'의 보고 건수 추이.[자료=PANGO lineages]

 
◇'100일 대응' 망칠라 노심초사 美바이든...'3차 부스트샷' 여부가 관건

그럼에도 인도 이중변이가 영국과 미국, 호주, 벨기에, 독일, 아일랜드, 뉴질랜드, 우리나라 등 세계 각국으로 확산해 나가자, 각국 방역당국은 경계감을 높이고 있다.

영국은 당초 1월이었던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자국 방문 일정을 재차 미루면서까지 인도를 입국금지 대상(적색국가)에 추가했고, 뉴질랜드는 오는 28일까지 홍콩은 20일부터 2주 동안 인도로부터의 입국을 금지하기로 했다.

그중에서도 미국 방역당국의 긴장감이 가장 팽팽한 상황이다.

자국의 백신 개발·보급 사업인 '초고속 작전'(Operation Warp Speed·OWS)의 이름처럼 문자 그대로 '초고속'으로 백신을 보급하고 있음에도, 인도 이중변이로 자국의 확산세가 다시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흘러갈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지난 1월 20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거의 100일 동안 연방정부의 행정력을 총동원해 코로나19 사태를 수습해왔던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렸다.

19일 미국 국무부는 성명을 통해 "코로나19 사태로 여행객들의 위험성이 전례 없이 커진 것을 고려해 여행 권고안에 대한 개정작업을 시작할 것"이라면서 "여행 권고 개정안을 이번 주(19~25일) 중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국무부는 "이번 개정을 통해 '여행 금지'에 해당하는 '여행경보 4단계' 국가 수가 크게 늘 것"이라며 "전 세계 200여개국의 80%(160개국)에 이를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현재 미국이 4단계 여행경보를 발령한 국가는 34개국으로, 무려 130개국을 4단계 경보에 추가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변이 바이러스의 유입을 철저하게 막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와 같은 경계감은 앞서 지난 16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의 대면 정상회담 당시에도 나타났다.

당시 미국 정부는 이중변이 유입을 우려해 바이든 대통령의 이중 마스크 착용과 회담 참석자 전원의 마스크 착용 엄수를 당부했으며, 일본 측의 만찬 요청도 거부하고 '햄버거' 제공에 그쳤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마저도 당시 바이든 대통령은 회담 식사로 제공한 햄버거에 입도 대지 않았다.

아울러 미국 보건당국의 코로나19 백신 3차 부스트샷 접종 결정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현재 2차까지 접종해 6개월가량의 감염 보호 기간을 제공하는 코로나19 백신을 추가로 접종한다는 것은, 그만큼 코로나19 사태의 기간이 더 길어질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되기 때문이다. 

미국 전염병 연구 권위자인 앤서니 파우치 박사는 미국 보건당국이 올여름 말이나 가을 초 사이 3차 접종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16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의 '햄버거' 정상회담 모습.[사진=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트위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