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른 '그랩' 잡아라"…SPAC 몰려가는 헤지펀드
2021-04-15 18:30
그랩의 나스닥 상장 발판이 됐던 기업인수목적회사(스팩·SPAC)를 통한 상장 열풍이 이어지고 있다.
블룸버그는 15일 "실레브라캐피탈(Sylebra Capital Ltd.)과 아스펙스 매니지먼트(Aspex Management) 등 아시아계 헤지펀드 매니저들이 이른바 '스팩 열풍'에 동참하고 있다"면서 "차세대 그랩 홀딩스로 부상할 수 있는 기업들의 대규모 지분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밖에도 스노우레이크 캐피탈(Snow Lake Capital), 다이먼 아시아 캐피탈(Dymon Asia Capital) 등 많은 헤지펀드들이 최근 몇 개월 간 스팩 투자와 관련해 수억 달러를 투자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기술 잠재력과 성장 가능성은 있지만, 증시 상장이 힘든 회사들을 미리 골라 지분을 선점하는 것이다. 이들은 이런 기업들의 스팩 상장을 도우면서 일반적인 기업공개(IPO)보다 더 낮은 가격으로 지분을 획득한다.
플라스틱 재활용, 혹은 신재생 에너지 저장소 같은 기술을 가진 기업들이 최근 인기 있는 투자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규제 강해져도 투자붐은 계속
미국에서 불었던 스팩 투자 열기는 뉴욕증시에 큰 활기를 불어넣었다.그러나 동시에 지나친 거품이 생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당국이 규제를 강화하는 모양새다. 지난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스팩과 관련해 조사에 나선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기업 평가와 관련한 리스크들이 제대로 관리되고 있는지 여부가 조사의 핵심이 된다.
이같은 규제 움직임과 관련 주가의 하락에도 헤지 펀드들은 '초기 투자'를 통한 이익 확보에 대한 관심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대부분의 아시아 헤지펀드들이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은 PIPEs(private investment in public equity rounds)로 스팩 합병 건의 지원 역할을 하는 투자다. 이 단계에서 지분 가격은 할인돼 제공되어 가격 매력도가 더 커진다.
초기 단계 펀딩은 또 IPO 당시 충분한 지분을 확보하지 못할 위험을 방지해 준다.
"위험 있지만, 선점을 위한 투자 밀려들어"
실레브라캐피털의 댄 깁슨 CIO는 “스팩이 가지는 가장 큰 이점은 투자자들이 IPO에 참여하는 것보다 기업의 초기 단계에 상당한 규모를 투자할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지난 11월 이후 5개의 SPAC 투자와 관련해 5억8000만 달러를 투자했다. 이를 통해 퓨어사이클 테크놀로지 지분을 15%나 확보하면서, 최대 주주로 올라섰다, 2015년에서 설립된 퓨어사이클은 오염되고 색이 있는 플라스틱을 투명한 플라스틱 레진, 즉 다용도로 재활용이 가능한 플라스틱으로 만드는 기술을 가지고 있다. 실레브라 캐피탈은 2억 1000만 달러를 PIPE를 통해 투자했으며, 이제 가치는 4억9000만 달러가 됐다.
신규 진입자들이 쇄도하면서 자금조달 경쟁도 뜨거워지고 있다. 그러나 물론 스팩 투자는 달아오르는 만큼 허점도 많이 가지고 있다. 스팩 관련 자문회사인 ICR의 돈 더피(Don Duffy) 대표는 블룸버그에 “시장에는 엄청난 수들의 스팩 PIPE 투자가 있다"면서 "그렇지만 해당 기업들을 신중하게 골라서 투자해야 한다. 이런 기업들의 가치 평가를 제대로 하기 힘들며, 시기적절하게 가치를 평가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했다.
스팩에 대한 규제 강화와 주가 하락으로 최근 스팩붐은 이전보다는 다소 주춤하다. 스팩 기업들 주가는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치솟았던 올해 2월 중순에 급락하기도 했다. 다소 반등을 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금리 인상 변수를 불안하게 가지고 있다.
때문에 헤지펀드 투자 열기가 이어지고 있다고 해서 일반 투자자들도 무조건 투자에 뛰어들기엔 위험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