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자회사 날개달고 몸값 올리고... 인적분할로 두마리 토끼 잡는다 [종합]

2021-04-14 17:08
SK(주)-신설투자회사 합병 선 그었지만...결국 예고된 수순
자회사 순차 IPO 예정...기업 가치 재평가로 시가총액 상승 전망

박정호 SKT 대표는 14일 온라인 타운홀 행사에서 구성원들에게 분할의 취지와 회사 비전을 설명했다. [사진=SKT 제공]

지배구조 개편을 계기로 SKT는 자회사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고 기업 가치도 높일 수 있게 될 전망이다. SKT는 유·무선 통신과 반도체 부문을 완전히 분리해 ‘탈(脫)통신’을 가속화하고 신사업을 강화한다.

14일 SKT가 발표한 지배구조 개편안의 핵심은 유·무선 통신과 반도체 부문의 분리다. SKT의 자회사이자 SK(주)의 손자회사인 SK하이닉스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발판도 마련됐다.

이날 발표에서 SKT는 ICT 투자전문회사와 SK(주)의 합병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SK하이닉스의 반도체 부문 확장을 위해선 인수·합병(M&A)은 예고된 수순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SK하이닉스가 본격적인 글로벌 M&A 경쟁에 뛰어들 수 있는 길을 열기 위해선 합병이 불가피하다는 게 시장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그간 SK하이닉스는 반도체 호황에도 불구하고, 현행 공정거래법에 따라 기업 인수 시 지분을 100% 보유해야 하고 합작투자사 설립도 불가능해 사업 확장에 제한이 컸다. 특히 공정거래법 개정에 따라 내년부터 지주사가 보유해야 하는 자회사 지분이 20%에서 30%로 강화되는 점도 SKT가 지배구조 개편을 서두른 이유 중 하나다.

현재 SKT가 보유하고 있는 SK하이닉스의 지분은 약 20%다. 올해 중 지배구조 개편을 하지 않으면 지분율 10%를 추가 확보하기 위해 약 10조원을 투입해야 한다. SKT가 취한 인적분할 방식은 향후 SKT의 주가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인적분할을 진행한 대림산업(2조9000억원→3조6000억원), 현대산업개발(3조5000억원→4조4000억원), 현대중공업(12조5000억원→16조8000억원)의 경우 인적분할 이후 재상장 첫날 기업 가치가 상승했다.

 

[SKT 제공]


SKT는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기업 가치 상승도 노린다. 통신과 비통신을 분리해 기업 가치를 재평가 받겠다는 의도다. 지난달 정기주주총회에서 박정호 대표는 “주가가 SKT와 자회사들의 시가총액을 충분히 커버하지 못하고 있다”며 “현재의 비즈니스 모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게 바꿔보자는 게 지배구조 개편 취지”라고 밝힌 바 있다.

SKT는 지배구조 개편 작업과 함께 자회사 IPO에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SKT는 원스토어를 시작으로 웨이브, SK브로드밴드, ADT캡스, 11번가, 티맵모빌리티 등 이른바 뉴 ICT 자회사들을 순차적으로 기업공개한다는 방침이다.

그동안 SKT는 탈통신의 일환으로 사업부 분할, 외부 투자 유치, M&A 등을 통해 ‘자회사 덩치 키우기’에 힘써왔다.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합병, ADT캡스·SK인포섹 합병도 사실상 향후 IPO를 염두에 둔 행보다.

박 대표가 주총에서 “자회사 상장 계획이 구체화되는 시점은 거버넌스 개편 계획 발표와 맞물려 4~5월쯤 될 전망”이라고 밝힌 만큼 조만간 IPO 로드맵도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그간 SKT 비통신 분야 가치는 통신 부문에 가려 잘 보이지 않았다”며 “향후 중요한 작업은 비통신 부문의 성과를 만드는 한편 투자자 공감대를 이끌어 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지수 메리츠증권 연구원도 “지배구조 개편과 동시에 자회사 IPO를 추진하는 만큼 자회사의 기업 가치도 재평가될 전망”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