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부동산 민심, 무섭고 두려운 천심
2021-04-12 13:43
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꼿꼿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선거에서 나타난 민심 이반에도 정부는 현재의 정책 기조를 바꿀 뜻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겉으로는 쇄신을 말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지만 정작 쇄신을 위한 구체적 움직임은 없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8일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주택 공급은 후보지 선정, 지구 지정, 심의·인허가 등 행정 절차상 중앙정부·광역지방자치단체·기초지방자치단체 단독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상호 협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을 겨냥해 견제구를 던진 셈이다.
이는 국회나 서울시의회가 더불어민주당 절대 우세인 상황인 만큼 오 시장의 그림대로 민간 정비사업 활성화가 불가능할 것이란 여유에서 나온 것이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도 심드렁한 반응이다. 오 시장은 안전진단 때문에 사업 추진이 원활하지 못한 목동 재건축 활성화 방안을 제시했으나 국토부 관계자들은 "안전진단은 대부분 내용이 국토부가 운영하는 법령과 고시 등에 규정돼 있다"고 언급한다. 오 시장 뜻대로만 되지는 못할 것이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공시가격도 상황은 비슷하다. 공시가격은 보유세뿐 아니라 건강보험료, 기초연금 산정 등 60개 분야의 세금을 매기는 기준이 되는 만큼 오세훈 서울시장은 올해 서울지역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재조사하기로 했다.
국토부는 공시가격에 대한 의견을 검토해 오는 29일 공시가격을 결정·공시할 예정인데 서울시가 재조사를 통해 공동주택 공시가격 산정 오류를 찾아낸다면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서울시가 이의신청을 하더라도 주무부처인 국토부가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미 제주도와 서울 서초구가 올해 공동주택의 공시가격 산정에 대한 문제 제기에 국토부는 문제가 없다고 일축했다. 서울시는 국토부와 협의해 동결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지만 국토부는 시큰둥하다.
민심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정책은 오래갈 수 없다. 선심성 정책을 소중한 한 표로 응답해서도 안된다. 하지만 쇄신이 떠난 곳에 민심은 없다. 성난 민심을 달래기 위한 대책이 "무거운 책임감", "엄중함"을 되풀이하는 사과는 아니다. 잘못의 솔직한 인정, 국정의 전면쇄신만이 천심을 잠재울 유일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