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대단지 전무…공공재건축 5만가구 공급 차질 '불가피'

2021-04-07 16:30
후보지인 5개 단지 공급량 2232가구 그쳐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5년간 5만 가구 공급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는 공공재건축이 사실상 흥행에 실패했다. 강남에서 공공재건축을 희망한 곳이 전무한 데다가 1000가구 이상 대단지도 없어 공급량을 채울 수 없을 것이란 비관론이 거세다.

국토교통부는 △영등포 신길13구역(461가구) △중랑 망우1구역(438가구) △관악 미성건영아파트(695가구) △용산 강변강서(268가구) △광진 중곡아파트(370가구) 등 공공재건축 선도사업 후보지 5개 단지를 7일 발표했다.

후보지 중 가구수가 가장 많은 관악 미성건영아파트가 511가구에서 695가구로 늘어나는 것을 제외하면 200~300가구의 소규모 단지만 참여해 공공재건축을 완료해도 공급량은 2232가구 수준이다.

흥행의 열쇠라고 볼 수 있는 강남권 단지도 없다. 지난 1월 공공재건축 사전컨설팅에 참여한 신반포19차는 인근 신반포25차 등 소규모 단지와의 '통합 재건축'을 통해 사업성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공공재건축이 사실상 실패했다는 평가다. 실제로 정부는 사전컨설팅 이후 추가 신청을 받기로 했지만 기존 단지 외에 선도사업 후보지가 된 곳은 없다.

공공재건축 사업을 진행하면 단지별 수익성 자체는 좋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부 김수상 주택토지실장은 "이번 선도사업 후보지 5곳에 대한 사업효과 분석 결과 용도지역 상향 등 도시계획 인센티브를 통해 기존 대비 용적률이 평균 179% 포인트 상향된다"며 "공급가구도 현행 가구수 대비 1.5배 증가하며 조합원의 분담금은 민간 재건축 계획 대비 평균 52%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늘어난 임대주택 비율과 시장 선거로 인해 기대감이 높아진 민간 재건축 가능성이다. 규제 완화 기대감으로 민간 정비사업이 탄력을 받는 것과 달리 공공재건축은 용적률 최고 500%, 최고 50층 등 규제를 완화해도 임대주택 비율이 높아 사업성이 떨어진다. 정부는 추가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는 시장의 요구에 대해 추가 혜택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못 박았다.

정비사업을 맡을 LH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다는 점도 불확실성이 커진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번 사업은 LH나 SH공사 같은 공공이 토지주로부터 땅을 넘겨받아 사업을 직접 진행한 뒤 주택 등으로 정산하는 방식인 만큼 공공에 대한 신뢰 없이는 사업 진행이 불가능하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서울 주요 재건축 단지의 가격이 꾸준히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제시한 공공재건축 인센티브는 불충분하다"며 "사업참여 인센티브를 상향조정하고 세부내역을 더욱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