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투자 등장한 호텔상품…판매통로 확장, 득일까 독일까?

2021-04-13 00:00

[사진=나인트리 프리미어 호텔 서울 판교 제공]
 

최근 호텔업계의 판매통로 확장이 눈길을 끈다. 홈쇼핑 판매를 넘어 실시간 방송판매(라이브 커머스)까지 진출하더니, 급기야 대중투자(크라우드 펀딩)를 통해 객실 등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를 보는 업계의 반응은 엇갈린다. 코로나19 장기화에 힘든 시기를 겪는 상황에서 판매통로 다각화의 필요성이 절대적이라고 이야기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어떤 이들은 "대중투자 통로의 본래 취지가 훼손됐다. 너도나도 나서면서 '공동구매' 온라인 시장으로 전락해버린 셈"이라고 꼬집었다. 

◆대중투자 통로와 손잡고 판매에 나선 호텔들

최근 음식과 침구류 구독 서비스를 선보이며 호응을 얻은 글래드 호텔앤리조트가 이번엔 대중투자 온라인 통로(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와디즈(Wadiz)와 손잡고 '이베리코 스테이크'와 '침구' 판매에 나선다. 스테이크는 이달 26일까지, 침구는 5월 3일까지 투자를 받는다.

글래드 호텔은 와디즈를 통해 블랙앵거스 LA 갈비부터 청정 삼겹 제육구이, 소고기 스테이크 등을 다양하게 선보여왔다. 

이와 함께 내놓은 침구상품은 정가보다 최대 15% 할인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투자 참여고객 중 20명을 추첨해 호텔의 안대를 증정하는 이벤트도 펼친다. 

파르나스호텔㈜은 경기 판교에 새롭게 조성되는 아이스퀘어 내에 오는 6월 개관할 '나인트리 프리미어 호텔 서울 판교'를 와디즈(Wadiz)에 내놨다. 신규 오픈 호텔 중에서는 처음이다. 

호텔 측은 구매변화에 맞춘 개관 호텔 최초의 신개념 상품 판매이자, 가치 소비를 지향하는 고객의 성향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1박당 기부금 5000원을 성남시 지역아동센터에 기부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투자는 이달 15일부터 30일까지 진행된다. 객실 1박과 조식 2인이 포함된 상품이다. 

이보다 앞서 항공권도 이런 대중투자 공간에 등장했다. 제주항공은 인터파크투어, 와디즈와 함께 전세기를 띄우는 여행 상품을 정가보다 최대 50% 저렴한 가격에 선보였다. '괌'과 '대만'행 항공권은 목표인원인 100명을 모두 채웠다.

◆판매망 확대 넘어 '순수성 훼손' 우려도 

하지만 무분별한 판매망 확대는 오히려 업계에 독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상당수다. 당초 대중투자 온라인 공간(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조성 목적 자체가 훼손될 수 있다는 것이다. 

대중투자는 자금이 부족하거나 없는 사람들이 사업 과제(프로젝트)를 인터넷에 공개하고 목표금액과 모금 기간을 정해 익명의 다수(crowd)에게 투자를 받는 방식이다. 벤처기업이 자본조달을 하기 위해 쓰는 방법이기도 하다.

이 방법은 제품개발뿐 아니라 음반, 공연, 출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사람들의 좋은 기획력이 현실화될 수 있도록 돕는다. 대중이 제품에 어떻게 반응할지 상대적으로 정확한 잣대를 제시한다. 향후 후속적인 투자유치와 더불어 잠재고객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획기적인 아이디어, 사업 프로젝트 등이 아닌 단순 상품을 좀 더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것 자체가 목적이 된다면 이것은 홈쇼핑이나 실시간 방송 판매와 다를 바 없게 된다. 곧 온라인 투자공간 본래 취지를 훼손시키게 되는 셈.  

소비자 입장에서는 좋은 상품을 좀 더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여러 분야에서 쏟아지는 좋은 아이디어와 사업을 확장하기 위한 '투자 의지' 대신 할인가에 상품을 가져가겠다는 '소비 욕구'만 남게 된다고 지적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술력은 좋은데, 자본금이 없는 업체나 개인이 투자를 받는 것이 대중투자의 주된 취지인데, 결국 공동구매로 전락해버렸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재화를 저렴하게 사겠다는 손님과, 이렇게라도 판매해 위기를 타개하겠다는 업체만 있다. 취지가 변질되면서 순수성을 버렸다"며 "판매망에도 유행이 있다는 것도, 어려운 업계가 판매 통로를 확대하는 현 상황도 이해된다. 업계 생존을 위한 마지막 길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결국 업계가 나락으로 빠질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