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살아있어 뻔뻔…" 갑자기 무릎 꿇은 김태현 표정은 '담담'

2021-04-09 13:27
노원 세모녀 살인죄로 9일 검찰 송치
피해자들·유가족에 "죄송하다" 반복
본인 어머니에게 "면목 없다" 울먹여

서울 노원구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김태현이 9일 오전 검찰로 송치되기 위해 서울 도봉경찰서에서 나와 무릎을 꿇고 사죄하고 있다.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뻔뻔하게 눈 뜨고 있는 것도, 숨 쉬고 있는 것도 정말 죄책감이 많이 듭니다."

9일 오전 9시 서울 노원구 중계동 한 아파트에 침입해 세 모녀를 살해한 피의자 김태현이 서울도봉경찰서 앞 포토라인에서 무릎을 꿇었다. 취재진이 유가족에게 할 말이 있는지 묻자 이렇게 행동하고 말했다.

본인 신상이 공개된다는 소식을 경찰을 통해 접했을 때도 무덤덤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 김씨의 느닷없는 행동에 현장이 순간 술렁였다.

김씨는 검은색 상·하의를 입고 흰색 마스크를 쓴 채 등장했다. 자해한 상처가 다 아물지 않았는지 하얀색 천이 목을 감싸고 있었다. 

김씨는 "진짜 살아있다는 것도 정말 제 자신이 뻔뻔하다는 생각이 들고, 유가족분들과 피해자분들께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라고 덧붙였다. 고개를 숙이고 "죄송합니다"라는 말도 반복했다.

앞서 현재 심경을 물었을 때는 "일일이 답변을 다 못 드릴 것 같은데 이 부분 양해를 구하고 싶다"고 했다.

이후 다시 일어난 김씨에게 시민들은 분노에 찬 목소리로 "김태현을 사형하라", "사형제도를 부활시켜라"고 외쳤다.

'마스크를 벗어줄 수 있느냐'는 취재진 요청에 그는 망설임 없이 맨얼굴을 공개했다. 그동안 모자·마스크로 얼굴을 가렸던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었다.

수염을 깎지 못한 그의 맨얼굴은 약 20초간 공개됐다. 이후 옆에 서 있던 경찰이 다시 마스크를 씌웠다.

김씨는 '피해 여성을 스토킹한 혐의 인정하냐', '범행을 언제부터 계획했냐', '자해는 왜 했냐', '하고 싶은 말은 더 없냐' 등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은 채 "죄송하다"고만 했다.
 

서울 노원구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김태현이 9일 오전 검찰로 송치되기 위해 서울 도봉경찰서에서 나오고 있다.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다만 중계방송을 보고 있을 본인 어머니에게 한마디 해달라고하자 김씨는 울먹이는 듯한 목소리로 "볼 면목이 없습니다. 죄송합니다"라고 밝혔다.

'변호인 조력 왜 거부하냐'는 질문에 "일단 죄송하다는 말씀밖에 못 드리겠다, 제 입장에선"이라고 대답했다. 이후 약 5초간 허리를 숙여 인사한 뒤 호송차량으로 이동했다.

오전 9시 3분께 김태현은 호송차에 탑승해 서울북부지방검찰청으로 향했다.

이 사건을 수사한 노원경찰서는 김씨에게 살인·절도·주거침입·경범죄처벌법(지속적 괴롭힘)·정보통신망 침해 등 5개 혐의를 적용, 구속 상태에서 검찰에 넘겼다.

검찰에 송치한 직후 노원경찰서는 언론 브리핑을 열고 "피해자가 연락을 차단하고 만나주지 않자 (김씨가) 그 이유를 알고 싶고 화가 나고 배신감을 느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발표했다. 다만 "김태현의 일방적인 진술임을 고려해 말씀드리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진술상으로 (미리 준비한 옷에 ) 김태현 본인이 특별하게 의미를 부여하고 있지 않다"며 "범행 후 극단적인 선택을 할 취지였다고 진술했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세 모녀 집에 침입하면서 갈아입을 옷도 미리 준비해간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지난달 23일 근처 슈퍼에서 흉기를 훔친 뒤 피해자 주거지에 침입해 이들을 차례대로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범행 전까지 피해자 중 큰딸을 계속 스토킹했고, 범행 이후 큰딸 휴대전화에서 일부 정보를 훼손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지난달 25일 김씨를 검거하고, 이후 네 차례 조사 내용을 토대로 김씨에게 살인죄 외에 절도, 주거침입, 경범죄처벌법 위반,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4개 혐의를 추가 적용했다.

김씨는 이날 서울북부지검에 들러 검찰 관계자와 간단히 면담한 뒤 송파구에 있는 서울 동부구치소에 수감된다. 이 사건은 서울북부지검 형사2부(부장검사 임종필)에 배당됐다.
 

서울 노원구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김태현이 9일 오전 검찰로 송치되기 위해 서울 도봉경찰서에서 나오던 중 갑자기 마스크를 벗고 있다.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