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폭행·협박 없어도 '공공장소 추행' 처벌은 합헌"

2021-04-01 11:12
성폭력처벌법 11조 위헌여부 첫 판단
"'과잉금지 원칙' 위반 아니다" 판시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폭행이나 협박이 없더라도 공공장소에서 다른 사람을 추행하는 걸 처벌하는 법 조항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1일 헌재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처벌법) 제11조에 나오는 '추행'이 헌법을 위배한다며 A씨가 낸 헌법소원 심판에서 지난달 25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A씨는 2017년 9월 지하철 안에서 피해자 옆에 앉아 손가락으로 피해자 허벅지를 만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과 2심은 A씨에게 성폭력처벌법 11조를 적용해 벌금 150만원과 40시간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선고했다.

그러자 A씨는 대법원 상고와 함께 성폭력처벌법 11조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을 냈다. 하지만 모두 기각되자 해당 법에서 추행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을 위배하고 과잉금지 원칙도 위반했다며 2019년 11월 헌법소원을 냈다.

헌재는 "형법 제298조 강제추행죄와 관련한 '추행'이란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고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추행 개념과 성폭력처벌법 11조 입법 취지를 볼 때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 법감정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 법에서 처벌하는 행위가 무엇인지 합리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면서 "추행 부분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과잉금지 원칙 위반 주장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재는 "공중이 밀집하는 장소는 적극적인 저항 내지 회피가 어렵다는 특수성이 있고, 폭행·협박 등이 없이도 쉽게 추행 행위가 발생한다"며 "공개 장소라서 추행 정도와 상관없이 피해자에게 강한 불쾌감과 수치심을 주므로 유형력이 수반되지 않더라도 비난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를 형사처벌해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장하는 건 중대한 공익이고 법익 균형성도 인정된다"고 봤다.

헌재 관계자는 "공중장소 추행죄를 규정한 성폭력처벌법 11조에 대해 위헌 여부를 판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고 판결 의미를 설명했다.

성폭력처벌법 11조는 대중교통 수단이나 공연·집회 장소, 공중이 밀집하는 장소에서 사람을 추행한 사람은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형을 내리도록 규정한다. 지난해 5월 개정한 내용이다. A씨가 헌법소원을 냈을 때는 형량은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로 이보다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