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외고·자사고 12월 원서접수…학부모는 '고민'

2021-03-30 17:46
2025년 자사고 폐지 의견 엇갈려
일반고 지원·이사 등 고민 다양해

서울 강동구 배재고등학교 교문 앞. [사진=연합뉴스]


"아이가 자사고에 가고 싶다는데 몇 년 후 없어진다고 하니 과학고를 목표로 주력 과목을 다시 설정해야 할지 고민이에요."

교육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는 글이다. 올해도 어김 없이 서울 내 특수목적고등학교 원서 접수일이 발표된 가운데 자율형사립고등학교(자사고)를 염두에 뒀던 중학생과 학부모들은 갈피를 못 잡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올해 과학고등학교는 9월 1~3일, 외국어고등학교와 국제고등학교, 자사고는 12월 8~10일에 원서를 접수한다고 30일 밝혔다.

각 학교는 교육감이 승인한 학교별 전형 요강에 따라 자기주도학습전형, 실기고사, 추첨, 중학교 내신 성적 등을 바탕으로 학생을 선발한다. 자사고·외고·국제고 지원자는 일반고등학교에 중복 지원할 수 있다.

하지만 올해는 학생과 학부모 모두 혼란스러운 상태다. 자사고를 폐지한다는 정부와 이에 반하는 법원 판결 때문이다. 교육부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고쳐 2025년 모든 자사고·외고·국제고를 일반고로 바꾸기로 했다. 서울시교육청도 경희고·배재고·세화고·숭문고·신일고·중앙고·이대부고·한대부고 등 서울 자사고 8곳과 지정 취소 관련 소송을 벌이고 있다.

문제는 서울시교육청이 배재고·세화고에 이어 숭문고·신일고가 제기한 '자사고 지정 취소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패소했다는 것이다. 서울행정법원은 자사고 지정 취소처분을 서울시교육감 재량 이탈·남용 행위로 보고,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서울시교육청은 항소 의사를 밝혔지만, 다른 자사고에도 패소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에 학부모들은 어수선한 분위기를 우려하면서도 자사고가 폐지되지 않을 가능성에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현재 초등학교 6학년 아이를 둔 한 학부모는 "전국단위 자사고를 보내고 싶은데 (자사고가) 없어질거다, 정권 바뀌면 달라질거다 등 조언이 엇갈린다"며 "일반고 생각해서 내신 위주로 했는데 자사고 폐지가 미뤄지거나 안 될 경우도 대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올해 초등 6학년생은 2025년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만큼 입시 전략에 예민할 수밖에 없다.

성동구에 사는 한 학부모도 "자사고 폐지와 고교 블라인드제, 고교 학점제 등이 뒤섞여 이사를 가야할지, 일반고를 보낼지, 자사고로 밀고 나갈지를 두루 고려하고 있다"며 "납득할 만한 기준으로 얼른 정리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수도권 자사고와 국제고 등 24곳은 시행령 개정이 기본권 등을 침해한다며 지난해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한 상태다. 자사고 존폐는 헌법소원 결과에서 최종 결론이 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