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구원등판’한 이호승 靑정책실장…‘LH 사태’ 불 끌까

2021-03-29 18:07
‘학자 출신’ 장하성·김수현·김상조와 달리 기재부 정통관료 출신
‘비서관→경제수석→정책실장’ 승진…높은 국정철학 이해도 장점
李 “코로나 위기 극복·선도국가 도약·사회 불평등 완화 등 집중”

이호승 대통령비서실 신임 정책실장이 29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29일 임명된 지 1년 9개월 만에 전격 교체되면서 이호승 신임 정책실장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이 신임 정책실장은 탁월한 업무추진력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청와대 인사 때마다 차기 정책실장으로 꾸준히 거론돼 오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30일 검찰개혁 갈등 국면에서 김 실장과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 김종호 민정수석과 함께 사의를 밝혔으나, 김 실장의 사의만 반려된 바 있다. 당시에도 김 실장의 후임으로 이 실장이 첫손에 꼽혔었다.

1965년생 전남 광양 출신으로 광주 동신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그는 중앙대(경제학)와 미국 조지아대(경영학)에서 석사를 취득했다. 이후 행정고시 32회에 합격해 기획재정부 종합정책과 사무관, 경제분석과장, 종합정책과장, 경제정책국장을 거치면서 거시와 미시, 일자리 정책 등 각종 경제 정책 입안에 참여했다.

기재부 정통관료 중에서도 정책통으로 분류된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 정책실 초대 일자리기획비서관 겸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기획단장을 지냈다.

2018년 12월에는 기획재정부 1차관으로 승진했다가 6개월 만에 경제수석으로 청와대에 복귀할 정도로 문 대통령에게 업무 능력을 인정받았다. 정부 출범 후 비서관에서 장관급까지 초고속 승진을 한 셈이다. 노무현 정부로 거슬러 올라가면 2006년 8월부터 2008년 2월까지 청와대 행정관으로 일한 경험도 있다.

이 실장은 우선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으로 촉발된 부동산 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을 잠재워야 할 과제를 떠안게 됐다.

신중한 문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상 이번 정책실장 전격 교체는 그만큼 부동산 실정으로 인한 정권 차원에서의 위기감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위기상황이 이 실장의 ‘구원등판’을 앞당긴 것이다.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오전 춘추관 브리핑에서 이 실장에 대해 "재난지원금, 한국판 뉴딜, 부동산 정책 등 경제정책 전반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갖고 있다”면서 “치밀한 기획력과 꼼꼼한 일처리로 신망이 높다. 경제정책 전반에 대한 탁월한 전문성으로 문 대통령 집권 후반기 경제 활력을 회복하고 포용사회 실현 등 국가 과제를 성공적으로 실현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실제 이 실장은 경제수석 재임 시에 정부·여당과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한 대응 등을 조율하며 위기 극복을 이끌었던 경험이 있다.

특히 장하성·김수현·김상조 등 전임 정책실장이 모두 학자 출신이었던 것과 달리 정통 경제관료 출신이라는 점에서 기대를 모은다. 국정 철학과 과제를 폭넓게 이해하고 있는 것을 넘어 관료사회에 대한 통솔력도 겸비했다는 것이다.

이 실장은 춘추관에서 있은 취임인사에서 “코로나 위기 극복을 통해 조기에 일상을 회복하고, 국제질서 변화 속에서 선도국가로 도약하며, 그 과정에서 불평등을 완화하고 사회안전망과 사람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는 등 세 가지 정책과제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과거 많은 문제들이 있었지만 한국은 산업화와 민주화를 차근차근 이뤄냈고, 오늘날 세계 10위권의 중견국과 G7(주요 7개국)에 육박한 소득수준, 문화의 힘으로 세계에서 주목받는 매력 있는 나라를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이 실장은 “앞으로 국민들께서 가진 능력과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하며 자신감 있게 미래로 나아갈 수 있도록 정성을 다해 뒷받침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