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딱선' 타는 북·미, '연일 공방' 미·중...멀어지는 文정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2021-03-29 03:00
北, 잇달아 미사일 발사...바이든 "유엔 결의 위반"
리병철 "美, 자위권 침해"...바이든 겨냥한 첫 입장
미·러 외무장관 연쇄 방한...정의용 방중 가능성도

임기 마지막 해를 앞둔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이른 시일 내 공개될 조 바이든 미국 신(新) 행정부의 대북 정책은 비교적 강경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북한은 최근 탄도미사일을 잇달아 발사하며 때 이른 무력 시위를 하고 있다. '하노이 노딜'로 교착된 양국 대화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는 셈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중, 미·러 관계가 급격히 악화하며 한반도 주변 4강의 도움으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이룬다는 문재인 정부의 대북 구상에도 먹구름이 꼈다. 일각에서는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 견제 목적으로 대북 제재를 어길 가능성까지 점친다.
 

북한이 지난 25일 새로 개발한 신형전술유도탄 시험발사를 진행했다며 탄도미사일 발사를 공식 확인했다. 이번 신형전술유도탄은 탄두 중량을 2.5t으로 개량한 무기체계이며, 2기 시험발사가 성공적으로 이뤄졌다고 자평했다고 조선중앙TV가 26일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

◆北, 바이든 겨냥 첫 공식 입장..."자위권 침해"

28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리병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는 전날 담화를 내고 미사일 시험발사는 주권국의 자위권에 속한다고 주장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북한 미사일 발사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을 위반했다고 지적한 데 대해 반발한 것이다. 북한이 바이든 대통령을 직접 겨냥해 공식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리 비서는 "신형전술유도탄 시험발사는 우리 당과 정부가 국가방위력을 강화하기 위해 제시한 국방과학정책 목표들을 관철해나가는 데서 거친 하나의 공정으로서 주권국가의 당당한 자위권에 속하는 행동"이라고 밝혔다.

그는 "자위권에 속하는 정상적인 무기 시험을 두고 미국의 집권자가 유엔 '결의' 위반이라고 걸고 들며 극도로 체질화된 대조선(대북) 적대감을 숨김없이 드러낸 데 대하여 강한 우려를 표한다"며 "미국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은 우리 국가의 자위권에 대한 노골적인 침해이며 도발"이라고 쏘아붙였다.

그러면서 "미국은 핵전략 자산들을 때 없이 조선반도(한반도)에 들이밀고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쏘아 올려도 되지만 교전상대인 우리는 전술무기 시험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강도적 논리"라며 "생각 없는 발언을 계속하면 좋지 않을 일에 직면할 수도 있다"고 엄중 경고했다.

앞서 북한은 지난 25일 오전 함경남도 함주 지역에서 오전 7시 6분과 7시 25분에 잇달아 탄도 미사일 두 발을 발사한 뒤 이튿날 신형전술유도탄 2발을 시험 발사했다고 직접 밝혔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현지시간으로 25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으로 규정, "긴장 고조시 상응하는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바이든 정부의 대북 정책이 조만간 공개될 예정인 상황에서 북·미가 신경전을 벌이는 셈이다. 문재인 정부로서는 바이든 행정부를 설득해 임기 내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의 불씨를 되살리는 게 최선이지만, 이마저도 어려워지는 모양새다. 유엔 안보리는 북한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30일(현지시간) 비공개 회의를 개최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18일(현지 시각) 미 알래스카 앵커리지에서 열린 미·중 고위급 회담 모습. 왼편이 중국 대표단, 오른편이 미국 대표단.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중·러, 대북 제재 역행 행위 가능성"

북한 비핵화 문제를 둘러싸고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한국 외교당국은 숨가쁜 외교전을 치르고 있다.

미 국무·국방 장관이 이달 중순 바이든 정부 출범 후 첫 해외 출장지로 한·일을 연쇄 순방한 데 이어 러시아의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도 8년 만에 한국을 찾았다.

이에 더해 내주 중국에서는 한·중 외교장관회담이 열릴 예정으로 전해졌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취임 후 처음으로 중국을 찾을 경우 높아지는 대북 리스크와 관련해 중국의 협력을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각에서는 최근 미·중 전략적 경쟁 심화와 미·러 관계 악화를 이유로 들어 중·러가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에 동참하지 않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현승수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중국이 과거에는 미국 눈치를 봤지만 이제 미·중이 루비콘강을 건널 정도의 감정 대립으로 치닫게 되면 중국이 노골적으로 대북 제재를 역행하는 행위를 할 수도 있다"며 "러시아도 유엔 차원에서 방관해줄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과 러시아가 그간 미국 주도의 대북 제재 방안에 동참해왔지만, 미·중, 미·러 갈등이 심화할수록 양국이 미국의 동북아 패권전략을 고발하기 위해 여러 구체적 행위를 취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현 위원은 "한국으로서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구상에 따라 북한을 보호해야 하는데 국제적으로도 그런 분위기로 흐른다고 하면 (북한 비핵화 상황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이전보다 더 안 좋게 갈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