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유세장에 99명 모여도 방역법 위반 아니라고?
2021-03-25 17:59
중수본 "사적모임은 규제하지만, 선거 운동은 모임으로 간주 어렵다"
"정부, 예외 사항 둬 스스로 정한 방역 수칙 무너뜨리는 꼴"
"정부, 예외 사항 둬 스스로 정한 방역 수칙 무너뜨리는 꼴"
정부는 가급적 거리두기를 준수하고 대면을 최소화하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설명했지만, 선거 유세의 특성상 대규모 인파가 동원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방안에 실효성이 있을지 미지수라는 반응이다.
특히 국내 코로나19 확산세가 곳곳에서 이어지는 상황에, 이번 선거 유세로 인한 집단감염 사례가 더욱 늘어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전망까지 나온다.
25일 오전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백브리핑에서 "사적모임 자체는 규제하고 있지만, 선거운동 특성상 유세 과정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인사하는 부분은 모임으로 간주하기 어렵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그는 "유세하더라도 가급적 거리두기를 지키고, 악수 대신 주먹을 부딪치는 식으로 악수를 자제하도록 권고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 역시 이날 안전한 투표환경 조성을 위한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선거 운동 기간 후보자와 선거 사무 관계자 여러분도 직접적인 대면접촉을 최소화하고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해 주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들 관계자 발언은 경우에 따라 사적 모임 규제를 유지하되, 선거 운동은 인정하겠다는 의미다. 시각에 따라서는 정부가 정한 방역 수칙에 특별한 예외 사항을 둬 국민적 논란을 피하겠다는 의도로도 해석된다.
현시점의 정부 방역 규제를 적용한다면 인원이 모일 수 있는 최대치인 행사 제한 집합 인원의 경우 2단계인 수도권은 100명 미만이다. 즉 서울시장 선거를 앞둔 서울의 경우 선거 유세장에 99명이 모인다 해도 이론적으론 문제 될 것이 없다. 인원 밀집에 따른 집단감염 발생이 우려되는 이유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정부가 선거 유세의 예외 사항을 두는 것 자체가 이미 방역 측면에 있어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개인은 열심히 방역 수칙을 준수케 하면서, 선거의 특별성을 강조해 유세 인원의 제한을 푸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코로나 방역이 선거 유세를 피해가는 것은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김 교수는 "거리두기 적용 대상은 공정해야 한다. 이 같은 예외사항이 늘어난다면 방역 수칙을 준수하는 국민들의 피로감도 더욱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한 관계자는 "지난 1년여간 대규모 집회로 인한 집단감염이 코로나 대유행의 도화선 역할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왜 정부가 이 같은 조치를 내렸는지 모르겠다"며 "게다가 최근 상황은 코로나 확진자가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3차 대유행'이 지속되고 있는 시점이 아닌가"라고 우려를 표시했다.
그는 "전형적으로 방역보다는 정치 논리에 입각한 조치다. 정부가 스스로 오랜 기간 자부해 온 방역 원칙을 깨는 것 같아 대단히 아쉽다"며 "또 과연 선거 유세를 완벽하게 비대면으로 진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선거 유세에 동원되는 인력 개개인의 높은 방역 수칙 준수에 기댈 수밖에 없어 방역 당국 입장에서는 선거 전까지 촉각을 곤두세워야 하는 요인이 하나 더 늘어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군집 인원에 대한 세부적 가이드라인이 빨리 나오는 것이 핵심이다. 5인 이상으로 풀렸지만 어느 정도의 제한 선은 있어야 한다고 본다"며 "이 같은 인원 문제를 제외한다면 선거 유세 활동, 투표 활동 등에 있어 마스크를 잘 쓰고, 개인 방역 수칙을 잘 지킬 경우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일단 질병청 내부에서 선거 유세 과정에서 모일 수 있는 집합 인원 수치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이달 28일까지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적용되니, 최대한 이번 주말 내로 선거 유세와 관련된 세부적 내용이 담긴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또 질병청 관계자는 "중수본이 금일 선거 유세 과정에서의 5인 이상 모임에 대해 허용하는 방침을 밝혔지만, 이와 별도로 이메일이나 문자 등 최대한 비대면으로 진행할 수 있는 선거 활동을 권장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