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이냐 철수냐…LG폰 운명 ‘내달 결판’

2021-03-25 03:25
24일 주총서 MC사업본부 향배, 원론적 입장 고수
매각·협상 지지부진...철수·사업 축소에 무게 쏠려
구광모식 실리주의 사업 전환...내달 5일 이사회서 결론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지 2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매각, 철수, 사업 축소 중 최선의 선택을 고심하고 있는 모습이다. 내달 중으로 최종 결정을 내려 ‘구광모식’ 실리주의를 바탕으로 본격적인 체질 개선에 나설 전망이다.

LG전자는 24일 서울 여의도 트윈타워에서 제19기 주주총회를 열었으나, 모바일 커뮤니케이션(MC) 사업본부의 운영 방향에 대해서는 원론적인 입장만 되풀이했다.
 

LG전자가 2017년 3월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스마트폰 'G6'의 제품명을 형상화한 점등 광고 'G6 타임'을 선보인 모습. [사진=LG전자 제공]



배두용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은 MC 사업본부에 대해 “현재와 미래의 경쟁력을 고려해 사업 운영 방향을 다각적으로 재검토 중에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LG전자가 이번 주총에서 MC 사업본부의 방향에 대한 언급을 할 것으로 예상했다. 앞서 권봉석 LG전자 사장이 지난 1월 20일 직원들에게 MC 사업본부의 운영 방향을 전면 재검토한다고 밝힌 뒤, 여러 가지 설이 난무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사업 방향과 관련해 다양한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매각보다는 철수나 축소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LG전자는 앞서 베트남 빈 그룹을 포함해 구글, 페이스북, 폭스바겐, 러시아 국부펀드 등과 매각을 논의했으나, 협상에 진전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철수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이 경우 LG전자 스마트폰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상반기 출시 예정인 스마트폰 ‘레인보우’나 롤러블폰 ‘LG 롤러블’도 볼 수 없다. 소속 직원들은 가전이나 전장 부문으로 재배치된다.

스마트폰과 관련한 특허 등 핵심 기술 내재화를 원하는 LG전자 입장에서는 사업 축소도 유력하다. 연구개발과 특허는 유지하고, 생산은 제조자개발생산(ODM) 100%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중저가폰 중심으로 사업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주총에서 배 부사장은 기존 입장만 재확인했고, 주주들도 별다른 질문을 하지 않았다. 이에 내달 5일 열리는 이사회에 이목이 집중된다. LG전자는 이사회에서 MC 사업본부와 관련해 최종 결정을 내릴 것으로 알려졌다.

내달 사업방향이 최종적으로 결정되면 LG전자는 실리주의를 기반으로 사업 전환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비주력 사업은 과감히 청산하고, 전장‧로봇 등 미래 성장 사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며 조직 변화를 이끌고 있다.

대표적인 미래 사업인 ‘엘지마그나 이파워트레인(가칭)’은 오는 7월 공식 출범한다. LG전자는 주총에서 전장사업본부 내 전기차 파워트레인 관련 사업을 대상으로 물적분할을 의결했다.

분할회사인 LG전자는 물적분할을 통해 분할신설회사의 지분 100%를 갖게 되고, 마그나는 분할신설회사의 지분 49%를 인수할 예정이다.

배 부사장은 “올해는 질적 성장을 위한 사업 포트폴리오 고도화, 고객가치 혁신을 통한 기업가치 개선을 전사 전략 방향으로 추진하고자 한다”며 “이기는 성장, 성공하는 변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 [사진=LG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