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기후 위기 생존전략, 탄소중립은 선택이 아닌 필수
2021-03-20 18:42
기후 변화의 심각성을 전 세계에 알린 공로로 2007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환경운동가이자 미국 제45대 부통령을 지낸 앨 고어(Al Gore)의 ‘불편한 진실’이라는 책과 다큐멘터리가 새삼 부각하고 있고, 스웨덴 출신의 소녀 환경운동가 크레타 툰베리(Greta Thunberg)가 뜨고 있는 가운데, 기후 변화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커지고 관련 계획들도 구체화되기 시작하면서 2050 탄소중립이 새로운 국제사회 질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유럽연합(EU)에 이어 중국과 일본이 탄소중립에 동참하였고, 미국도 조 바이든(Joe Biden) 대통령이 SMR(소형모듈원전)를 2050년 미국 탄소중립 달성의 핵심 기술로 꼽는 등 ‘친환경’을 정책 기조로 내세우면서 가속도가 붙고 있다. ‘애플(Apple)’은 2030년까지 모든 공정에서의 탄소중립을 선언하였고, 미국 ‘블랙 록(Black Rock)’도 환경을 하나의 축으로 하는 ESG(Environment, Social, Governance ; 환경, 사회, 지배구조)투자를 핵심모델로 발표했다. 전 세계적으로 탄소중립 체제가 본격적으로 태동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탄소중립(炭素中立 ; carbon neutrality)’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한 만큼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대책을 세워 탄소 발생량과 감축량의 합을 ‘0(zero)’으로 만들어, 실질적으로 탄소가 추가되지 않음을 의미하는 개념으로 ‘넷-제로(Net-Zero)’라 부른다. 한편,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의 협의체(IPCC ;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는 2018년 10월 우리나라 인천 송도에서 전 세계 기후 변화 전문가들이 모여 개최한 제48차 IPCC총회에서 ‘지구 온난화 1.5℃ 특별보고서’를 채택하였는데, 이는 2015년 파리 기후변화협약 당시 1.5℃ 이행을 위해 노력하되, 실제로 목표는 2℃인 것을 지구 온난화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지구의 평균온도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과 대비해서 2℃ 이내로 유지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1.5℃ 이내로 제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구의 평균온도는 15℃ 정도이다. 산업화 이전인 1850년대에 비해 170년 동안 불과 1℃ 남짓 높아졌을 뿐인데도, 석탄이나 석유 등 화석연료 사용과 목축 등으로 인한 대기 중 온실가스 증가로 태양열의 지구 밖 배출이 막히면서 온도 상승을 불러와, 지구촌 곳곳에서 나타나는 이상기온 현상, 가뭄과 사막화로 인한 물 부족, 잦은 집중호우, 빈발하는 대형 산불, 해빙에 따른 해수면 상승, 저지대 침수 등 각종 재앙이 난무하고 있다. 유엔(UN) 산하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발표한 인천 송도컨벤시아 제48차 총회 ‘지구 온난화 1.5℃ 특별보고서’에 의하면, 지구의 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섭씨 2℃ 오르면 전 세계 산호의 99%가 소멸할 뿐만 아니라 10만5,000종의 생물 중 상당수가 멸종될 가능성이 커지고, 생물 종(種)의 절반 이상이 사라지는 ‘절반 멸종률’은 곤충 18%, 식물 16%, 척추동물 8% 등에 이른다고 한다.
또한, 정부의 지원도 절실해 보인다. ‘한국판 뉴딜’을 강조하며, 이른바 ‘그린뉴딜’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탄소중립과 관련한 녹색산업으로의 전환 및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와 같은 정책들은 참으로 다행스럽다. ‘그린뉴딜’ 5대 주요사업으로는 △친환경 미래 모빌리티, △스마트 그린도시, △깨끗하고 안전한 물 관리체계 구축, △국토생태계 녹색복원, △녹색산업 혁신성장 생태계 조성 등을 내세우고 있다. 따라서 ‘2050 탄소중립’주무부처인 환경부는 탄소중립 이행기반의 확고한 구축과 온실가스 감축 시나리오를 마련하고,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전기․수소충전기 확충 등 미래형 무공해차량 대중화를 앞당길 인프라 구축 등 그린뉴딜 성과를 구체화해 나가야 할 것은 물론, 중간 목표인 2030년 감축 목표도 챙겨나가야 할 것이다. 관계부처 합동으로 기후대응기금을 조성하고, 탈 플라스틱 사회로의 전환 촉진 등 부문별 노력도 가속화하며, 녹색 유망기업 지원 및 녹색일자리도 만들고, 스마트 그린도시 사업도 본격 추진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12월 7일 밝힌 바와 같이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철강·석유화학·정유 등 주력 수출산업을 저탄소 구조로 전환하는 ‘제조업 르네상스 2.0’을 적극 추진함으로써 이산화탄소 포집·저장·활용 기술 개발과 에너지 효율 개선 및 그린 수소 활용 등을 강화해야 한다. 첫째, 철강 산업은 수소 환원 제철과 전기로 적용을 서두르고, 둘째, 석유화학 산업은 나프타를 바이오 혹은 수소에 이산화탄소를 결합한 원료로 대체를 서두르며, 셋째, 정유 산업은 연료 전환을 서두르고 이산화탄소를 회수하는 신기술을 개발해야 할 것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온실가스 감축기여도’는 ①에너지효율향상 44%, ②재생에너지 36%, ③이산화탄소 포집·저장(CCS) 6% ’순으로 나타났다. 에너지효율향상이 가장 효과적인 온실가스 감축 수단이라는 것이다. 정부는 2019년 6월 4일 국무회의를 개최하고, 에너지관리시스템(EMS) 보급, 에너지공급자효율향상(EERS) 의무화, 국민 수요반응(DR) 시장 확대, 에너지효율 학습 네트워크(LEEN) 구축 등이 담긴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2019~2040년)’을 심의․확정하고, 시스템 단위 차원의 관리와 시장 중심의 수요 감축으로 방향을 전환하였다. 특히 에너지공급자에게 전력 소비량 절감 의무를 부여하는 EERS(Energy Efficiency Resource Standards)는 2018년 한국전력공사를 시작으로 2019년부터 한국가스공사와 한국지역난방공사에서 시범사업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서둘러 법제화하여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유럽과 미국에서는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전략으로 탄소 배출을 많이 하는 국가의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제도로 ‘탄소 국경세’를 ‘유럽 그린딜’의 일환으로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한국석유화학협회와 한국철강협회 등에 따르면 국내 산업별 유럽·미국 수출 비중은 △철강 20%, △석유화학 13.3%, △정유 10% 등이다. ‘탄소 국경세’가 추가되면 무역비중 높은 우리나라는 또 하나의 수출장벽이 생기는 셈이다. 선제적인 탄소감축 기술을 개발하여 이에 대한 대비도 충실히 해나가야 할 것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