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바뀐 동학개미] 증시 선수교체...'5060 개미 시대'
2021-03-24 00:00
NH투자증권·키움증권·미래에셋증권 등 국내 3개 증권사가 본지에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월 신규로 개설된 주식 계좌 중 2030세대가 차지하는 비율은 47.4%(20대 23.6%, 30대 23.8%)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동월 60.7%(20대 31.9%, 30대 28.8%)보다 13.3% 포인트나 빠진 수치다. 2030세대의 비중은 전달에 비해서도 크게 줄었다. 지난 1월 20대는 27%, 30대는 25.8%를 차지해 도합 52.8%를 점유했다.
같은 기간 5060세대의 파이는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 2월 5060세대의 비율은 20.5%(50대 14.9%, 60대 5.6%)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동월(13.1%)보다 7.4% 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2월 50대는 10.2%, 60대는 2.9%를 점유했다. 5060세대가 차지하는 비율은 전달에 비해서도 소폭 늘었다. 지난 1월 50대는 14.4%, 60대는 4.7%를 차지해 총 19.1%의 점유율을 나타냈다.
이 같은 흐름은 앞서 진행된 SK바이오사이언스 공모주 청약 때도 드러났다. 대표 주관사인 NH투자증권이 공모주 투자자를 분석한 결과 금액 기준으로 5060세대가 과반수인 60%를 차지했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2030세대의 유입세가 꺾인 건 시장 분위기와 결부돼 있다"며 "시장이 두 달 넘게 박스권에 갇혀 있어 종목에 대한 관심이 줄어드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했다. 이어 "5060세대는 2030세대에 비해 큰돈을 굴리는 경향이 강한데, 큰 자금일수록 천천히 움직이는 흐름을 보인다"며 "최근 부동산가격이 주춤한 데 따른 영향도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도 "젊은 층이 다소 이탈한 것은 최근 주식시장의 조정, 가상자산 시장의 열기 등이 두루 영향을 미쳤다"며 "반면 부동산시장이 주춤하면서 저금리 상황에서 갈 곳 없는 중장년층의 여유자금이 증시로 유입되고 있다"고 했다.
비교적 중량감이 있는 5060세대의 자금이 적극 유입되면 증시가 보다 안정화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5060세대는 젊은 층에 비해 규모 있는 자금을 장기적으로 굴리는 경향이 있다.
이진우 팀장은 "최근의 증시 상승은 젊은 층이 주도한 '분노의 재테크'에 기인해 유행성이 짙다. 단숨에 유입됐다가 단숨에 빠져나간다는 것"이라며 "반면 중장년층 자금은 비교적 보수적이다. 돈을 크게 굴리거나 길게 보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한편 장기금리가 완만하게 오르고 있어 금리 인상에 따른 시장 충격이 크지 않다는 점도 증시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진우 GFM 투자연구소 소장은 "가파른 금리 인상은 없을 것으로 예상되는 바, 시장은 완만한 오름세를 나타낼 것으로 본다"며 "지수가 급격히 빠질 개연성은 크지 않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