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특수본에 ‘부동산통’ 파견… 非주담대 싹 훑는다

2021-03-16 19:00
LH 직원들 대출 포함 회계상황 전반 분석
상호금융 외 저축銀·카드·캐피털사 등 점검
북시흥농협 등 대출급증 금융사 현장검사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에 대한 논란이 커지자, 금융당국이 LH 사건 수사를 위한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특수본)에 인력을 파견하기로 했다. 금융당국은 이어 상호금융을 포함해 전 금융권의 토지담보대출을 비롯한 비주택대출 일제 점검도 진행할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이번 일제 점검 후 비주택대출을 악용하는 사례가 없도록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LH 일부 직원들의 광명·시흥 신도시 땅 투기 의혹이 제기된 경기도 시흥시 무지내동의 한 토지에 산수유가 심어져 있다. [연합뉴스]


16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특수본에 총 5명의 인력을 파견한다. 이는 앞서 특수본이 금융위에 직원 파견을 요청해 온 데 따른 것이다.

금융위는 김동환 국장과 주무관 1명을 보내기로 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앞서 특수본의 인력 파견 요청을 받자 보험연수원 교육이 예정됐던 김 국장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김 국장은 과거 기획재정부에서 부동산정책팀장을 지내는 등 부동산 관련 전문가로 알려졌다. 그는 재정경제부 지역경제정책과, 정책조정총괄과에서 근무한 뒤 2007년 통일부 남북경제협력협의사무소로 옮겼다. 이후 기재부 부동산정책팀장으로 복귀한 뒤 금융위 출범 이후에는 글로벌금융과 금융협력팀장, 정책홍보팀장, 전자금융과장을 지냈다.

특히, 김 국장이 2008년 팀장으로 있던 부동산정책팀은 정책조정국 내 조정총괄과에 소속돼 있었다. 이미 당시에도 매 정부에서 내놓는 부동산 정책이 표심을 좌우할 만큼 영향력이 높았으므로 부동산정책팀 자체 조직 위상도 높았다.

금감원은 회계 조사,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조사 부서 등에서 근무했던 수석검사역 1명과 선임검사역 2명 등 3명을 파견한다. 이 중 1명은 회계사로, 땅 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LH 직원들의 대출을 포함한 전반적인 회계상황을 분석할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특수본 인력 파견 외에도 전 금융권의 비주택대출도 점검한다. 현재 금융당국은 논란이 된 상호금융 외에도 시중은행과 저축은행, 카드·캐피털사 등의 토지담보대출 현황을 파악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최근 부동산시장이 과열되면서 기존 주택담보대출 외에 토지담보대출이 급증한 금융사에 대해서는 현장검사도 진행할 예정이다. 또 전체 금융권 익스포저 중 주담대와 비주담대가 어느 정도 구성이 돼 있는지 종류별 현황과 취급 절차 등을 점검하고 있다.

LH 직원 9명이 대출을 일으킨 것으로 나타난 북시흥농협에 대해서도 현장 검사를 추진한다. 금감원은 우선 조사 시기와 범위 등을 특수본과 조율한 뒤, 건전성 규제나 담보가치 평가 기준 등의 위반 사항을 직접 확인할 예정이다. 국민의힘 정운천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LH 직원이 100억원 상당의 토지를 사는 과정에서 북시흥농협 한 곳에서만 43억1000만원을 대출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거래한 토지의 매매가격은 93억원에 달한다.

금융당국은 비주택대출의 일제 점검 후 추가적인 규제 대책도 검토할 예정이다. 비주택담보대출은 규제가 많은 주택담보대출이나 신용대출과 달리 은행 내규, 모범규준 등으로 관리돼 규제 문턱이 낮다는 지적 때문이다.

현재 상호금융의 비주택 담보대출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은 금융당국의 행정지도로 40~70% 수준으로 관리한다. 시중은행 역시 까다로운 대출심사를 통과하면 감정평가액의 평균 60% 수준으로 대출을 해준다. 사실상 그동안 토지 대출(비주택담보대출)은 아파트(주택담보대출)처럼 일률적인 지역별 LTV 규제를 받지 않았다는 뜻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LH 땅 투기 논란을 언급한 만큼, 금융당국 입장에서도 불법성 여부를 집중적으로 점검할 것"이라며 "그간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규제 사각지대로 무분별한 대출이 실행됐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된 만큼, 이달 중 발표할 가계부채 관리방안에 비주택담보대출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담을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