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예약 사이트, 객실요금 비슷한 이유 있었네

2021-03-15 12:00
5개 호텔예약플랫폼의 최혜국대우 조항 시정
자사 플랫폼에 유리한 조건 제공하라는 조항 삭제·수정

[사진=호텔스닷컴 제공]

호텔예약 플랫폼별로 숙박 가격이 동일한 이유가 있었다. 자사 플랫폼에 제공하는 객실 조건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경쟁사에 제공하지 말라는 조항 때문이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인터파크와 부킹닷컴, 아고다, 익스피디아, 호텔스닷컴 등 국내외 5개 호텔예약 플랫폼(OTA) 사업자가 국내 호텔과 맺은 계약 조항을 심사해 최혜국 대우 조항을 시정했다고 15일 밝혔다.

OTA(Online Travel Agency)는 숙박업체와 소비자를 온라인으로 연결해 숙박예약·계약·결제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를 의미한다.

인터넷을 통한 여행·예약서비스 거래 규모가 급속히 증가하면서 OTA의 국내 숙박업들에 대한 영향력이 커졌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호텔업계는 OTA의 최혜국 대우조항(MFN: Most Favored Nation)이 숙박업계의 가격 경쟁을 제한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공정위는 2019년 12월 서울·제주도에 있는 호텔 16개 업체를 방문해 이들과 거래하는 모든 OTA 사업자의 계약서를 점검했다.

그 결과 인터파크, 부킹닷컴, 아고다, 익스피디아, 호텔스닷컴 등 온라인 호텔예약 플랫폼 사업자가 국내 숙박업체와의 계약에 넓은 범위의 MFN 조항을 사용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넓은 범위의 MFN 조항은 자사 플랫폼에 제공하는 객실 조건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다른 OTA나 호텔 자체 웹사이트에 제공하지 말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A호텔예약 플랫폼에서 B호텔이 10만원에 판매하고 있다면, 이 객실을 B호텔 웹사이트뿐 아니라 C플랫폼, D플랫폼 등에서 10만원보다 저렴하게 판매하지 못하는 개념이다.

또 특정 호텔이 특정 기간 동안 A플랫폼에 10개의 객실을 공급할 것을 약속했다면 다른 호텔 예약 플랫폼도 10개가 넘는 객실을 제공해서는 안 되게 돼 있다. 특정 호텔이 OTA A사에게 특정 룸 컨디션, 취소 조건 등을 적용했다면 호텔 자체 웹사이트와 다른 예약 플랫폼에 이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객실을 제공해서도 안 된다.

이러한 조항은 판매 경로를 불문하고 똑같은 객실 요금과 조건으로 소비자에게 판매하게 해 가격 경쟁이 사라지고 소비자 후생이 줄어드는 결과를 낳았다. 

숙박업체 입장에서는 특정 OTA를 대상으로 객실요금을 낮추는 등 적극적인 판촉 전략을 세울 수 없었고, 신규 업체는 기존 OTA에 비해 낮은 객실요금을 책정하는 방식으로 고객을 유치할 수도 없었다.
 
공정위 조사 과정에서 5개 OTA 사업자는 스스로 MFN 조항을 삭제하거나, 넓은 범위의 MFN 조항을 좁은 범위의 MFN 조항으로 수정했다.

좁은 범위의 MFN 조항은 호텔 자체 웹사이트에만 적용된다. 고객이 전화, 방문, 이메일 안내 등을 통해 예약하는 경우 OTA로 예약하는 것보다 저렴한 가격에 예약할 수 있다.

이번 시정 조치로 국내 숙박업체들은 OTA마다 다른 가격이나 조건으로 숙박상품들을 판매할 수 있게 됐다. 

다만, OTA가 호텔 웹사이트보다 같거나 유리한 조건으로 숙박상품을 제공하도록 한 조항은 허용했다. 김성근 공정위 서비스업감시과장은 "호텔 자체 웹사이트가 OTA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객실을 판매할 경우 소비자들은 OTA에서 숙박상품을 검색하고 예약은 호텔 웹사이트에서 할 수 있다"며 "이는 숙박업체의 무임승차 문제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과장은 "코로나가 진정세로 접어들어 여행산업이 재개하면 이번 조치에 따른 가시적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며 "공정위는 호텔 예약 플랫폼뿐 아니라 다른 플랫폼 분야에서도 관련 사안이 있는지 점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계약조항 시정 예시 [자료=공정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