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도 납품업체 대표 추천에 공정위 경고 처분

2021-03-14 15:20
최저임금 인상에도 하도급업체 3년 간 납품단가 동결
인상 조건으로 대표이사 교체 및 타사 가공품 생산 중단 요구
공정위 "사적인 이득보다 경영 정상화 통한 거래 유지 목적 커"

[사진=만도 제공]

만도가 납품 단가를 인상해 달라는 하도급업체의 요구를 수용하는 대가로 자사 출신의 임원을 해당 업체 대표이사로 앉혔다. 또 자금 집행 계획과 내역까지 꼼꼼하게 보고하도록 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경고를 받았다. 

14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공정위는 이 같은 만도의 불공정 하도급 거래 행위에 경고 조치를 결정했다.

만도는 2006년 5월부터 중소기업 A사에 자동차 부품의 임가공을 위탁했다. 만도와 A사는 매년 초 기본 계약과 연간 납품 품목, 기본 수량, 단가 등이 적힌 연간 발주서를 체결했다. A사가 전사적자원관리시스템(ERP)을 통해 발주 물량을 확인한 후 해당 물량을 만도에 납품하는 형태로 거래가 이뤄졌다.

그런 가운데, A사는 2017년 4월 만도에 단가를 인상해 달라고 요청했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최저임금이 전년 대비 7~8% 상승했는데도 만도가 A사에 지급한 가공비는 3년간 동결됐기 때문이다.

만도는 A사의 단가 인상 요구를 수용하기로 했다. 대신 A사의 대표이사를 바꾸는 것을 조건으로 걸었다. 만도가 추천한 인물은 만도 전 임원인 조모씨였다. 

이에 따라 2017년 7월 A사 대표이사이던 주모씨가 물러나고, 만도 측이 추천한 조모씨가 새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하지만 얼마 가지 못했다. 같은 달 조 사장은 주 사장과의 분쟁으로 해임됐다. 이후 대표이사는 주 사장의 딸인 주 모 과장이 선임됐다.

만도는 단가 인상의 대가로 A사에 대표이사 교체뿐 아니라 A사가 타사에 납품하던 CNC 가공품과 사상바렐 가공품 생산 중단을 요구했다. 이뿐 아니라 A사는 자금 집행 계획과 내역도 만도에 보고해야 했다. 

공정위는 만도가 A사 대표이사 선임에 관여하고, 일부 생산품목의 거래를 중단하게 한 행위가 부당한 경영 간섭이라고 판단했다. '원사업자는 하도급 거래량을 조절하는 방법을 이용해 수급사업자의 경영에 간섭해선 안 된다'는 법 제18조 위반에 해당한다.

18조 위반은 시정조치 대상이다. 그런데도 공정위는 만도에 경고 처분하는 데 그쳤다.

공정위는 "만도의 의도나 목적이 사적인 이익을 위해서라기보다 A사의 경영 정상화를 통한 거래 유지로 보인다"며 "또 만도가 A사에 불이익을 제공하거나 강요한 사정이 입증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할 때 법 위반의 정도가 경미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또 만도가 A사 대표이사로 추천한 자가 곧바로 해임되는 등 경영 간섭의 결과가 명확하지 않은 것도 경고 처분의 배경이다.

공정위는 "A사의 자금집행 계획과 내역을 보고하도록 한 행위의 경우, 만도가 채권자로서 채권 회수를 위한 목적으로 자금 거래를 보고하도록 했다고 봤다"며 "이와 관련해 불이익을 제공하거나 강요한 사정을 확인하기 어려워 부당한 경영간섭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사진=아주경제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