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탁위)가 오는 16일 회의를 열고 삼성전자의 사외이사 연임과 감사위원 선임 안건에 대한 의결권 행사 방향을 결정하기로 했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 수탁위는 16일 회의에서 삼성전자 사외이사 후보 연임과 감사위원 선임 안건에 대한 의결권 행사 방향을 논의하기로 했다. 수탁위는 국민연금의 투자기업에 대한 주주권 행사 방향을 결정하는 기구다.

이번 수탁위 회의는 해외 자문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가 삼성전자의 사외이사 관련 안건에 대해 반대 의결권 행사를 권고하며 열리게 됐다. 삼성전자는 17일 열릴 주주총회에 김종훈 사외이사(키스위모바일 회장), 박병국 사외이사(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의 재선임 안건과 김선욱 사외이사(이화여대 전 총장)의 감사위원 선임을 안건으로 올린 상태다.

국민연금의 공식 의결권 자문사인 ISS는 이들 사외이사와 감사위원 후보들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 기간에 활동하며 경영진에 대한 견제와 감시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반면 또 다른 공식 자문사인 대신경제연구소는 찬성 의견을 권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자문사들인 글래스루이스,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서스틴베스트 등도 찬성 의견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으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는 기금운용본부 차원에서 결정하지만, 논란이 있거나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한 경우 수탁위에서 행사 방향을 결정한다. 앞서 수탁위는 지난 9일 열린 회의에서 최정우 포스코 회장의 연임 안건에 대해서도 '중립' 의견을 내기로 결정한 바 있다. 지난 1월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을 위한 대한항공의 유상증자 관련 안건에서는 반대 의견을 냈다.

삼성전자 주총에서 사외이사 혹은 감사위원 선임 안건이 부결된 사례는 없다. 2018년 주총의 경우 이상훈 전 이사회 의장 선임 안건에 대해 국민연금이 반대표를 행사했다. 당시 찬성률은 61.6%로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다만 올해는 감사위원 선임 안건을 분리하도록 한 개정 상법이 적용되며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방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한 개정 상법은 최소 1명의 감사위원을 다른 사외이사와 분리해 선출하고, 이때 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은 발행 주식수의 3%로 제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민연금의 삼성전자 지분은 지난해 말 기준 6억3868만7780주(10.69%)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