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 쿠팡 연대 짜는 이마트, 네이버 혈맹·이베이 인수 전방위 검토

2021-03-11 05:00

국내 1위 IT·유통사들이 '반(反) 쿠팡 연대'로 새판짜기에 나섰다. 쿠팡이 뉴욕 증시 상장 후 2~3년간 대규모 물류센터 약 6개를 짓는 등 오프라인 인프라 확대에 힘쓸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특히 쿠팡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있는 유통 대기업 신세계그룹은 국내 1위 포털 네이버와 협력 방안을 검토하고, 매물로 나온 정통 오픈마켓 최강자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도 참여하며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신세계그룹 이마트는 10일 "네이버와 업의 성장을 위해 다양한 전략적인 방안들을 검토 중이다"면서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 구체적인 내용이 확정되는 시점 또는 1개월 이내에 재공시할 방침"이라고 공시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사진=신세계그룹 제공]


업계에서는 이마트가 네이버와 2500억원 규모의 지분 교환을 통한 제휴 협약을 맺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분 교환에 따른 협업 대상은 이마트를 중심으로 SSG닷컴, 복합쇼핑몰(스타필드), 대형마트, 슈퍼마켓, 식품신세계푸드 등이 모두 포함된다. 

이마트와 네이버의 지분 교환이 이뤄진다면 △온·오프라인 판매 △오프라인 물류 거점화 △라스트마일 배송까지 이커머스 업계 내 완전체 모델을 완성하는 최초 사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명주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쿠팡의 상장은 중장기적으로 이마트의 위협 요인이 될 것"이라면서 "네이버와 지분 교환을 통한 소매시장 내 커머스 연합 결성 시 신세계그룹은 온·오프라인 전영역의 기업가치가 증대되면서 쿠팡의 중장기적 위협에 대비가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양사가 동맹을 맺는다면 이마트는 자회사 SSG닷컴의 오픈마켓 사업 강화 및 오프라인 매장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네이버 입장에서는 물류 거점으로 활용할 오프라인 점포를 얻게 되고, 신세계그룹만의 독보적인 상품 경쟁력을 온라인몰로 들여올 수 있게 된다.

이마트는 지난해 코로나19 사태에도 그로서리 등 경쟁력을 바탕으로 유통업계 최초로 연간 매출액 20조원을 돌파했다. 다만 SSG닷컴은 지난해 거래액은 3조9236억원으로 고성장하긴 했지만 여전히 인터넷 쇼핑 전체 규모(161조원) 대비 점유율은 2.4%에 불과하다. 

직매입 및 협력업체 상품만 판매해 품목수(SKU) 확대에 한계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만약 거래액 20조원을 상회하는 네이버와 결합하게 된다면 자연스럽게 온라인 플랫폼 거래금액 증가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네이버가 지분 교환과 투자로 갖춰놓은 4PL 풀필먼트, 이륜차 배송 서비스를 활용해 SSG닷컴 내 셀러 입점 편의성도 증대시킬 수 있으며 매장을 통한 빠른 배송 서비스도 제공 가능하다.

이마트 오프라인 점포는 네이버의 기술력을 통해 매장 내 소비자 구매 동선과 제품 배치 효율화 등을 기대할 수 있다. 네이버의 온라인 플랫폼과 이마트의 오프라인 플랫폼을 아우르는 ​독보적인 멤버십 서비스 제공 가능성도 있다.

통합 멤버십이 출시될 경우 쿠팡과 비교했을 때 네이버 웹툰, 신세계 야구단 등 콘텐츠와 오프라인 유통 부문에서 강력한 차별화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앞서 신세계그룹은 매물로 나온 이베이코리아 인수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16일 이베이코리아 예비 입찰을 앞두고 인수 후보군에게 투자설명서(IM)를 수령하면서다. 쿠팡과 비견할 만한 거래대금 20조원을 확보한 사업자인 만큼 신세계그룹과 결합 시 대폭 시너지가 날 것이란 말이 많았다. 

일각에서는 신세계그룹이 이베이코리아 인수보다는 네이버와 협력에 무게를 둘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5조원이라는 가격이 부담 요인이며, 인수 후에도 향후 발생할 비용 역시 리스크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베이코리아 인수 시 인수 금액 이외 기존 전통 오프라인 단점을 극복하기 위한 온·오프라인 플랫폼과의 시스템 통합 및 배송 편의성 향상을 위한 추가 투자가 불가피한데 굳이 5조원이나 주고 투자할 필요가 있겠느냐"면서 "적정가로 내려가지 않는 이상 신세계가 아니라더라도 어떤 유통업체도 쉽게 매입하긴 힘들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