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불찰로 실망·걱정 끼쳐 사과…'좋은 재판' 힘써달라"

2021-03-04 18:58
거짓 해명 논란 후 첫 공식 석상
세 번째 사과…"국민 신뢰 노력"

김명수 대법원장이 4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온라인(화상)으로 열린 전국법원장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김명수 대법원장이 전국 법원장들에게 거짓 해명 논란에 대해 사과하며 '좋은 재판'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대법원장은 4일 오후 열린 전국법원장회의에서 "최근 제 불찰로 법원 가족 모두에게 실망과 걱정을 끼쳐드린 점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올해도 저는 대법원장으로서 법원과 재판의 독립을 지키기 위해 변함없는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법원 구성원은 물론 사회 각계와 소통해 사법행정 구조 개편과 좋은 재판을 위한 제도 개선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김 대법원장은 법관 최초로 탄핵소추된 임성근 전 부산고등법원 부장판사가 재직 당시 제출한 사표를 반려한 상황에 대해 거짓 해명해 논란에 휩싸였다.

그는 사표 수리를 거절하면서 "탄핵하자고 설치는데 사표 받으면..."이라고 말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그런 말을 한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임 전 부장판사가 녹음된 음성파일을 공개하면서 김 대법원장 해명이 거짓으로 드러났다.

법조계에선 내홍이 일었다. 사법부 수장이 삼권분립을 훼손했다는 비판과 사표 수리는 사법농단 대응 차원에서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이 맞섰다.

논란이 커지자 김 대법원장은 구두로 한 번, 법원 내부통신망 코트넷을 통해 글로 또 한 번 사과했다. 지난달 19일 코트넷에 올린 글에서 그는 '큰 실망과 걱정을 끼쳐 드린 것을 깊이 사과한다'며 '(사표 수리 여부에) 정치적 고려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날 세 번째 사과는 회의 시작 전 인사말을 통해 전달됐다. 온라인으로 진행된 회의는 김 대법원장이 논란 이후 처음 나선 공개 석상이었다. 코로나19와 같은 재난 상황에서 사법부 재판 기능을 유지하고, 적시에 사건을 처리하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그는 '좋은 재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법원 구성원 모두 주어진 여건 안에서 인적·물적 자원을 슬기롭게 이용해 좋은 재판을 실현하도록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대법원장은 "올해 처음 시행된 법관 장기근무제도가 사무 분담 장기화와 전문화로 연결돼 사안에 맞는 충실한 심리와 효율적인 분쟁 해결 토대로 작용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아울러 "어떠한 상황에서도 국민이 신뢰하고 의지할 수 있는 사법부가 되도록 각자 자리에서 좋은 재판을 실현하는 일에 성심을 다해 주시길 간곡히 당부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임 전 부장판사는 지난달 28일 임기 만료로 법복을 벗었다. 현재 탄핵 심판 주심을 맡은 이석태 헌법재판소 재판관을 기피 신청하면서 결론이 날 때까지 재판이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