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불황 뚫은 식품기업] '파죽지세' 하이트진로, 테진아'로 날개 달았다
2021-03-02 17:56
지난해 매출액 2조원 돌파 추정...당기순이익 흑자전환
2019년 출시한 '테진아(테라+진로이즈백)' 인기 지속
'종이팩' 등 출시하며 가정용 수요 빠른 대처...와인 매출 상승도
2019년 출시한 '테진아(테라+진로이즈백)' 인기 지속
'종이팩' 등 출시하며 가정용 수요 빠른 대처...와인 매출 상승도
[데일리동방] 하이트진로가 코로나19 불황을 뚫고 '파죽지세'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외식 감소로 인한 업소용 매출 하락 우려를 딛고 호실적을 낸 것이어서 눈길을 끈다.
증권업계는 지난해 하이트진로 매출액을 전년 대비 10.9% 증가한 2조2563억원으로, 영업이익은 124.9% 증가한 1985억원으로 추정했다. 김인규 하이트진로 사장이 지난해 7월 밝힌 '매출 2조원' 목표를 뛰어넘은 수치다. 당기순이익도 866억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했다.
2019년 출시한 맥주 '테라'와 소주 '진로이즈백'이 톡톡한 '효자 상품'이 됐다. 국내 주류시장 소수로 여겨졌던 홈술족들도 실적 개선에 큰 역할을 했다. 하이트진로도 MZ세대를 겨냥한 마케팅을 펼치며 속도감 있게 점유율을 확대했다.
지난해는 주류업계에 어려운 한 해였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당국이 거리두기 정책을 연일 강화하자 사람들은 외식을 삼가고 소비를 줄였다. 업소용 비중이 약 60%로 높았던 하이트진로도 2019년 출시하면서 시작된 '테라', '진로이즈백' 신제품 열풍을 이어갈 수 있을지 불확실했다.
그러나 테라와 진로이즈백의 힘은 강했다. 2019년 3월 출시한 신제품 테라 매출액은 지난해 4131억원으로 전년 대비 107.6% 증가한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해 누적 판매량은 16억병을 넘어섰다.
2019년 4월 출시한 '진로이즈백'도 흥행 가도에 올랐다. 16.9도의 낮은 도수를 앞세우고, '두꺼비' 캐릭터 등 1970년대 디자인을 되살린 복고풍의 제품이다. 진로이즈백을 포함한 하이트진로의 소주 매출액은 1조1613억원으로 전년 대비 11.5% 증가했다.
2019년 치열하게 앞다투던 시장점유율도 안정적으로 확대했다. 지난 1월 이정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하이트진로 맥주 부문 점유율이 2019년 25%대에서 42%까지 증가하면서 1위 오비맥주(50%)와의 격차를 좁혔다고 밝혔다. 하이트진로 매출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소주 부문 시장 점유율도 진로이즈백 출시 이후 53%에서 60% 중반까지 상승했다.
'하이트' 부진으로 10년 이상 지속하던 맥주 부문 적자를 떨치며 깔끔한 세대교체에 성공한 하이트진로는 실제 MZ세대를 사로잡기 위한 마케팅도 활발히 진행했다. 2019년 진로이즈백 출시와 더불어 소주 최초 모델이 된 '두꺼비'는 제품 마스코트로 자리잡았다.
지난해부터는 서울과 부산·대구 등에 주류 캐릭터숍 '두껍상회'를 오픈해 '참이슬 백팩' 등의 '어른이' 상품을 선보여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11번가, 기가지니, 커버낫 등 여러 브랜드를 제한 없이 종횡무진 누비는 '두꺼비 콜라보'는 지금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업소용 매출 부진, 가정 수요 반등 기회로...와인 매출도 상승
하이트진로는 2019년 테라와 진로이즈백을 출시하면서 업소 위주로 물량을 확대하는 정책을 펼쳤다. 그러나 지난해 사회적 거리두기 확산으로 기존 6:4였던 업소용과 가정용 비중이 4:6으로 뒤집히자 선제적으로 '홈술족'을 겨냥한 제품을 내놓으며 가정용 비중 확대에 나섰다.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12월에 가정용 수요를 공략해 각각 400㎖, 600㎖ 용량의 '진로 페트'를 출시했다. 지난해 10월에는 홈술을 즐기는 1인 가구를 겨냥해 160㎖사이즈의 종이팩으로 제작한 '진로 미니팩'을 선보였다.
출시 한 달 만에 100만팩 판매를 달성하는 등 인기를 얻자 지난해 12월에는 유흥용 제품으로도 내놓았다. 종이팩 특성상 깨질 우려가 없어 배달용으로 적합하다는 판단에서다. 당시 오성택 하이트진로 마케팅실 상무는 "진로 미니팩 유흥용은 코로나19 이슈가 지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변화한 음주 트렌드에 맞춘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홈술족 증가는 하이트진로가 수입 유통하는 맥주와 와인 실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3분기 '블랑' 등 수입 유통 맥주 매출액은 14.2% 증가했고, 와인 사업은 전년 대비 10% 이상 성장했다. 와인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인 2015년 대비 3배 이상 성장한 수치다.
하이트진로는 국내 와인 애호가들에게 맞는 컬트와인, 고가의 한정 와인을 지속적으로 발굴하는 한편 '가심비'와 '가성비'로 대표되는 중저가의 합리적인 와인을 선보인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달라진 투자 심리...회사채 수요예측에 10배 몰려
실적 회복이 가시화하면서 하이트진로를 향한 기관투자자 수요도 뜨겁다. 800억원 규모로 계획했던 회사채 발행 수요예측에는 모집자금 대비 10배 이상 많은 8450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이에 하이트진로는 증액을 결정하면서 기존 800억원에서 55%를 증액한 1240억원을 발행한다.
지난달 17일 한국기업평가는 "소주부문이 업계 1위 시장지위를 공고히 하고 있고 신제품 판매호조 등에 힘입어 맥주부문 매출과 점유율이 확연하게 개선되고 있다"라면서 하이트진로(A) 신용등급 전망을 기존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상향했다. 2019년 6월 회사채 정기평가에서 맥주 부문 실적 부진 등을 이유로 '부정적' 평가를 받은 이후 1년 7개월만에 분위기가 바뀐 것이다. 지난해 말 한국신용평가도 하이트진로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올렸다.
하이트진로 실적 개선 여부는 올해 코로나19 확산세에 달려 있다. 심은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코로나19 여파가 지속하면서 주류시장이 전반적으로 부진할 것으로 보이면서 전년 대비 실적이 부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장기적으로는 전년 대비 반등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확진자 수 감소와 외부활동 재개로 인한 수요 회복이 예상된다"면서 "지난해 내내 테라·진로의 판매량 성장세가 지속됐던 점을 감안하면 외부 활동 재개와 함께 점유율 반등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올해 실적은 코로나19 회복 여부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유동적으로 대응하는 방침으로 가되 가정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업소용 수요 회복 상황에 따라 프로모션 등을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