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신사업 찾기 분주]②저금리 장기화에 대체투자 실패 원인
2021-03-02 08:00
보험사 해외 대체투자 작년에만 2천억원…1조원 부실 우려도
보험사들이 솔루션 개발과 빅데이터 자문 등 신사업 진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데는 기존에 진행한 대체투자의 손실 여파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보험사들이 저금리 기조 장기화로 보험 영업 외에 수익 확대를 위해 대체투자에 나섰지만, 해외를 중심으로 잇단 손실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국내 보험사의 해외 부동산과 항공기 투자 등 일부 대체투자에서 총 1944억원의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까지 투자 손실이 발생하지는 않았으나, 차주 부도와 공사지연·중단 등 부실 징후가 있는 자산도 2721억원(해외 대체투자의 0.4%)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금리인하 및 만기연장, 임대료 감액 등 투자조건 조정으로 당초 기대수익 대비 수익성이 악화된 자산도 1조원에 달했다.
대체투자 실패는 곧바로 보험사의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 험업계 각사 실적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미래에셋생명과 KB손해보험은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감소했고, 롯데손해보험은 영업이익이 208억원 넘는 적자를 기록해 흑자 전환에 실패했다.
미래에셋생명은 지난해 변액보험 시장에서 50%가 넘는 점유율을 차지하며 두각을 나타냈지만, 브라질 부동산을 보유한 펀드 투자 등 해외 자산의 평가액이 급락하면서 영업이익이 2019년보다 17.7%나 쪼그라들었다. KB손해보험은 자동차보험 손해율을 85% 선으로 낮추며 실적 기대감을 키웠지만, 미국 호텔 투자에 발목을 잡혔다. 호텔 투자액 손실 충당금 등을 쌓느라 KB손해보험의 당기순이익이 30%나 감소했다.
롯데손해보험도 손해율 개선과 사업비 절감으로 2019년보다 무려 2200억원을 아끼고도 투자 이익이 1816억원이나 감소하면서 전체적인 영업이익이 208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롯데손해보험이 주로 투자한 항공기와 호텔 등이 코로나19로 심각한 타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앞서 보험사들은 코로나19 팬데믹 발생 전 저금리 기조와 통화 완화정책에 대응해 해외 대체투자를 빠르게 확대했다. 한국신용평가 이재우 선임애널리스트의 분석에 따르면 국내 10개 보험사의 해외 대체투자 익스포저(위험 노출액)는 2017년 말 10조5000억원에서 1년 반 만에 15조4000억원으로 증가했다.
금융당국 역시 보험사의 대체투자 손실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올 상반기까지 보험사 자체 점검 결과 파악된 우수사례를 기초로 해외 대체투자에 중점을 둔 리스크관리 모범규준을 마련하기로 했다. 모범규준에는 현지실사와 고(高) 담보인정비율(LTV) 등 고위험 대체투자에 대한 심의절차와 관련한 가이드라인이 포함될 예정이다.
보험사 관계자는 "저금리 기조 장기화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보험사들이 최근 몇 년간 해외 대체투자를 늘려왔다"면서도 "최근 코로나19 영향으로 해외 대체투자에서 잇단 손실을 보자, 보험사들이 최근 빅데이터와 솔루션 등 다른 부수업무를 활용한 수익 창출로 방향을 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