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정권 말기 책임 회피?...정치권 가세에도 공매도 개선 '나몰라라'

2021-02-26 00:00
정무위 "대안 없이 말로만 때워 무책임"

[아주경제 DB]

공매도 시장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세우라는 요구가 거세지고 있지만, 금융당국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치권에선 국민 요구를 반영, 투자자별로 달리 적용돼온 대주거래 상환기간이나 증거금률을 통일해야 한다며 여러 개선안을 제안하고 있지만 금융위원회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권 말기가 다가오자 책임을 외면하면서 일을 미루는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25일 금융위원회 소관 국회 정무위원회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근 의원들은 다각도로 개인투자자와 기관·외국인 간 형평성을 제고할 방안을 제안하고 있으나 당국은 뜨뜻미지근한 반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정무위 소속 한 의원실 관계자는 "정책당국이 대안을 만들지는 않고 말로만 때운다는 인상을 줘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오죽했으면 의원들이 이건 어떠냐 저건 어떠냐 제안을 하겠나"라고 토로했다.

지난 17일 정무위 회의에서는 다수 의원들이 현행 공매도 제도를 지적하고 나섰다.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개인 대상 △대주거래 상환기간 연장 △증거금률 인하 등을 제안한 바 있다. 개인투자자들이 현행 공매도 제도가 차별적이란 지적을 지속한 데 따른 것이다.

현재 개인은 주식을 빌린 경우 60일 이내에 갚아야 하지만 기관과 외인은 상환기간이 6개월이며 연장도 가능하다. 증거금률도 개인은 140%인 반면 기관은 105%에 불과하다.

앞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선진국과 달리 한국은 기관과 외인에 대한 의무 상환기간, 증거금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한국은 기울어진 운동장이 아니라 뒤집어진 운동장"이라는 지적이 올라왔다.

정무위 회의 당시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당국 차원에서 제안에 대해 보다 적극 검토해줄 수 있겠느냐"는 이정문 의원 측 질의에 "그렇게 하겠다"라고 답했지만 당시 분위기는 제안 검토에 우호적이지 않았다는 게 현장 출석자들의 생각이다.

이정문 의원실 관계자는 "검토해보겠다고 말씀은 했지만 긍정적인 뉘앙스는 아니었다"며 "의원 측에서 의견을 드리면 안 되겠다, 잘 모르겠다라고 답을 주시는데, 막상 대안은 주지 않으시니 답답한 심정"이라고 했다.

당국은 오는 5월부터 부분적으로 공매도를 재개하면서 개인투자자들의 공매도 기회를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증권사·보험사 등과 협의해 2조~3조원 규모의 대주 물량을 ‘K-대주시스템’에 구축, 공매도 재개 시점에 코스피200·코스닥150 종목 대부분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다만 개인 공매도 투자 한도는 경험·능력에 따라 차등 적용한다. 초기 투자 시에는 3000만원, 최근 2년 내 공매도 횟수가 5회 이상·누적 차입 규모가 5000만원 이상이면 7000만원 등이다.

당국의 미온적 반응에 일각에서는 "정권 말기 힘이 빠진 것 아니냐"는 지적을 내놓는다. 추진력 있는 정책을 펴는 데 부담을 느껴 근본적인 변화를 외면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상환기간에 있어 개인, 기관·외인 간 차별을 둘 이유가 굳이 있나 싶다"며 "리콜(상환 요구) 역시 굳이 투자자별 차등을 둬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또 "상환기간이 길면 길수록 리스크를 길게 끌고 가는 것이어서 위험하다 볼 수 있지만, 그렇다고 너무 짧은 것도 바람직하진 않다"고 덧붙였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개인에게 적용되는 수준으로 기관·외인 상환기간을 줄여 불평등을 낮춰야 한다"며 "개인적으로는 한 달(개인 최소 대주 상환기간)도 길다는 생각"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