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학폭 폭로에도 가해자 처벌 어려워…"경각심 조성 의미"

2021-02-24 11:21
학폭 전문변호사, 하루 1건꼴 문의 받아
시효문제로 민·형사책임 묻기 쉽진 않아
"피해 사실 '쉬쉬'하는 경향 없어질 것"

학교폭력. [사진=연합뉴스]

유명 운동선수·연예인 등이 학창 시절 학교폭력으로 친구나 선후배에게 피해를 줬다는 폭로가 이어지고 있다. 학교폭력 공소시효는 길면 7년인 만큼 법적 처벌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학교폭력에 대한 경각심 조성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4일 대한변호사협회 인증 학교폭력 전문 노윤호 법무법인 사월 변호사는 아주경제 통화에서 "최근 과거 학교폭력을 처벌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문의가 급증했다"며 "이전엔 한 달에 1~2건 정도 상담이 들어왔다면, 최근에는 2~3일에 1~2건 문의가 온다"고 말했다.

최근 유명인들이 학창 시절 학교폭력을 저질러 피해를 봤다는 당사자와 주변인 폭로가 이어지자 다른 피해자들도 목소리를 내는 것으로 보인다.

관심은 커지고 있지만 가해자를 법적으로 처벌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학교폭력에 적용하는 죄명인 폭행·모욕·상해죄 공소시효는 길어봤자 5~7년이다. 피해자 신체에 피해를 준 폭행죄는 5년이다. 언어폭력과 관련된 모욕죄 역시 5년이다.

민사소송 청구도 쉽지 않다. 민법에 따라 손해를 안 날부터 3년이 경과했거나 불법 행위가 있었던 날부터 10년이 지나면 아무리 손실을 봤더라도 보상을 요구할 수 없다.

피해자들도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는 걸 알지만 뒤늦게라도 진정한 사과를 받고자 폭로하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자아가 형성되는 청소년 시기에 받은 학교폭력 피해가 성인이 돼서도 이어지는 만큼 도의적이라도 책임을지라는 취지다.

노 변호사는 "피해자들은 이전엔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심지어 가족에게도 말하지 않고 참았다고 한다"며 "당한 피해가 학교폭력인지도 알지 못하다가 다른 피해자들이 목소리를 내자 지금이라도 사과받고 싶은 호소 차원에서 문의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양나래 법무법인 라온 변호사도 "폭로는 과거 사건에 대해 형사처벌을 할 수 없지만 도의적으로 책임을 지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폭로가 사회 전반에서 학교폭력에 경각심을 가지는 계기로 작용할 거란 의견도 있다. 과거 가해 행위를 처벌할 순 없지만 앞으론 학교폭력을 당하면 피해자들이 바로 목소리를 내는 바탕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양 변호사는 "과거 폭력 가해자들을 처벌할 수 없겠지만 앞으로 발생할 학교폭력에 대해서는 '쉬쉬하자'는 인식을 탈피할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법무부에서 형사범죄 피해자를 지원하는 것처럼 학교폭력을 당한 학생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의견도 있다.

노 변호사는 "학교폭력은 형사책임이 인정되지 않아 피해자 지원이 불가능한 '법 사각지대'가 생긴다"면서 "정부 차원에서 피해자를 보호하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