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남성 10회 포착에 8번 놓쳤다는 軍···여전히 남은 미스터리

2021-02-23 18:12
차디찬 겨울바다에서 6시간 헤엄쳐
CCTV에 포착됐음에도 인지 못한 軍

박정환 합참 작전본부장이 지난 17일 오후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22사단 귀순자 상황 보고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른바 '헤엄 귀순' 사태를 둘러싼 의혹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북한 남성이 강원 고성 통일전망대 인근 해상으로 헤엄쳐 이동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합동참모본부(합참)가 발표했지만, 의문점은 여전히 남았다.

23일 합참에 따르면 북한 남성은 지난 16일 오전 1시 5분께 강원 고성군 통일전망대 인근 해안 철책 전방 해안을 따라 남쪽으로 이동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잠수복·오리발을 암석 지대에 버렸다.

합참은 그가 북한 모처에서 잠수복을 입고 6시간가량 해상으로 헤엄쳐 이동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찬 겨울 바다라 해도 일체형 잠수복 안에 두꺼운 패딩형 옷을 입어 체온 유지가 가능했다는 것이다.

경계태세에서도 문제가 지적됐다. 검열단이 감시·경계용 카메라인 폐쇄회로(CC)TV를 확인한 결과 CCTV에 총 10차례 포착됐다. 군은 9·10번째가 돼서 식별하고 상황을 전파했다.

처음 CCTV에 등장한 것은 오전 1시 5~38분이다. 당시 4대 CCTV에 북한 남성이 5회 포착됐다. 그러나 상황실에선 2회 경보음(알림)이 울렸음에도 자연적인 오작동으로 보고 놓쳤다.

오전 1시 40~50분 사이에는 북한 남성이 해안 철책 배수로를 통과했다. 그러나 해당 부대는 배수로 존재 자체를 몰랐던 것으로 확인됐다.

오전 4시 12~14분에는 동해안 최전방 해군 합동작전지원소 울타리 경계용 CCTV에서 그를 3회 포착했다. 그러나 경보음이 울리지 않아 인지하지 못했다.

결국 오전 4시 16~18분 사이가 돼서야 민통선 소초 CCTV에서 2회 포착했다. 해당 근무자가 식별 후 보고를 한 후에야 파악한 것으로 드러났다. 

보고 역시 늦었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오전 4시 16분께 식별한 후 31분이 지나서야 고속상황전파체계로 주요 부서·직위자에 전파된 것으로 드러났다. 소속부대 지휘관 22사단장은 4시 50분이 돼서야 보고받았다.

합참은 경계 과정에서 감시 임무수행 소홀과 시설물 관리가 부실했던 점을 밝혔다. 합참 관계자는 "해당 부대 상황실 간부·영상감시병이 임무수행 절차를 미준수해 식별하지 못했다"며 "시설물 관리도 부실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합참의장 주관 작전지휘관 회의를 열어 기강을 확립하겠다고 설명했다. 국방부는 22사단장 등 지휘계통 문책에 대해서도 향후 조치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