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보] 미얀마 시위, 오늘도 계속...'총 4명 총격 사망'으로 '유혈사태' 번져

2021-02-21 18:12
19세 소년·36세 남성·민간 자경대 사망...탄피 발견, 실탄 사용 정황
오늘 오전에도 20일째 시위 계속...22일 '총파업' 예고에 긴장 고조

미얀마 쿠데타 사태가 총 4명의 시민이 총격으로 사망한 유혈사태로 번지면서 군부를 향한 미국과 유럽 각국의 규탄도 거세지고 있다. 강경 진압과 사상자 발생에도 미얀마 시민들은 반(反)군부 시위를 이어가고 있어 추가 사상자 발생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21일(현지시간) 미얀마 만달레이에서 열린 시민들의 반군부 시위.[사진=AP·연합뉴스]


지난 20일(이하 현지시간) 로이터와 AFP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미얀마 제2 도시 만달레이에서 벌어진 군부의 쿠데타 규탄 시위 진압으로 2명이 숨지고 최소 30여명이 다쳤다. 일각에선 부상자가 100명 이상에 달한다는 보고도 잇달았다. 

현지 매체와 만달레이 응급의료기관은 신원이 알려지지 않은 18세 미만의 남성과 목수로 알려진 36세 남성 텟 나잉 윈이 각각 두부와 가슴에 총을 맞고 사망했다고 전했다.

같은 날 밤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서도 민간 자경단 1명이 검문 중 경찰의 총에 맞아 숨졌다. 미얀마 정치범지원협회(AAPP)는 전날까지 수배령을 받고 있던 6명 중 한 명인 배우 루 민을 비롯해 시위 참가자 569명이 체포됐다고 집계했으며, 미얀마 당국은 관련 사태에 대한 어떠한 정보 확인에도 응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미얀마 군부의 시위 진압으로 숨진 피해자는 총 4명으로 늘어났다. 첫 사망자는 지난 10일 수도 네피도 시위에서 머리에 총상을 입어 뇌사상태에 빠졌다가 끝내 사망한 20세 여성 미아 뗏뗏 카잉이다.

추가 사상자 발생도 우려된다. 현지매체 등에 따르면 21일 오전부터 수도 네피도와 양곤, 만달레이 등 미얀마 전역에서 반군부 시위가 재개됐고, 22일에는 카잉을 추모하는 총파업이 예정돼 있다는 이유에서다.

미얀마 군부는 이날 시위대 진압을 위해 만달레이에 500여명의 군경을 투입한 후 시위대를 향해 무차별 총격을 가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특히 시위대 진압을 지원한 군부대가 지난 2017년 미얀마 소수민족인 로힝야족의 학살 사건을 자행한 것으로 악명 높은 '33 경보병 사단'인 것으로 알려져 주목을 받는다.

로이터통신은 군경의 실탄 발포 여부가 명확히 확인되진 않았지만, 총격 사망자 주변에서 시민들이 다수의 탄피와 탄약통 등을 발견했다면서 군경의 실탄 발포 정황을 암시했다.

아울러 시민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게시물을 통해 군경이 물대포와 함께 최루탄과 고무탄, 나사못 머리 4개를 이어 붙여 만든 스파이크와 볼트, 너트 등을 발사했다고 전했다.
 

20일(현지시간) 미얀마 만달레이 시위 진압 과정에서 발포된 것으로 보이는 탄피와 돌, 너트 등.[사진=AFP·연합뉴스]


미얀마 군부의 시위대 무차별 총격에 국제사회의 규탄도 이어지고 있다.

네드 프라이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과 미얀마 주재 미국 대사관은 각각 트위터 입장 표명과 성명을 통해 '깊은 우려'의 목소리를 냈으며, 특히, 프라이스 대변인은 "미국은 버마 시민들의 편"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미얀마 군경의 첫 시위대 실탄 사격 시점인 지난 15일부터 제재 논의에 돌입한 유럽연합(EU)은 사망자 발생에 더욱 강경한 목소리를 냈다.

EU 집행위원회 대변인은 성명에서 "사망 경위를 투명하게 조사해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몰아붙인 데 이어,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정책 고위대표는 "평화적인 민간 시위대에 대한 군의 폭거를 강력히 규탄한다. 미얀마의 군과 모든 보안 병력은 민간인에 대한 폭력을 즉각 중단하길 촉구한다"고 트위터를 통해 목소리를 높였다.

프랑스 외무부와 영국 도미닉 라브 외무장관도 각각 "오늘 자행된 폭력은 용납할 수 없다", "미얀마의 평화 시위대에 대한 발포는 선을 넘은 것"이라면서 강한 비판과 함께 추가 제재 등을 예고했다.

한국 외교부와 일본 외무성 역시 우려와 함께 폭력 사용 자제를 촉구하고 미얀마의 민주주의 질서 회복을 거듭 요구했다.

한편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 최고사령관이 지난 1일 아웅산 수치 미얀마 국가고문과 윈 민 미얀마 대통령, 여당인 민주주의민족동맹(NLD) 의원 등 400여명을 구금하고 쿠데타를 공식 선언, 1년간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군부의 쿠데타 선언 다음 날인 2일부터 미얀마 각지에서 쿠데타에 항의하는 시민 불복종 운동 등 반(反) 쿠데타 시위가 이어졌다.
 

21일(현지시간)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의 도로 노면에 군사 쿠데타를 반대하고 민주주의 회복을 요구하는 구호가 적혀 있다.[사진=로이터·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