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새해전야' 유태오 "패럴림픽 선수役, 스스로 '편견' 가질까 걱정"
2021-02-19 00:10
영화 '새해전야'(감독 홍지영)도 마찬가지. 인생 비수기를 끝내고 새해엔 더 행복해지고 싶은 네 커플의 두려움과 설렘 가득한 일주일을 담은 작품에서 유태오는 패럴림픽 국가대표 래환을 연기했다.
래환은 패럴림픽 스노보드 국가대표 선수. 세상의 편견에 부딪혀 연인 오월(최수영 분)에 늘 미안하기만 하다. 특유의 근성과 끈기로 좋은 성적을 내며 스포츠계 떠오르는 유망주가 된 그는 7년을 만난 연인 오월에 프러포즈하며 행복한 미래를 꿈꾼다.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에이전시 계약 제의까지 들어오며 모든 것이 술술 풀리는 듯했으나 그의 상황을 이용하려는 에이전시 때문에 오월과 틀어지고 만다.
패럴림픽 국가대표라는 점도 오랜 연인에게 미안함을 느끼는 인물의 심리도 쉽지 않은 캐릭터. 유태오는 캐릭터를 연구하고 자신을 녹여내며 래환이라는 인물에 가까이 다가가고자 했다. 아주경제는 유태오와의 인터뷰를 통해 카메라 안팎의 고민 그리고 노력에 관해 들어 볼 수 있었다.
다음은 아주경제와 인터뷰를 나눈 유태오의 일문일답
우여곡절 끝에 영화가 개봉하게 됐다
- 1년 만에 극장에서 영화를 봤다. 기분이 정말 좋더라. '내가 이렇게 그리워하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가 개봉하게 돼 기쁘다.
완성된 영화를 보니 어땠나
패럴림픽 국가대표 선수 래환 역을 선택한 이유는?
- 래환이 신체적 장애가 있지만, 선입견 없이 접근하는 자체가 좋았다. 장애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태도였다. 이런 영화가 만들어지길 바랐다. 세계가 이들을 바라보는 편견 안에서 어떻게 반응하고 있는지를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다.
래환이라는 인물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 궁금하다. 내적·외적으로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 장애가 있는 분들의 마음을 감히 제가 어떻게 알겠나. 그런 느낌도 연기를 통해 보여드릴 마음이 없었다.
캐릭터의 롤모델이 있다고 들었다
- 스노우보더 박항승 선수를 모델로 했다. 박항승 선수가 프리 프로덕션 과정부터 촬영까지 많은 도움을 주셨다. 실제 래환처럼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고 계시다. 영화에도 재활 운동을 받는 패럴림픽 국가대표 역할로 한 장면 등장하신다.
패럴림픽 국가대표 선수를 연기하기 위해 따로 조사한 점이 있다면?
- 사고 트라우마를 어떻게 극복하는지 찾아봤다. 외적으로 조사는 했지만, 몸으로, 마음으로 이해하는 건 또 다른 일이다. 제가 12살부터 20살 때까지 농구를 했다. 미국 프로 농구(NBA) 진출도 꿈꾸고 있었다. 그런데 18살에 십자인대를 다쳤고 두 번이나 수술을 받게 됐다. 어떤 일을 통해 오래 해오던 일, 꿈을 포기하고 정체성을 바꿔야 한다는 점은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심적인 부분에서 공감하는 바였다. 물론 다리를 잃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저의 경험에서 (일체 하는 부분을) 찾아야 하니까. 래환이 느꼈을 심리 등 그에 관한 이력서를 만들었다.
래환을 연기하며 어려웠던 지점이 있었다면?
- 편견 없이 다가가야 한다는 점이었다. 항상 겁이 난다. 혹시라도 무의식중 장애를 가진 이들에 관한 편견을 가지고 있거나 어떤 점에서 비판하는 면이 있을까 봐. 너무 싫지 않나. 스스로 계속해서 질문했다. 래환을 불쌍하게 여기지 않으려 했다. 그렇게 생각하면 스크린으로 드러났을 거다. 그게 저의 유일한 걱정이었다.
극 중 많은 커플이 등장한다. 그 중 래환과 오월 커플만의 차별성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우리 커플은 타인의 시선에 신경 쓰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랑' 그 자체가 더 중요하지. 정말 순수하게 서로를 생각한다는 게 차별점 같다. 또 극 중 유일하게 7년이나 만난 커플이다. 홍 감독님께서 제일 편안하고 단단하면서 잔잔한 느낌을 냈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 초점을 거기에 맞추려고 했다.
최수영은 배우 정경호와 오래 사귀었고 유태오도 니키 리와 장기 연애 끝에 결혼하지 않았나. 실제 경험이 연기에도 도움을 주었나?
- 그렇다. 저도 수영 씨도 비슷한 경험을 해왔기 때문에 접근에 있어서 어려운 점은 없었다. 둘 다 편안하게 연기한 것 같다. 오랜 연애 경험으로 연기해온 것 같다. 또 수영 씨가 워낙 털털한 성격이라 금방 친해질 수 있었던 거 같다.
래환은 순수한 면을 간직한 인물이다. 영화 곳곳에서 그런 점이 잘 드러나는데.
- 홍지영 감독님의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인물에 관해 고민했고 함께 대화를 나누며 인물을 완성 시켰다. 똑같은 대사를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서 성숙해지기도 하고 순수하게 느껴지기도 하니까.
빅토르 최부터 래환 역까지 쉽지 않은 캐릭터였다. 이런 캐릭터들을 맡는 이유는?
- 작품을 선택할 때 전작과 전혀 달랐으면 좋겠다. 또 국내에서 보지 못한 캐릭터를 해보고 싶다. 이 두 가지가 저의 작품 선택 기준인 것 같다. '레토' 이후 가수 캐릭터들이 들어왔는데 흥미가 느껴지지 않더라. 작품 자체는 훌륭했지만, 저 스스로가 해본 캐릭터는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또 해왔던 연기를 또 했을 때 기대는 게 습관이 될까 봐 두렵다. 쉽게 연기할까 봐. 스스로 발전하는 모습이 느껴지지 않으면 흥미를 잃는다. 제 딜레마인지도 모르겠다. 새로운 걸 하면서 롤모델이 없는 역할을 찾고 있다. 저의 숙제기도 하다. 제 성격이 이래서 피곤하게 사는 것 같다. 하하.
'새해전야'가 유태오에게 남긴 것은?
- '새해전야'를 찍을 당시 육체적, 정신적으로 가장 힘들 때였다. 해외 드라마 촬영을 위해 왔다 갔다 하면서 트레이닝을 했고 tvN '머니게임'도 찍었다. 그러면서 래환, 유진, 병화까지 감수성에 차이점을 두는 게 어려웠다. 동시에 많은 걸 안고 가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그 경험과 시간 덕에 조금 더 단단해진 것 같다.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
- 먼 미래, 사람들이 제 영화를 보면서 긍정적인 반응이나 영감을 느끼길 바란다. 제가 어릴 때 영화를 보며 많은 걸 느꼈던 것처럼.
차기작은?
- 단막극을 찍고 있다. tvN 드라마 스테이지 단편 중 하나다. 근 미래를 배경으로 한 스릴러다. 그중에서도 제 역할은 멜로적이다. 제대로 멜로를 찍어볼 수 있을 것 같아서 기대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