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되는 브랜드 정리한 롯데GFR, 뷰티·에슬레져 출시하며 '새판짜기'

2021-02-19 05:00
MZ세대 타깃 온라인 확장성 고려한 포트폴리오
2년간 체질개선 집중한 정준호 대표 본격 기지개

[사진=롯데GFR 제공]

롯데지에프알(GFR)이 출범 2년 만에 뷰티·에슬레져 신규 브랜드를 출시하며 새판짜기에 나섰다. 돈 안 되는 브랜드를 싹 다 정리한 롯데GFR은 올해부터는 MZ세대를 타깃으로 새 포트폴리오를 정립하겠다는 구상이다. 브랜드 개발 전문가로 불리는 정준호 롯데GFR 대표가 제 실력을 발휘할 때다.

18일 롯데GFR은 영국 코스메틱 브랜드 '샬롯 틸버리'와 프랑스 프리미엄 라이프스타일웨어 까웨(K-WAY)를 신규 브랜드로 출시한다고 밝혔다. 롯데GFR이 화장품 브랜드를 출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샬롯 틸버리는 케이트 모스, 지젤 번천 등 유명 셀럽의 메이크업을 담당했던 스타 메이크업 아티스트 샬롯 틸버리가 2013년 설립한 영국 화장품 브랜드다. 한국 시장 운영권을 두고 경쟁이 치열했는데, 롯데GFR은 화장품 사업 경험이 없는 데도 5년간 독점권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국내 1위 유통 사업자 롯데쇼핑과 롯데면세점을 그룹사로 둔 덕분이다. 롯데GFR은 샬롯 틸버리를 올 하반기 백화점 및 면세점의 온·오프라인에서 출시할 계획이다. 5년 내 2000억원 매출을 목표로 잡았다.

롯데GFR이 화장품 시장에 뛰어든 이유는 의류 만으론 빠르게 변하는 소비자 눈길을 잡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패션업체들은 주력 분야인 패션의 실적 부진이 이어지자 사업 다변화를 통해 새로운 활로를 모색해왔다. 경쟁사인 신세계그룹 신세계인터내셔날은 2012년 가장 먼저 화장품으로 눈을 돌려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현대백화점그룹 한섬도 지난해 기능성 화장품 전문기업 클리젠 코스메슈티칼 지분 51%를 인수했으며, 오는 6월 프리미엄 더마 화장품 출시를 앞두고 있다.

정준호 롯데GFR 대표. [사진=아주경제DB]

​그동안 생존을 위해 줄줄이 비효율 브랜드 운영을 줄여온 롯데GFR 역시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돌파구로 삼은 것이다. 롯데GFR은 롯데쇼핑 자회사인 엔씨에프(NCF)와 롯데백화점 패션 사업 부문인 GF(글로벌패션)를 통합한 법인이다. 2018년 통합 당시 2022년 매출 1조원 달성을 목표로 내걸었다.

구원투수로는 정 대표를 영입했다. 1987년 삼성그룹에 입사해 오랜 기간 신세계인터내셔날 해외사업을 맡았으며 '몽클레르', '크롬하츠' 등 해외 패션 브랜드 판권을 국내로 들여오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해외 패션시장에서 '가브리엘 정'으로 통하는 정 대표는 패션 브랜드에 탄탄한 인적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어 기대감을 모았다.

예상과 달리 정 대표는 출범 2년이 넘도록 신규 사업 없이 기존 사업만 정리했다. 지난해 '훌라', '폴앤조', '소니아리키엘', '짐보리', '꽁뜨와데꼬또니에' 등을 정리한 데 이어 최근 독일 명품 브랜드 '아이그너'도 접었다. 캐시미어 브랜드 '콜롬보 노블파이버'도 더 이상 계약을 연장하지 않을 계획이다. 남은 브랜드는 '겐조', '나이스크랍', '빔바이롤라'다.

기나 긴 체질 개선을 마무리한 정 대표는 본격적으로 자신의 역량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정 대표는 "롯데지에프알의 신규사업은 미래 시장에 적합한 애슬레저, 컨템포러리, 뷰티 및 라이프 스타일 분야에서 가성비와 온라인 확장성이 크다"면서 "25세부터 25세 사이 MZ세대를 주 고객으로 하는 브랜드들로 포트폴리오를 혁신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코로나로 인해 더욱 빠르게 변하는 시장 환경에서 패션회사는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패러다임의 전략이 있어야 생존 가능하다"면서 "새롭게 출발하는 롯데지에프알은 전통적인 회사들과는 다른 포트폴리오와 조직문화를 통해 패션업계의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