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죄 적용된 이모 부부, 혐의에도 당당..."기자·형사들 정해놓고 질문"

2021-02-18 07:56

[사진=연합뉴스]


10살 조카를 잔인하게 고문해 사망케 한 이모 부부에 대한 살인죄가 적용된 가운데, 이모가 경찰과 언론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17일 검찰로 이동하기 위해 경기 용인동부경찰서에서 나오던 이모 A씨는 기자들이 질문을 쏟아내자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라고 말했다.

이어 '혐의를 부인하느냐'는 질문에 "아니다. 정말 잘못했다 생각은 한다. 더 얘기하고 싶은 게 많다"고 답했다. 이어 '친모에게 체벌했다고 어떤 메시지를 보냈느냐'는 질문에는 "그게 다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 기자들도 형사들도 너무 정해놓고 자꾸 질문만 하는 것 같다"며 불만을 말했다. 

반면 A씨 남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 두 사람은 친모가 맡긴 조카를 학대로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8일 오전 9시 30분쯤 두 사람은 조카가 소변을 가리지 못한다는 이유로 도구를 이용해 마구 때리고 손발을 묶은 뒤 머리를 물이 담긴 욕조에 10여분간 강제로 넣었다가 빼는 등 학대해 사망케 했다. 

낮 12시가 넘어서야 이들은 119에 신고했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사망했다. 이 과정에서 의료진과 구급대원은 몸에 멍을 발견해 아동학대 의심 신고를 했다. 경찰은 '아이를 몇 번 때린 것은 사실"이라는 진술에 따라 이들을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긴급 체포했다. 

숨지기 전 지난달 24일에도 욕조 물을 이용한 학대가 있었고, 체벌 등 신체적 학대도 지난해 말부터 20차례 넘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 과정에서 A씨가 "조카가 숨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고 진술하자, 경찰은 이들의 혐의를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학대치사 혐의에서 살인으로 변경했다.

부검 결과도 살인죄 적용에 영향을 줬다. 부검의는 '속발성 쇼크로 사망'한 것이라고 추정했다. 외상에 의해 생긴 피하출혈이 순환 혈액을 감소시켜 쇼크를 불러와 숨진 것으로 보인다는 뜻으로, '물고문'과 그전에 이뤄진 폭행이 쇼크를 불러온 원인일 가능성이 있다.

한편, 친모도 아동복지법상 방임 혐의로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 친모는 두 사람의 폭행을 알면서도 아무런 보호 조치를 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