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통상적으로 보고·지휘"…본질 바뀐 '김학의 사건' 전말
2021-02-17 18:14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긴급 출국금지 의혹 사건이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수사 지휘가 진행됐던 것으로 파악됐다. 대검 반부패부장을 거쳐 그 윗선인 검찰 최고수뇌부까지 정상적으로 보고된 사실이 확인됐다.
17일 복수의 검찰 관계자들에 따르면, 당시 반부패부장이었던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동부지방검찰청장 명의 출국금지 서류의 사건·내사 번호가 다르다'는 당시 수원지검 안양지청 수사팀에 "동부지검에 확인해보라"는 취지의 수사지휘를 했다. 긴급 출금 요청서를 제출한 이는 이규원 검사다.
동부지검에 확인한 이후 문제가 있다면 추가로 수사를 하라는 취지로 읽힌다. 그간 '이규원 검사 수사'를 가로막았다는 공익 신고자 주장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증언이다.
수원지검 안양지청 수사팀은 2019년 4월 법무부로부터 김 전 차관에게 출국 금지 여부가 유출됐다는 사건을 의뢰받아 수사하던 중 서류 하자 문제를 발견했다.
이후 수사팀은 김 전 차관 출국금지 여부를 알려준 인물에 대해서는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고, 이규원 검사가 동부지검 검사장 명의를 도용해서 출국금지시켰다고 반부패부에 보고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뒤늦게 문제가 불거진 데 대해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절차적 하자'를 문제 삼는다면 오히려 공익제보자 주장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2017년 대검은 과잉수사 논란을 빚어온 특별수사 전담부서를 대폭 축소했다. 이에 따라 전국 지방검찰청 산하 41개 지청 특수 전담 부서가 사라졌다. 이후 2018년도에는 특수수사 총량이 전체적으로 줄어들었다. 특수부가 없는 지검이나 지청에서 특수수사를 하기 위해서는 '부패범죄수사절차에 관한 지침'에 따라 대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원칙적으로 일선 지청에서는 특수수사가 불가능하지만 대검이 승인하면 수사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이규원 검사와 관련한 서류상 하자 사건의 경우도 추가 수사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지침에 따라 반부패부에 보고해야 하지만, 관련 보고는 전혀 없었다는 게 복수의 검찰 관계자들 설명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추가 수사를 하겠다고 절차를 밟았으면 심도 있게 검토를 했을 텐데, 그런 절차가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김 전 차관 출국금지 여부 유출과 관련해서는 조사를 하고 있었던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규원 검사 사건은) 동부지검에 확인해보고 결과에 따라 수사를 계속할지 여부에 대해 의견을 달라고 했는데 확인해 보니 문제가 없다는 보고서가 왔다"며 "대검이 압력을 넣었다고 하는데 수사 여부를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토로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당시 수사 지휘가 부당하다고 생각했다면, '검사의 이의제기 절차 등에 관한 지침'에 따라 추가 수사를 주장하는 방법도 존재했다"는 말도 흘러나온다.
한편, 이 지검장은 이날 김학의 출국금지 사건과 관련해 처음으로 입장을 밝혔다. 그는 입장문을 통해 "사실과 다른 내용이 위법하게 공개되는 것에 대해 향후 법적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