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억대 건물주 '영앤리치'의 비법은 '탈세'… 국세청, 세무조사 착수
2021-02-17 12:00
불법 대부업자·유사투자자문업체 탈세 혐의자도 조사 대상 올라
#A씨는 부모로부터 70억원 상당의 주식을 증여받아 30대 초반에 법인 대표가 됐다. A씨는 매출이 급증하자 직원 명의로 유령업체를 설립해 광고비 명목으로 거짓세금계산서를 수취하고 친인척 명의로 가공의 인건비를 만들어 소득을 탈루했다. 그는 시가 70억 상당의 주택에 거주하며 건물을 취득하고 회사 명의 슈퍼카를 타며 호화생활을 누렸다. 국세청은 탈루소득을 적출, 법인세 등 수십억원을 추징했다.
국세청은 코로나19 위기를 틈타 편법증여로 재산을 불린 '영앤리치(Young & Rich)'와 민생침해 탈세 혐의자 61명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17일 밝혔다.
이번 조사 대상에는 뚜렷한 소득원 없이 부모 등 사주일가의 편법증여로 재산을 불리거나 숨긴 소득으로 다수의 아파트와 레지던스·꼬마빌딩·회원권을 취득한 38명이 포함됐다. 이들 중 편법증여를 받은 영앤리치 사주일가 16명의 평균 재산가액은 186억원에 달한다. 자산별 평균금액은 레지던스 42억원, 꼬마빌딩 137억원, 회원권 14억원 등이다.
위기에 취약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고리의 이자를 수취한 불법 대부업자, 의료기·건강식품업체, 유사투자자문업체 등 민생침해 탈세혐의자 23명에 대해서도 조사에 착수했다.
이번 조사 대상인 미등록 대부업자는 은행 대출이 어려운 영세상인과 자영업자에 자금을 대여한 후 고리의 이자를 현금으로 수취해 탈루했다. 또, 배우자 명의로 수도권 재건축 지역 소재 고가 아파트를 다수 취득했다. 유사투자자문업체의 경우 자격이 없는 사람을 유명 주식전문가로 허위 광고하고 10여개의 위장업체를 설립해 소득금액을 탈루했다.
'반성은 없다'… 세무조사 받자 더 교묘한 수법으로 탈세
국세청이 편법증여와 민생침해 탈세자에 대한 조사를 시작한 것은 불공정 탈세 현상이 증가하고, 민생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위기를 악용하는 민생침해 탈세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병원장 C씨는 과거 세무조사를 받고 수십억원의 세금을 추징당하자 세무대리인과 공모해 탈세 계획을 세웠다. 세무대리인으로부터 폭탄업체(자료상)를 알선받아 수백억원에 달하는 거짓세금계산서를 수취하고, 다수의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의료기 매입비용을 부풀렸다. C씨가 탈루한 소득은 100억원이 넘는다. 그는 세무조사를 피하기 위해 친인척 차명계좌를 동원해 자금흐름을 꾸며 탈루 소득을 회수했다.
그러나 C씨의 치밀한 탈세 행각도 결국 국세청의 레이더에 포착됐다. 국세청은 탈루소득을 적출해 소득세 등 100억원대의 세금을 추징하고 세무대리인을 포함한 관련자들을 조세포탈범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는 반사회적·악의적 탈세에 엄정하게 대응하겠다는 국세청의 세정 기조와 궤를 같이 한다. 국세청은 올해에도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부담을 덜기 위해 조사 건수를 줄이고, 자영업자에 대한 세무검증 배제 조치를 연장했다. 반면 민생침해, 역외탈세, 부동산거래 탈세 등은 정밀 검증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국세청은 지난해에도 3회에 걸쳐 반칙특권 공직경력 전문직, 고액임대 건물주 등 고소득사업자 111명과 불법대부업자, 고액입시학원 등 민생침해 탈세자 103명에 대한 기획조사를 실시해 총 1165억원을 추징했다.
노정석 국세청 조사국장은 "이번 조사는 어려운 경제상황을 고려해 코로나19 피해가 집중된 영세 자영업자, 소상공인, 매출급감 사업자 등은 포함하지 않도록 검토했다"며 "국가적 위기를 틈탄 악의적 조세회피자는 관련 기업과 사주일가 전체를 관련인으로 선정했다"고 강조했다.
노 국장은 "조사과정에서 차명계좌 이용, 이중장부 작성 등 고의적으로 세금을 포탈한 혐의가 확인되는 경우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검찰 고발조치 하는 등 엄정 처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