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전쟁] SK이노 "장기전 간다"...LGES "법대로 보상해야"

2021-02-16 20:24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LGES)과의 소송 결과에 따른 합의금을 두고 장기전도 불사한다는 방침이다. 미국 사업을 접는 한이 있더라도 시장에서 예상하는 수조원의 합의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최종 결정 이후 합의 관련 내부 논의를 거친 끝에 LGES와 합의점을 찾을 때까지 서두르지 않고 무기한 협상에 돌입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SK이노 관계자는 "폭스바겐과 포드에 들어가는 배터리는 각각 유예기간인 2년, 4년간 공급이 가능하다. 급하게 협상을 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는 양측의 합의금에 대한 시각차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LGES가 3조원의 합의금을, SK이노는 현금과 지분 등의 다른 자산을 더해 최대 6000억원을 지불하는 안을 LGES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ITC의 최종판결은 60일 이내 대통령 재가로 효력이 발생한다. 미국시간으로 4월 10일까지다. SK이노 측은 이미 ITC 판결이 나온 상황에서 대통령 재가와 상관없이 합의는 장기적으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합의금 3조원에 대한 부분은 SK이노가 그동안 전 세계에 배터리를 공급하며 발생한 매출을 산정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추후 미국 델라웨어 연방법원에서 진행 중인 영업비밀 침해 등 소송 결과에 따라 징벌적 손해배상 금액(최대 손해액의 200%)을 더한 손해배상액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징벌적 손해배상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한 미국 법조계 관계자는 "미 법원은 특허침해에 대해 굉장히 엄하게 처벌한다. 다만 영업비밀 침해와 관련해서는 과잉 경쟁행위의 일종으로 보는 판결이 많았다"고 말했다.

SK이노 관계자는 "델라웨어 법원 판단에 따른 최악의 시나리오가 3조원대의 손해배상금"이라며 "사실상 최대 지불 예상금액을 합의금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SK이노는 이 같은 이유를 들어 당장은 합의금과 관련한 충당금도 쌓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LGES로서도 급할 건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르면 올해 3분기 LGES의 기업공개(IPO)가 예고된 상황에서 SK이노와의 합의를 먼저 끝내놓는 게 흥행으로도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LGES 측은 그동안 "우리는 줄곧 미국 연방 비밀보호법에 따른 손해배상 산정금액으로 협상에 임해왔다"며 "SK이노의 기술착취에 따른 피해는 미국 지역에 한정됐다고 보기 어렵다. SK이노의 태도에 따라 유럽 등에서의 소송도 가능하다"고 압박 수위를 높여왔다. 
 

[사진=백승룡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