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절벽 막아라…만기연장ㆍ이자상환 유예 '6개월 더'

2021-02-16 20:18
은성수 금융위원장, 5대 금융회장과 합의
김정태 회장 '재신임'…이사회 판단 존중
충당금 통한 리스크 관리 등 노력 강조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손병환 농협금융 회장, 은성수 금융위원장, 윤종규 KB금융 회장이 16일 오후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에서 회동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에 시행 중인 '코로나 대출' 만기연장·이자상환 유예 조치를 오는 9월 말까지 6개월 추가 연장하기로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5대 금융지주 회장들이 16일 합의했다. 당국은 '대출절벽'을 해소하기 위한 연착륙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은 위원장은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이 '4연임'을 하더라도 하나금융 이사회 판단을 존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은 위원장은 이날 오후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에서 윤종규 KB금융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손병환 NH농협금융 회장 등 5대 금융그룹 회장들과 비공개 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간담회에서 은 위원장과 5대 지주 회장들은 다음달 말 종료되는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오는 9월 말까지 6개월 추가 연장하는 데 뜻을 모았다.

은 위원장은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금융지원 프로그램) 연장이 불가피하다고 말씀드렸고, (5대 지주) 회장님들이 동의했다"고 말했다. 은 위원장은 오는 19일 정책금융기관장, 다음 주 중 금융협회장들과 회동을 갖지만, "큰 틀에서 6개월 연장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을까 한다"고 했다.

앞서 지난해 초 금융당국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대출만기 연장 및 이자상환 유예 등 금융지원책을 내놨다. 지난해 4월 1일부터 9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시행키로 했으나,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이 조치를 오는 3월 말까지 연장했었다.

금융지원 연장 조치가 차주와 은행의 리스크를 키우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은 위원장은 "평상시라면 걱정되지만, 코로나19 상황임을 생각하면 리스크를 떠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리스크를 없애고 코로나 사태를 방치할 거냐, (코로나 충격 최소화를 위해) 리스크를 안을 것이냐를 두고 선택한다면 답은 나온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다만 금융사들이 충당금을 더 쌓는 등 리스크 관리 노력을 추가적으로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금융지원 프로그램이 종료될 때 차주의 부실이 표면화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연착륙 방안'은 여러 모델을 놓고 실무진 간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은 위원장은 전했다. 그는 "아직 시간이 남아 있으니 너무 늦지 않게 방안을 마련해 발표하겠다"고 했다. 개별 차주들의 상황에 따라 차주가 상환방법을 선택할 수 있도록 다양한 장기·분할 상환안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의 '재신임' 가능성을 두고 나오는 지배구조 문제에 대해 은 위원장은 "당국이 (왈가왈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그는 "(하나금융) 회추위(회장후보추천위원회), 이사회에서 절차에 따라 정하는 것이어서, 당국은 그 판단을 존중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 "회추위나 이사회도 과거 당국이 지적한 내용이 무엇인지 알 것"이라며 "그에 맞춰 합리적으로 판단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김 회장이 회추위 위원으로 활동해 '셀프'로 3연임할 당시 금융위원장이었던 최종구 전 위원장은 하나금융 지배구조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으니 심사숙고해 달라는 메시지를 보냈었다.

하나금융 회추위는 전날 회의를 열고 차기 회장 후보군을 4명으로 압축했다. 김정태 현 회장, 함영주 부회장, 박성호 하나은행 디지털리테일그룹 부행장 등 내부 인사 3명과 박진회 전 한국씨티은행장 등 외부 인사 1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