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후쿠시마 지진] 10년 전 '동일본대지진' 악몽 재현되나…피해 속출

2021-02-14 09:42
13일 밤 후쿠시마현 앞바다서 규모 7.2 지진 발생
가옥 붕괴·산사태 등으로 강진 부상자 100명 넘어
후쿠시마 제1원전 '사용후원료' 수조 물 넘치기도
日기상청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여진으로 파악"

13일(현지시간) 일본 후쿠시마현에 있는 한 주류 가게 주인이 이날 규모 7.3의 강진으로 아수라장이 된 가게 내부를 정리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동일보 대지진’ 10주년을 앞두고 일본이 또 흔들렸다. 특히 수도 도쿄(東京)까지 흔들리면서 10년 전 악몽이 되살아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졌다.

14일(이하 현지시간) 니혼게이자이신문, NHK 등 일본 현지 언론에 따르면 전날 후쿠시마(福島)현 앞바다에서 발생한 규모 7.3의 강진 여파로, 후쿠시마현과 미야기(宮城)현 등 도호쿠(東北) 지방에서 102명이 다친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 신고는 후쿠시마현과 미야기현에 집중됐고, 주로 넘어지거나 쓰러진 가구 등에 다친 사례였다. 후쿠시마현에서는 산사태에 따른 도로 차단과 가옥 붕괴 등의 피해가 있었다.

후쿠시마현의 주택 파손 피해는 최소 9채이고, 10개 이상의 공공시설이 파손된 것으로 파악됐다고 산케이신문은 전했다.

NHK는 후쿠시마현 고리야마(郡山)시에 사는 60대 여성이 집 계단에서 넘어져 골절상을 입었고, 시라카와(白河) 시에서는 80대 여성이 넘어진 가구에 다치는 등 54명의 부상자 신고가 있었다고 보도했다.

산케이신문은 부상자들은 대부분은 경상이나, 중상자도 1명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14일(현지시간) 새벽 일본 후쿠시마현의 한 가옥이 전날 밤 발생한 규모 7.3 지진 여파로 붕괴됐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미야기현의 이시노마키(石卷)시에서는 80대 남성이 집에서 넘어져 머리를 다쳤고, 히가시마쓰시마(東松島)시에서는 80대 여성이 침대에서 떨어져 어깨를 다치는 등 38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아울러 공동주택에서 화재도 발생하는 등 추가 인적 피해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번 지진으로 도쿄전력이 전력을 공급하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9개 광역자치단체에서 83만 가구, 도호쿠 전력이 담당하는 이와테(岩手)현 미야기현, 후쿠시마현, 니가타(新潟)현 등에서의 9만1000가구 등 90만 가구 이상이 정전됐다.

JR 동일본은 지진 피해 상황 파악과 설비점검 등을 이유로 일부 지역의 고속철도 신칸센 운행은 중단했다. 운행 중단 구간은 도치기(栃木)현 나스시오바라(那須鹽原) 시에서 이와테현 모리오카(盛岡)시 구간이다.

규모 7.3의 강진은 후쿠시마 원전에도 영향을 줬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전날 강진의 여파로 후쿠시마 제1원전 5호기, 6호기에서 물이 넘친 것으로 확인됐다. 원전이 있는 후쿠시마 오쿠마마치(大熊町)와 후타바마치(雙葉町)에서는 진도 6약(弱)의 흔들림이 관측됐다.

일본 기상청에 따르면 ‘진도 6약’은 서 있기 곤란할 정도로 흔들리는 수준으로, 고정되지 않은 가구가 대부분 움직이고 넘어지게 된다. 또 내진성이 낮은 목조 건물은 기와가 떨어지거나 건물이 기울고 쓰러지는 수준이다.
 

14일(현지시간) 오전 일본 후쿠시마현의 후쿠시마역 직원이 전날 밤에 발생한 강진의 여파로 물에 흥건히 젖은 역사 내부를 청소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통신은 “13일 밤에 일어난 지진의 흔들림으로 후쿠시마 제1 원전 5, 6호기의 각 원자로 건물의 건물 상부에 있는 ‘사용후원료’ 수조 등에서 물이 넘쳤다”라고 밝혔다. 도쿄전력은 물이 건물 외부로 유출된 것은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면서 이번 물 넘침이 외부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고 발표했다.

NHK는 원자력규제청 발표를 인용해 “넘친 물의 양이 적고 방사선량도 낮아 안전상의 문제는 없다”고 했다. 보도에 따르면 후쿠시마 제1 원전 5, 6호기의 4곳에서 물이 넘친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더불어 각 원자로에서 꺼낸 ‘사용후원료’를 보관하는 공용 수조 건물에서도 물이 넘쳤고, 후쿠시마 제1 원전 1호기에 있는 ‘사용후원료’ 수조에서도 소량의 물이 넘친 것으로 전해졌다.

후쿠시마 제1원전의 5, 6호기는 10년 전 동일본 대지진 당시 비상용 전원 공급으로 냉각장치 기능이 유지돼 최악의 사고를 피했고, 2014년 1월 폐로 됐다.

그러나 1~4호기는 당시 전력 공급 중단으로 핵연료가 녹아내려 노심용융(멜트다운)이나 원자로 건물의 수소 폭발 등이 발생한 바 있다.

한편 일본 기상청은 이번 지진이 동일본 대지진의 여진으로 보인다고 분석하며, 앞으로 일주일 정도 여진에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기상청 측은 애초 이번 지진을 규모 7.1로 추정했다가 이날 오전 1시쯤 가진 기자회견에서 규모 7.3으로 수정했다. 진원의 깊이도 애초의 약 60km에서 55km로 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