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포스코인터내셔널, 해운업계 눈총 따가웠나...“흥아해운 채권만 회수”
2021-02-10 13:44
9일 저녁 채권단에 '출자전환' 대신 채권 회수만 하겠다는 입장 표명
포스코그룹 물류자회사 설립 논란 계속...해운업계 반발 여론 의식한듯
포스코그룹 물류자회사 설립 논란 계속...해운업계 반발 여론 의식한듯
포스코그룹 계열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워크아웃 중인 흥아해운에 대한 출자전환을 통한 2대주주 입지를 사실상 포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10일 포스코인터내셔널(이하 포스코인터)에 따르면, 이 회사는 당초 흥아해운 인수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온 장금상선과 공동인수를 타진했으나 채권 회수에 우선 순위를 두되 출자전환은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포스코인터 관계자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그간 장금상선에 대한 최적의 채권 회수 방법을 다각도로 논의한 것은 사실이나, 출자전환을 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이같은 입장을 9일 저녁 채권단에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부산은행 등 채권단은 지난주 회의를 열고 흥아해운의 워크아웃 기한을 내달 말로 연장하기로 잠정 합의했다. 이에 앞서 장금상선은 흥아해운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는데, 여기에는 포스코인터의 출자전환을 통한 공동 인수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인터는 2015년 흥아해운과 선박 4척을 용대선(선주로부터 선박을 용선해 선사에게 대선하는 사업) 계약을 맺으면서 채권자가 됐다. 작년 3월 말 기준 포스코인터가 흥아해운과 계약한 용대선 금액은 약 430억원 규모다. 이를 포함해 포스코인터가 현재 보유한 흥아해운 채권은 1000억원 가량으로 비금융사 중 최대채권자다.
당초 흥아해운 매각은 같은 해운업을 영위하고 있는 장금상선의 단독 인수가 유력했다. 하지만 포스코인터가 장금상선의 인수에 대해 반대 의사를 밝혔고, 돌연 채권단 지분 출자전환을 통한 직접 인수를 제안했다. 장금상선으로선 막대한 자금 부담을 덜 수 있어, 포스코인터의 제안을 수용해 채권단에 공동인수 제안서를 제출한 것으로 보인다. 흥아해운의 상장 유지 기한(4월) 전까지 워크아웃 인수·합병(M&A)이 이뤄져야 하는 시간적 부담도 작용했다.
이런 상황에서 포스코인터가 흥아해운 출자전환을 통한 2대주주 등극을 노리자, 해운업계에서는 정태순 장금상선 회장의 입지를 활용해 업계 반발을 최소화 하려는 ‘꼼수’라는 지적이 나왔다. 정 회장은 현재 한국해운협회장을 맡고 있다. 만약 포스코인터가 출자전환을 통해 해운법상 40%이하 선에서 흥아해운 지분을 취득하면, 지난해 포스코의 해운업 진출 반대를 주도한 협회장이 추진하는 빅딜에서 조용히 2대주주로 등극하게 된다. 이런 꼼수 논란을 의식한 듯, 포스코인터는 출자전환을 통한 지분 인수 대신 한국해양진흥공단을 통한 선박금융채권 회수로 전략을 선회했다.
업계 관계자는 “포스코인터가 상사의 특징을 살려 포스코그룹의 물류사업을 사실상 주도해왔으나 흥아해운 출자전환에 따른 해운업계의 따가운 눈초리를 의식한 것 같다”고 말했다. 포스코인터 관계자도 “지난해 물류자회사 설립 논란으로 시끄러웠던 점을 감안해, 흥아해운에 대해서도 논란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으로 채권 회수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최근 산업은행이 HMM(옛 현대상선)을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포스코가 유력 인수 후보로 부상해 해운업계의 눈초리가 예사롭지 않다. 포스코는 “HMM 인수 추진을 검토한 바 없다”고 선을 그었으나, 업계는 신사업 추진이 절실한 최 회장이 HMM 인수에 따른 득실 셈법에 분주하다는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