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 무색한 가전시장] 한겨울에도 잘 팔리는 에어컨·얼음 정수기

2021-02-10 07:50
‘홈 카페’ 트렌드로 겨울철 얼음 정수기 수요 급증
올 겨울엔 공기청정기·무선 헤드셋 판매량도 증가

삼성전자, LG전자, 위니아딤채 등 가전업계는 지난달 말 에어컨 신제품을 일제히 공개했다.

한겨울에 웬 일인가 싶지만, 여름 성수기를 대비해 일찌감치 에어컨 경쟁전이 시작된 것은 사실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10일 가전업계에 따르면 대표적인 여름 가전 중 하나인 에어컨은 매년 1월에 출시된 후 3월까지 판매량이 의외로 많다.

날씨가 더워지는 여름 성수기에 에어컨을 사면 수요가 몰려 새 제품을 설치하는 데만 몇 개월씩 걸리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설치만 기다리다가 여름이 다 지나간 뒤 에어컨을 집에 들이기보다는 미리 에어컨을 설치해놓는 ‘똑똑한 소비’를 하다 보니 찬바람이 가시지 않은 1분기에 판매량이 많아진다.

이처럼 가전 시장에서 계절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은 더 이상 새로운 얘기가 아니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계절과 무관하게 소비자들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계절의 경계는 더욱 모호해졌다.

대표적으로 손꼽히는 게 얼음 정수기다. 방역지침에 따라 한때 카페 내에서 음료를 마시는 게 금지된 가운데 재택근무가 늘어나면서 집 내에서 커피를 만들어먹는 수요가 증가했다.

‘홈 카페’ 트렌드가 전반적으로 얼음 정수기 수요를 밀어올린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SK매직 관계자는 “얼음 정수기의 경우 200% 이상 판매량이 증가했다”며 “기존의 얼음 정수기 수요는 5월부터 9월 사이에 몰리는 경향이 있었지만 지난해에는 1년 내내 고른 수요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는 봄철에 수요가 증가하는 공기청정기도 지난해 4분기에 눈에 띄게 수요가 늘었다.

지난해 봄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국내외 공장 가동이 중단돼 미세먼지가 누그러든 탓에 봄철 공기청정기 매출이 주춤했으나 연말에 수요를 회복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0~12월 공기청정기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 30%, 45% 증가했다.

가전업계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억눌렸던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는 ‘펜트업 효과’가 발생하며 위생과 관련된 가전 위주로 수혜를 봤다고 분석했다.

계절과 무관하게 팔릴 것 같지만 추운 겨울철 수요가 증가하는 의외의 전자제품도 있다. 귀 전체를 덮어 겨울철 보온에 도움이 되는 헤드폰이다.

소니코리아에 따르면 이 기업의 지난해 12월 무선 헤드폰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3% 성장했다.

소니코리아 관계자는 “최근 2년간 겨울철 무선 헤드폰 판매량은 여름철과 비교했을 때 2배 이상 증가했다”며 “작년에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소비자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집중력 향상에 도움을 주는 무선 헤드폰 판매량이 전년보다 25%가량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SK매직의 직수 얼음 정수기.[사진=SK매직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