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군부vs시민] ④시민 '계엄령' 반발하자 '물대포·고무탄' 또 꺼낸 軍

2021-02-09 16:09
시위대, 軍 계엄령 선포 반발…또 거리로
경찰, 시위대 향해 이틀연속 물대포 사용

미얀마 수도 네피도 거리에서 9일(현지시간) 군부 쿠데타에 항의하고 구금된 아웅산 수치 국가 고문의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대가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있다. 네피도에서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물대포를 쏜 것은 전날에 이어 이틀째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미얀마 군부와 반(反)군부 시위대 간 대립이 격화되고 있다.

9일 미얀마나우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이날 미얀마 경찰은 수도 네피도에서 쿠데타에 항의하는 시위대를 향해 물대포를 발사했다. 군부는 전날에도 시위대를 대상으로 물대포를 사용했다. 아울러 시위대를 위협하고자 고무탄도 발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통신은 목격자를 인용해 경찰이 시위대 해산을 위해 허공에 총기를 발사했다고 보도했고, AFP통신도 목격자를 인용해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고무탄을 발사했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7일에도 미얀마 남동부 미야와디 지역에서 경찰이 시위대를 해산하는 과정에서 총성이 들렸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날 군부와 시위대 간 대립은 전날 군부가 발표한 계엄령이 촉매제로 작용했다. 미얀마 군부는 이날 오전 양곤시와 외곽 산업지대인 흘라잉타야 구를 연결하는 다리 3곳을 폐쇄하는 등 시위대 진압에 강력히 대응하고 있다.

미얀마 군사정권은 전날 최대 상업도시 양곤과 제2도시 만달레이 일부 지역에 계엄령을 선포하고, 오후 8시부터 다음날 오전 4시까지 시민들의 통행을 금지했다. 또 5인 이상 모임 및 공공연설도 금지해, 반군부 시위대를 원천봉쇄하려는 조치라는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시위대는 군부의 계엄령에 분노하며 다시 거리로 나왔다.

AFP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양곤시 산차웅 구에서는 교사 200명가량이 도로를 따라 행진하며 시위를 벌었다. 북구 샨주에 있는 바고시와 다웨이 등 다른 도시에서도 항의 시위가 진행됐다.

로이터통신은 최근 항의 시위로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민 꼬 나잉이 성명을 내고 앞으로 3주 동안 계속해서 총파업을 진행하고, 미얀마 전역의 시위대 단결을 촉구했다고 전했다. 민 꼬 나잉은 1988년 민주화 운동을 주도한 이른바 ‘88세대’로 알려졌다.

군부 계엄령 선포에서 시위대의 행렬이 이어지자 군정은 시위대 해산을 위해 물대포를 다시 꺼냈다.

로이터통신은 현지 매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인용해 바고시에서 경찰이 시위대 해산을 위해 물대포를 발사했고, 시위 참가자의 체포도 이뤄졌다고 전했다.

현지 언론들은 쿠데타 반대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든 한 남성이 경찰에 체포되는 사진을 공개하고, 시위대 중 일부가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아 다쳤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보도에 따르면 경찰은 만달레이에서 시위대, 기자 등 20여명을 체포했다. 

한편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군 최고사령관은 전날 쿠데타 선언 후 첫 TV 연설을 진행했다. 그는 TV 연설에서 쿠데타 선언 배경을 지난해 11월 선거의 ‘부정선거’로 내세우며 자신들의 ‘쿠데타’ 선언이 정당하고 헌법에도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특히 1년간의 비상사태 이후 새로운 총선을 치르겠다는 의지도 재확인했다. 그는 “비상사태 기간 과업을 완수하면 헌법에 따라 여러 정당이 참여하는 자유롭고 공정한 총선이 치러질 것”이라면서 “선거에서 승리한 당은 민주적 규범에 따라 국가의 의무를 이어받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NLD의 문민정부 출범으로 지난 2011년에 끝난 장기 군부 통치와는 다를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네드 프라이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흘라잉 최고사령관이 TV 연설에서 ‘공정한 총선’ 언급을 언급하고 이전 장기 군부 통치와 다를 것이라고 한 것에 대해 “애당초 가능성이 없는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