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가장 늦은 한·미 정상통화…한반도 평화 공감대·각론에선 온도차

2021-02-04 16:38
바이든 취임 후 14일 만에 32분간 정상통화
“포괄적 대북전략 조속 마련…긴밀한 협력”
‘코로나 진정 시’ 전제로 정상회담 개최 언급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 “세 차례 웃음”

문재인 대통령(왼쪽)이 4일 오전 청와대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상통화를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AP 자료사진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통화를 하고 한반도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번 통화는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달 21일 취임한 지 14일 만의 첫 한·미 정상 간 통화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양국 정상은 오전 8시 25분부터 57분까지 32분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첫 전화통화를 하고 한·미 동맹, 한반도 비핵화 문제 등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특히 청와대는 대북 문제와 관련해 “가급적 조속히 포괄적 대북전략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먼저 문 대통령은 “한·미가 한반도 비핵화 및 항구적 평화 정착을 진전시키기 위해 공동 노력해 나가자”고 제안했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한반도 문제 해결의 주된 당사국인 한국 측의 노력을 평가하며 동시에 한국과 같은 입장이 중요하고, 공통 목표를 위해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화답했다.

양국은 한·미 동맹을 민주주의 인권 및 다자주의 증진에 기여하는 포괄적 전략 동맹으로 발전시켜가는 한편, 한·일 관계 개선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공감했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일본과의 통화 시점이 아쉽긴 하지만 큰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면서 “첫 통화인 만큼 기대 수준에 맞는 정도의 내용이었다”고 평가했다.

다만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라는 큰 틀에선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성공했지만, 각론에는 서로의 온도차를 보였다.

청와대는 한·미 정상이 전화통화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설명했으나 백악관의 보도자료에서 비핵화라는 단어가 빠졌다.

청와대가 밝힌 ‘포괄적 대북전략’이라는 표현도 미국 측 발표에는 들어가지 않았다.

또한 한·미 정상이 한·일 관계 개선과 한·미·일 협력이 역내 평화와 번영에 중요하다는 데도 공감했다고 했으나, 백악관은 일본을 직접적으로 거론하지 않았다.

양 정상은 한·미 정상회담 개최 시기 등 구체적인 논의에도 이르지 못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코로나19 진정 시까지’로 여백을 남겨놓을 수밖에 없겠다”고 전했다.

대신 바이든 대통령은 “꼭 직접 만나 협의하기를 기대하면서 ‘서로 눈을 마주 보며 대화하는 만남’이 중요하다"는 취지로 언급했고, 이에 문 대통령은 ”직접 만나 대화한다면 한·미 양 국민에게 특별한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정상통화 내내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고 강조했다. 강 대변인은 “정상 통화 중 웃음이 세 차례 정도 나왔다”면서 “공개를 다 할 수 없지만 진지한 분위기 중 유머가 나왔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첫인사로 “취임 직후 분주하신 가운데 전화 주셔서 감사하다”고 하자,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 대통령과 통화를 못 할 정도로 그렇게 바쁘지 않다”고 답했다.

강 대변인은 “두 정상은 코드가 잘 맞는 대화를 나눴다”면서 “한·미 동맹, 글로벌 대응 등 현안에서도 코드가 맞았지만, 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 모두 한국과 미국의 두 번째 가톨릭 신자 대통령이라는 공통점이 있었다”고 부연했다.

한편,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김대중 전 대통령과 2001년 취임 후 4일 만에,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09년 취임 후 13일 만에 이명박 전 대통령과 정상통화를 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7년 취임 후 9일 만에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과 처음으로 수화기를 맞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