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성 입증 부족한데"…모호한 백신 스케줄 내놓은 정부

2021-02-03 17:03
전문가들 "정부, 충분한 임상 데이터 근거로 정교한 계획 수립해야"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일각에서 정부가 수립한 백신 계획표가 내용이 모호한 상태에서 수립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정부가 예고한 대로 이달 말 도입될 것으로 보이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경우 고령층에 대한 안전성 문제가 끊임없이 불거지고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

의료계는 정부가 코로나19 사태 진정을 위해 거시적인 차원에서 백신 마스터플랜을 수립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고령자를 중심으로 백신에 대한 안전성 입증이 부족한 상태에서 투여에 나서는 것은 자칫 백신 접종 계획을 강행하는 모양새로 비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보다는 정부가 현재보다 계획을 좀 더 정교하게 다듬고 국민들이 이해할 수 있는 명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이 같은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다.

3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 추진단'은 지난달 28일 '코로나19 예방접종 계획'을 발표하며 이달 치료 의료진을 필두로 올해 1분기 동안 집단감염에 취약하고, 감염 시 치명률이 높은 고령자 집단 시설 등을 대상으로 선제 접종에 나겠다고 밝혔다.

이어 이달 1일 '코로나19 백신 안전성·효과성 검증 자문단'은 지난 1일 아스트라제네카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에 대해 '조건부 허가'를 권고했으며, 만 65세 이상 고령층 접종 여부에 대해서도 접종이 가능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식약처는 오는 4일 중앙약사심의위원회를 열고, 이후 최종점검위원회에서 아스트라제네카 허가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현시점 기준으로는 이달 말부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도입이 기정사실화된 셈이다.

하지만 일부 의료계 전문가들은 아직 충분한 임상 데이터가 쌓이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의 계획이 너무 모호해 위험하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최근 여러 나라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만 65세 이상 고령인구에 대한 사용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다"며 "의협은 만 65세 이상 고령자에 대한 아스트라제네카의 효능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또 "효능이 입증되지 않은 백신 접종은 고령자에 대한 우선적인 백신 접종을 통해 사망률을 줄이자는 백신 접종의 취지와 배치된다"고 덧붙였다.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등 유럽 상당수 국가들이 유럽연합(EU) 산하 유럽의약품청(EMA)의 전 연령층 아스트라네제카 백신 접종 권고 방안에 불응하는 점도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특히 2일(현지시간) 스웨덴 보건당국도 65세 미만의 사람에게 백신 사용을 권고하는데 가세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수도 "이달 말부터 고령자들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는다고 하지만, 충분한 임상 데이터가 누적되기엔 다소 짧은 시간"이라며 "시행 전 추가 임상자료를 발표해야 하며, 상황에 맞지 않는다면 보건 당국이 전면적인 계획 수정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실적으로 아스트라제네카 도입을 막기란 어렵다는 데 동의하는 전문가들도 많았다. 다만 이들 역시 정부의 계획이 현재보다 더욱 구체화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 교수는 "아스트라제네카의 고령자 백신 접종은 식약처 승인이 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여진다"며 "최선책은 아니지만 현재로써 이용 가능한 차선책이기 때문이다. 사실 부작용 논란 문제는 비약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문제는 정부가 백신 접종에 대해 이렇다 할 구체적 계획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집에 있는 노인은 어떻게 할 것인지, 노인 복지관은 어떻게 할 것인지 등 우선 순위 접종 만해도 그렇다"며 "정부는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면서 논의를 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 정부가 내놓은 우선순위 그룹에서 한 단계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야 한다. 세부적 계획은 설 연휴 전에 나와야겠지만, 아무리 늦어도 이달 말에는 나와야한다"고 강조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도 "사실 모든 접종 계획을 구체적으로 만들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백신 문제를 과학 측면이 아닌 정치 측면에서 접근하면 안 된다"면서도 "과학적 데이터가 쌓이고 있기 때문에 정부는 투명하게 허가 안전성 정보를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