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이익 1조 시대] 중소형사도 실적 고공행진··· 규제 강화 수혜 전망도

2021-02-03 08:00

[여의도 전경,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체질 개선에 성공한 중소형 증권사들이 연이은 호실적으로 성과를 입증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규제 강화를 오히려 기회로 삼아 올해도 긍정적인 실적이 예상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KTB투자증권은 지난해 연결 재무제표 기준 당기순이익 989억원을 기록했다고 전날 공시했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78.8% 증가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640억원으로 70.5% 늘었다.

KTB투자증권은 지난해 상반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절반 넘게 줄어들며 수익성 악화 흐름을 보였다. 그러나 3분기부터 회사의 강점인 투자은행(IB) 부문 실적 개선과 함께 사업 부문 전반이 고르게 성장하며 반등에 성공했다.

회사 측은 "전통적인 채권중개 외에 구조화 채권, 신종자본증권 등 상품영역을 넓힌 영향이 컸다"며 "투자은행(IB) 부문은 리스크 관리에 중점을 두고 우량 딜 중심의 보수적 영업을 전개해 안정적 수익을 거뒀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KTB네트워크, KTB자산운용 등 자회사들도 성장세를 이어가며 실적 상승에 힘을 보탰다. 특히 KTB네트워크는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81.4% 증가한 446억원을 기록하며 운용자산 1조원 이상의 대형 벤처캐피털(VC) 반열에 올랐다.

KTB투자증권 뿐만 아니라 대부분 중소형 증권사들도 호실적을 기록했다. 가장 먼저 실적을 발표했던 현대차증권은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 1315억원, 당기순이익 946억원을 기록했다. 모두 창사 이래 최대 수준이다. 한양증권도 지난해 영업이익 642억원, 당기순이익 459억원을 기록했다. 각각 전년 대비 117.1%, 107.3% 증가한 수준이다. 아직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증권사들도 긍정적 흐름을 이어갈 전망이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 1095억원, 순이익 888억원을 기록했다. 이미 전년 실적을 3분기에 뛰어넘으며 사상 최대 실적 기록이 유력하다.

증권가에서는 최근 금융당국의 규제 강화가 중소형 증권사들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외화에 대한 위험노출(익스포저) 비중 강화와 대체투자 리스크 관리 강화되며 규제 영향이 적은 것이 오히려 호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앞으로 국내 증권사들의 외화 유동성 관리를 강화하고, 외화 유동자산 보유량도 생결합증권(ELS) 자체헤지 규모의 20% 이상으로 의무화할 방침이다. 대체투자의 경우 자기자본(PI)투자와 재매각(셀다운) 투자에 모두 내부통제 기준을 적용하는 등 리스크 관리를 강화될 예정이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외화 자산이 많은 대형 증권사들은 신규 집행 이전에 보유 자산에 대한 관리 강화를 먼저 진행할 것"이라며 "대체투자도 자본이 곧 투자여력이기 때문에 중형사는 구조적으로 대형사보다 불리하지만, 아직 대형사 대비 활용도가 낮다는 점에서 상승 여력이 더 클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지난해 1월 발표된 금융당국의 '부동산 PF 익스포져 건전성 관리 강화 방안' 발표 이후 부동산PF 시장에서 점유율이 높았던 대형사들이 신규 딜을 진행하기 어려워지며 중소형사들의 부동산PF 관련 수익이 증가한 바 잇다.

정 연구원은 "작년 증권업 전반적으로 실적이 크게 개선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대형주 위주로 올랐기 때문에 중소 형 증권사들은 이익 증가 폭 대비 주가 상승률이 낮은 경우가 많다"며 "위의 규제들로 증권사들의 거래대금 의존도는 더 높아질 전망이기 때문에 유동성 랠리가 끝난 이후에는 상대적으로 의존도가 낮은 중소형사들이 이익 안정성의 면에서 차별화된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강조했다.